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로 다리가 마비돼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 주미. 그녀가 자유로울 수 있는 건 오직 꿈속 세계뿐이었다. 사고 이후, 꿈속에 나타나기 시작한 회색 늑대는 주미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분 전환 겸 인테리어를 바꾸기 위해 건축 사무소를 찾아간 그녀는 독특한 느낌의 사무소 소장 하현을 만나게 된다. 얼음처럼 차가운 눈동자와 날카로운 인상. 어쩐지 주미는 그를 통해 매일 밤 꿈속에서 만났던 회색 늑대를 떠올리게 되는데……. “대체, 당신의 정체는 뭐죠?” “무서워?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비밀을 숨긴 남자 하현과 꿈속을 헤매는 여자 주미. 두 사람이 함께 펼쳐 내는 한밤의 푸른 달빛 같은 로맨스, <푸른 달의 신부>!
이른 아침, 부서지는 햇살. 눈을 떠 보니, 다른 남자의 집이었다.흐트러진 다갈색 머리 아래로 꼭 감은 두 눈.청량하면서도 야한 분위기의 남자가 곁에 누워 있었다.“도둑이야……!”도둑이라고 생각한 하정은 베개로 남자를 때리기 시작했다.“당신이야말로 어떻게 내 집에 들어온 건데?”하지만 이 집의 주인은 오히려 그 남자였다. 유현이 속옷 차림의 그녀를 훑어보며 물었다.* * *“선배, 왜 자꾸만 나 피해요?”첫 만남부터 ‘을’이 되어버린 하정은 자연스레 그를 피하게 되는데. 하정이 작가로 일하는 방송국 교양팀의 신입 PD로 입사한다.“내가 언제 피했다고…….”“피하지 말아요. 우리 그때, 좋았잖아요.”가까이 다가선 유현이 그녀의 귓가에 아찔한 숨을 내뱉으며 속삭였다. 하정은 문득 그날의 짜릿했던 키스를 떠올렸다.“앞으로 잘 지내봐요. 우리.”다섯 살이나 어린 직속 후배의 저돌적인 유혹에, 하정이 탄식했다.아,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