김수정C
김수정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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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그리다

내연녀의 딸로 태어난 서이수. 그녀에게 운명은 모질었고 타이밍은 언제나 지독했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 마음먹고, 홍콩에서 낯선 남자와 보낸 뜨거웠던 하룻밤. 그것으로 다시는 볼 일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여기는……, 어떻게…….”  “비즈니스 해야죠, 우리.”  그러나, 그런 그녀를 비웃기라도 하듯, 남자는 최고의 계약 조건을 가진 비즈니스 상대로 나타났다. “저랑 결혼하시죠.” “고원 씨, 결혼은 장난이 아니에요.” “전 장난을 하는 게 아닌데요.” 남자는 마치 달콤한 프러포즈라도 하는 마냥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당신, 후회할 거야.” “후회는 제 몫이니까요. 괜찮습니다.” 그는 해사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 웃음은 오히려 그녀에게 경고하는 것 같았다. 날 놓친다면, 그 후회는 네가 하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 날 붙잡으라고.

지독히 스며들다

결국 모든 걸 포기하려는 마지막 순간, 남자는 거래를 제안했다.   “영화에 합류하겠습니다. 그 대신, 우리 연애합시다. 아주 떠들썩하게." 이 말도 안 되는 가짜 연애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태건의 손을 잡았다. 비록 그것이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해도 그 일을 성공할 수만 있다면, 상관없었다. ***   “뭐 하는 거예요?” “연인이 하는 짓.”   그가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이제 정말 조금만 움직여도 닿을 거리에 오자, 그녀의 눈이 점차 가늘어졌다. “이런 스킨십은 우리 계약 사항에 없었는데.” “그럼 재주껏 피해 보든지.” 입술 위에서 속삭이는 음울한 목소리는 그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허리를 감싸 자신에게 당겼다. 등에 단단한 그의 팔이 닿음과 동시에 입술에 뜨거운 무언가가 닿았다. 이번엔 진짜, 키스였다.

손만 잡는 사이

“잡아요. 손 정도는 얼마든지 내어드릴 수 있습니다.” 눈길의 사고 후, 기억과 할아버지를 동시에 잃은 연우. 산산조각 난 기억을 이어 붙이던 연우에게 한 남자가 나타났다. “당신과 난 무슨 관계였어요? 설마 결혼을 약속할 만큼 깊은 사이였나요?” 내 기억 속엔 없는 나의 연인. 나는 왜 당신을 잊었을까. 사라진 기억을 찾아내었을 때 절망의 파도가 덮쳐왔다. 그 속에서 연우를 단단히 붙잡은 건 도진이었다. “말했잖아,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그러니 내 곁에 있어, 정연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로 속을 걷는 삶. 그는 유일한 등대였다. 하지만, 다시 한번 그의 손을 놓았다.  사랑하는 당신을 내 두 손으로 무너뜨릴 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