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라
만다라
평균평점 4.00
판사님은 내 취향
4.0 (1)

고달픈 인생사, 득도가 취미가 된 욕심 없는 여자. 그리고 그 여자가 삶의 전부였던, 오만한 남자.  두 사람이 재회했다. 법원직 말단 공무원과 레전설 판사님이 되어 한 사무실에서. 여자가 욕심 부리면 안 되는 그 남자는 세월에 변한 모습까지도 미치도록 여자의 취향인데…….  흔들리는 여자와 다시 거침없이 직진해오는 남자. 서로에게 본능처럼 이끌리는, 이 남자와 이 여자의 <현실극복 사랑 쟁취기>

가짜 아내

정략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쌍둥이 언니를 대신해, 연우는 언니 행세를 해야 했다. 말 그대로 대리 결혼이었다. 까칠하고 냉정한 언니의 남편, 기태와는 일정한 거리만 유지하면 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이 남자가 부부관계를 요구하기 시작한다. 언니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고, 연우는 기태에게 애정을 갖게 되면서 죄책감을 느낀다. 반면, 기태는 연우가 진짜 제 아내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녀를 향한 소유욕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 * * “차기태, 당신인 줄 몰랐어요.” “그래?” “당신 같은 거물인 줄 알았으면 이런 짓 안 했을 거야.” “이미 늦었어.” 연우는 냉정한 기태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이 뒤틀린 관계를 시작한 사람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연우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기태는 그런 그녀의 호소를 외면했다. “용서받고 싶으면, 몸으로 때워.” 잠시 다정했던 그는 허상이었다는 듯 눈앞의 남자는 더 이상 자비가 없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돼요?” “울음 그치고, 내 방으로 가. 벗어.” 그리고 기태가 그녀의 목에 코를 박고 진짜 이름 ‘연우’를 불러 주는 순간, 이 외줄타기 같은 아슬아슬한 관계가 변하기 시작했다. 일러스트 By 아화 타이틀 디자인 By 타마(@fhxh0430)

우아한 덫

빚으로 황폐해진 삶을 버텨온 여자, 반연하.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상사에게 결혼을 제안하다. “징징거리지 않고, 돈만 주면 되고, 아이도 빨리 낳아줄 수 있는 여자가 필요하시다면서요. 혹시 저는 어떠세요?” 가난한 여자의 마음을 믿지 않는 남자, 서강현. 묘하게 거슬리던 막내 비서의 제안에 코웃음 치다. “내 조건, 수용할 수 있어요?” “네. 다만 돈은… 아이를 낳으면 일시불로 받고 싶습니다.” “일시불?” “그러니까… 제 빚을 갚아주세요.” 여자는 평생 자신의 발목을 붙들어 온 족쇄를 제거해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 족쇄를 이용할 생각밖에 없는 서강현에게. 강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내가 나무꾼인 건가. 아이를 낳아 준 부인에게 날개옷 대신 돈을 주는?” 그러면 여자는 날아갈 것이다. 훗날의 서강현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지금의 강현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본문 中> *** [강현] 여자에게 처음 받은 인상은 ‘거슬린다’였다. 그 밤, 여자의 입에서 키스라는 단어가 나오도록 몰아간 건 충동이었다. 아니, 충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자의 숨결과 살에 코를 박고, 어딘가 홀린 것처럼 매달리게 됐을 때쯤 깨달았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는 걸. 내가 언젠가 이 여자와 이렇게 엉키게 되리라는 것을. 실은, 이걸 원하는 자신에게 저항하고 있었다는 걸. * [연하] 당신을 홀로 좋아하던 시간은 즐거웠다. 빚에 쫓겨 사는 염치없는 나 역시, 혼자 품게 되는 그런 의문과 답들을 상상하며 열없이 설렜다. 매 순간 매초에, 부끄럽게도 당신이 보고 싶었고 기꺼이 당신 생각에 점령당했다. 허황된 감정이라는 걸 알기에 필사적으로 부정해 보기도 했지만, 회피하는 것조차도 못난 마음이란 걸 알았다. 그래서…. 사실은 한 번쯤은 정말 평범하게 고백해 보고 싶었다. 마지못해 살아가는 나에게도, 당신이 결코 닿을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 할지라도, 나에게 당신을 향한 열렬한 갈망이 있음을.

나의 다정한 무뢰한에게

마시는 물이 썩었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다만 썩은 물을 마셔도 죽지 않기만을 바라야 하는, 타 죽을 것처럼 목이 마른 아이, 그게 바로 서머였다. 평범한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서머는 아버지가 영주의 딸과 바람이 나면서 불행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어린 동생들을 홀로 책임지며 꿋꿋하게 살아보려 했으나…. [공작님 발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아. 서머, 너무 아프고 무서워. 울고 싶은데 여긴 울지도 못 하게 해.] [서머, 구해줘. 제발.] 서머의 세상은 결국 발로네크 공작 가에 의해 무너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발로네크 공작의 막내아들이 개인 보좌관을 구한다는 소문이 돌고. '아델'이라는 귀족 영애로 위장해 복수의 기회만 엿보던 서머는 망나니로 유명한 그 아들을 찾아가는데…. “그럼 이건 어때? 내가 널 영입하는 건?” 이 망나니, 어딘가 이상하다. “아니면 우리 여기서 계속 뒹굴까?” 당신은 이 시대의 무뢰배. 내 계획을 들켜서는 안 되는 원수의 동생. 동시에 나를 이 복수의 수렁에서 건져줄 구원자처럼 자비롭고 아름다운 존재. “느낀 거야, 아델?” “…….” “그래, 잘하네.” 술에 절어 나른해진 푸른 눈과 마주하는 매 순간, 그녀는 복수보다도 깊은 감정의 수렁에 빠지고 있음을 느낀다. *** “도련, 님…, 도련, 니임….” “응, 아델.” 온몸의 근육은 산짐승처럼 날뛰는 주제에 소곤대는 목소리만큼은 새의 깃털처럼 보드라웠다. 가증스럽기도 하시지. “도련님은… 포장지에 고마워하셔야 해요….” 예쁜 포장지가 또 키스를, 아니 도련님이 또 키스를 또 퍼부었다. “아델, 한 번만 더 해도 돼?” “아까 분명… 마지막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렇지만,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서운 거라잖아.” 아… 신이시여. “그게, 도둑놈이 할 말은…, 아니지 않을까요?”

이 노래가 끝나면

오랜 시간 동경해 온 차무헌의 회사에서 일하게 된 이은. 그러나 막상 마주한 그와 그의 세계는 차갑기만 했다. “공작새인가요? 뽐내고 싶어요? 스타일의 기본도 모르는 지능은 그래서이고?” 생채기 난 마음을 추슬러 떠나려는데, 차무헌과 음악은 이은의 삶에 더 깊이 박혀들고. 그녀에게 있는지도 몰랐던 욕망에 불씨를 피웠다. “대표님. 전에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언제?” “그 밤이요. 제게 경계하라고 하고는 키스하셨던 밤.” “…예뻐 보여서.” “그래요? 그러면… 지금은요? 지금은 예뻐 보이지 않으세요?” 마침내 차갑고 무심한 차무헌의 눈동자가 동요하는 순간. “제가 착각한 게 아니라면 제게 입 맞춰 줘요. 당신이 사이비 종교처럼 믿었다는 그 소녀가 제가 맞는다면요.” “나의 신이 원하신다면 기꺼이 해 드려야죠.” 이은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기로 했다. 일러스트: 우이구이

첫 결핍

“텐트 안 흔들리게 할 자신 없어.” 맞물린 입술 사이로 헛숨이 흘렀다. “네? 지금 뭐라고....” “우리 그런 거 하는 중이라고 광고하는 건 너도 원치 않을 것 아니야?” 제, 제정신이세요? * 미래 그룹의 오너가 자제, 유태곤. 지은은 대학 시절 그와 연애했다. 비범하다는 재벌 3세의 인생에 간단히 스칠 경력 한 줄, 일반인과의 교제. 그걸 실제로 2년이 넘도록 한 사람이 바로 자신, 하지은이었다. 큰 걸 바라지 않았다. 그저 들끓는 제 이 마음에 후회가 남지 않길, 남들이 뭐라건 유태곤 본인에게만은 한 줄의 경력으로 치기 버거운 한 시절이 되길 바랐다. 그런데 4년 후. 그가 총괄팀장이 되어 그녀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 “전 애인 꼬셔서 고과평가 잘 받을 거라며?” 그의 인생에서 하지은이라는 여자는 한 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듯 손을 내민다. “꼬셔 봐, 잘 줄게.” 한 번 더, 뜨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