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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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평점
천정연분이라고 합니다

낮잠을 자고 눈을 뜨니자신이 읽던 무협 소설의 주인공 ‘설연영’이 됐다!​빙궁의 사궁주가 된 자신의 모습과활자로만 보던 남주 곽여헌의 잘생긴 모습에적응하기도 전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만다.​이 소설, 새드엔딩이지……!​이야기를 바꾸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연영은 책의 내용을 바꾸기 위해 애쓰지만,어쩐지 미래를 바꿔 갈수록 일은 점점 꼬여가기만 한다.​* * *​“희한하네. 연영, 네가 그렇게 맹한 표정도 지을 줄 아는 애였나?”연영, 연영? 연영이라고……?눈앞에서 입가에 경련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썩은 미소를 유지하고 있는 ‘설난화’에게는 미안하지만 조금 더 맹한 표정을 지어야겠다. 내가 연영이고 눈앞에 있는 여자가 설난화가 맞다면, 맹한 표정에 당혹스러움까지 추가해야 한다.꿈을 꾸는 것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서울시 영등포구가 아닌 건 확실하니까.“궁주님, 하명下命하십시오.”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남자가 한쪽 팔을 가슴에 가로로 대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일환一犿 빙목환.”“예, 궁주님.”확인차 기억하고 있는 남자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동시에 남자에게 이곳은 현실이 아니라는 확답을 받았다. 이건 얼마 전 내가 읽고 집어 던져 버렸던 그 책이다.책 제목은 ‘천정연분天定緣分’.“잠깐.”책의 감상을 속으로 읊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나, 큰일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