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끈에 손을 결박당하고,입안에는 천 뭉치가 쑤셔 박히고,머리는 검은 천으로 씌어져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시기가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산다는 놈이 때마침 나타났으니 말입니다.”알 수 없는 말이 귓가에 들렸다.수레에 실려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눈물은 질질 흐르고,여기저기 몸은 아프고 힘들다.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얼굴.도련님.그가 저를 버린다고 해도 이렇게 그를 떠나긴 싫었다.이리 떠나기는 싫었다.작별인사도 건네지 못했는데.도련님의 얼굴이 가슴에 박혀 눈물이 흥건히 고였다.그때, 갑자기 결박당한 손이 풀리고, 검은 천이 벗겨졌다.“송연아.”귀에 익은 이 다정한 목소리.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들고 남자가 다가왔다.“내가 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 하였는데.”“도련님?”“약속을 지키지 못하였으니 벌을 받아야지.”“예?”송연은 갑작스런 말에 놀라 올려다보았지만그는 그녀를 품에 안은 그대로 시선을 앞에 둔 채 걸어갈 뿐이었다.벌을 받는다니 겁이 나야 하는데 도리어 심장이 멋대로 뛰기 시작했다.*본 작품은 15세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오, 오라버니가 어찌하여 이곳에…….”“상대가 누구인지는 상관없지 않으냐.”혼인 첫날 밤, 신방에 든 사내는 신랑이 아니라 그녀의 오라버니였다.그날부터 이어진 부적절한 관계였다.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분명 그녀의 오라버니였다.“우리 둘 다 천벌을 받을 거예요.”그에게 하는 말이었지만,동시에 제 안의 죄악감을 밀어내기 위해 자신에게 다짐하는 벌과 같은 말이기도 했다. 그가 같잖은 배덕감에 기대려는 그녀를 비웃었다.“연화야. 연화야. 우리 연화.”그의 나른한 집착이 귓가로 끈적하게 떨어졌다.알 수 없는 전율로 인해 연화의 등줄기가 잘게 떨렸다.“진정 천벌을 받을 자가 있다면 피가 섞이지 않은 나일까. 아니면…”연화는 두려웠다.그를 연모하는 마음이 차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폐하께서는 나를 버리실 셈인가.처소에 들어온 자객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시녀를 무참히 죽였다.소연은 덜덜 털리는 떡을 악물었다.원래는 자신이 당했어야 하는 죽음이었다.“심소연.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어서 나와.”그때 누군가 처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자객이 다시 돌아온 것인가.자신의 숨이 아직 붙어있는 줄 알고?“헌아?”그런데 거짓말처럼 그가 앞에 나타났다.이 순간, 바로 떠올릴 만큼 보고 싶었던 그 남자가.그는 순식간에 처소에 불을 질렀다.이로써 대외적으로 소연은 죽게된 셈이었다.비밀리에 소연을 데리고 다시 제나라로 돌아온 이헌은 그녀를 취했다.황제는 저를 죽이려고 했는데,그와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걸까.“넌 내 거야. 설령 그게 황제라고 해도 뺏을 수 없어.”그의 얼굴에는 기묘한 광기가 묻어났다.*본 작품을 15세 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