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딸로 태어난 옹주, 연. 기녀였던 어머니를 한 번 취하고 버렸던 아버지로 말미암아 아픈 세월을 궐 밖에서 견딘다. 그리고 입궐할 것을 꿈꾼다. 단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숨처럼 아끼는 벗과 함께 손을 잡고 어떤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이란, 자신의 글솜씨를 활용해 여인이 세상에서 제대로 한몫을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 연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글을 쓰고, 절친한 벗 월은 오로지 연을 돕고자 궁녀가 되어 궐에 들어간다. 월은 연을 그리고, 연은 월을 그리며 서로를 그리워하다 마침내 마주치게 되는데……. 조금 다르게, 살고 싶은 자들의 운명 같은 이야기. *** “너도, 너도 나를 좋아해?” 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 방금 네가 했던 거…… 나도 해봐도 돼?” “안 돼.” 월이 아주 살짝 입술을 맞댔다가 떨어졌다. 생경한 그 느낌에 연은 그만 정신이 아찔해질 뻔했다. “낫고 나면 실컷 해. 그때까진 내가 할 테니까.”
<[GL] 서툰 햇볕> 화주여고의 독보적인 수재 소녀 임서진. 야구부의 최고 스타 함은영. 전교 1등인 서진은 운동밖에 모르는 은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공부밖에 모르는 서진을 은영은 희한하게 바라본다. 너무나 다른 환경과 이상에 두 사람의 관계에 접점은 없었다. 거기다 은영을 향한 학우들의 광적인 환호에 서진은 그저 코웃음만 쳤다. 쇼트커트에 미소년 같은 여자에 대한 열정은 어린 시절 철모르고 벌이는 시시한 장난 같은 것이었다. 졸업하면 사라질 치기 어린 감정 따위는 유치한 짓이라 여기며 서진은 더욱 은영을 경계한다. 하지만 냉소적인 서진의 얼굴에서 또 다른 표정을 발견한 은영은 거침없이 서진에게 다가서고, 은영의 해맑은 대시에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워지는데. (+외전) “너는 나한테 언제 반했어?” “…처음….” “응?” “처음… 봤을 때부터라고!”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된 서진과 은영.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마음에 더욱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되고, 애타는 마음을 품은 채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 “함은영! 함은영!” 서진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들어 운동장을 보았다. 은영을 포함한 몇몇 아이들이 한가운데 있는 네트에서 배구를 하고 있었다. 함은영이 그새 멋진 활약을 했나 보다, 주위 아이들의 반응으로 서진은 그렇게 짐작했다. 함은영은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펴고 있었다. 언뜻 보이는 옆얼굴에 나타난 미소는, 명백히 스탠드의 반응을 만끽하고 있었다. 서진은 갑자기 속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이 모든 행동은 그저 여자들끼리만 있기에 벌어지는, 일종의 연극 같은 거였다. 자기에게 도취된 함은영이나, 그런 은영에게 열광하고 있는 아이들이나 모두 진심일 리가 없었다. 만약 진심이라면, 저렇게 가벼운 태도로 내보이지 않을 테니까. 여자애들은 늘 그랬다. 어딜 가나 껴안고 뽀뽀를 하는 등 진한 스킨십을 하고 서로를 ‘자기’라고 부르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은 곧 서로의 남자친구나 좋아하는 남자 얘기를 하는 데 바쁘게 된다. 그토록 서로에게 열중하면서도 결국 돌아갈 곳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렇듯 서로가 진심이 아닌 걸 알면서도 행위가 이루어지는 이 답답한 현장을 한껏 즐기는 함은영이, 서진은 싫었다. . . . “진짜로 야구 안 하게?” “난 취미로 하는 거라니까.” “야, 뻥치지 마. 취미로 하는 새끼가 고3인데 꼬박꼬박 연습 나오냐?” 정곡을 찌르는 말에 은영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주현은 그런 은영을 보고 한숨을 푹 쉬었다. “뭣 때문에 망설이는 건데?” “미안한데 지금은 너랑 얘기 안 하고 싶다.” 은영이 전에 없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현은 머리를 짚고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가, 은영의 어깨를 툭 쳤다. “잘 생각해봐라.” 그러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은영은 잠시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다가 교실로 향했다. 교실의 문을 열자, 맨 앞자리에 앉은 서진이 눈에 띄었다. 서진은 여전히 그 자리에 굳은 듯, 똑같은 자세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눈싸움하듯 문제집을 뚫어져라 보다가 샤프 꼭지로 미간을 꾹 누르곤 했다. 그러고는 가끔 입술만 움직여 무언가를 따라 읽었다. 누가 곁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집중을 하면 저렇게 다채로운 모습을 보였다. ‘열심히’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은, 애쓰는 모습은 어떤 경지에 이른 도인 같기도 했다. 은영은 멍하니 생각했다. 기계처럼 일상을 보내면서까지 저 아이가 손에 넣고 싶은 건 뭘까. 은영으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화주여고의 독보적인 수재 소녀 임서진. 야구부의 최고 스타 함은영. 전교 1등인 서진은 운동밖에 모르는 은영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공부밖에 모르는 서진을 은영은 희한하게 바라본다. 너무나 다른 환경과 이상에 두 사람의 관계에 접점은 없었다. 거기다 은영을 향한 학우들의 광적인 환호에 서진은 그저 코웃음만 쳤다. 쇼트커트에 미소년 같은 여자에 대한 열정은 어린 시절 철모르고 벌이는 시시한 장난 같은 것이었다. 졸업하면 사라질 치기 어린 감정 따위는 유치한 짓이라 여기며 서진은 더욱 은영을 경계한다. 하지만 냉소적인 서진의 얼굴에서 또 다른 표정을 발견한 은영은 거침없이 서진에게 다가서고, 은영의 해맑은 대시에 두 사람은 서서히 가까워지는데. (+외전) “너는 나한테 언제 반했어?” “…처음….” “응?” “처음… 봤을 때부터라고!”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된 서진과 은영.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마음에 더욱 확실한 믿음을 갖게 되고, 애타는 마음을 품은 채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평범한 오토메 게임 오타쿠인 나. 여느 날처럼 야근에 찌든 새벽, <크레슈 드 플뢰르>를 클리어하고 기절하듯 잠들었는데. ...엥? 황금을 무색하게 할 만큼 반짝이며 윤기가 흐르는 금발, 길게 한 가닥 땋은 귀여운 머리카락, 잘 다듬어진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은색 눈동자, 당당하게 올라간 입꼬리에 느껴지는 여유와 관록, 그와 동시에 약간 볼살이 남아 어린 티가 역력한 얼굴. 깨어나서 본 자신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한없이 익숙하다. 하루아침에 게임 속 주인공 브레베르로 빙의를 해 버린 것이었다. “아름답고 강인한 마법사 브레베르, 부디 나와….” 게다가 최애캐이자 제자인 에파와의 핑크빛 연애 루트까지 열리고 마는데. 교수와 제자. 최애캐와 오타쿠의 만남은 과연 어떠한 엔딩을 맞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