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쓰레기끼리.” 어디 행복하게 살아 보든지. 결혼 후 부모를 죽인 황제와 그의 재수 없는 첩에게서 탈출한 클레어. 그녀 앞에 예상치 못하게 옆 나라 왕자 알렉스가 나타난다. 어릴 적 정혼자였던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황야의 경계지로 이동하는데. -당신이 인류를 구할 그 ‘전설의 황후’라고? 사실 그녀의 영혼은 조선의 해온 공주, 신들이 위기를 헤쳐 나갈 주인공으로 점찍어 이세계로 온 것이다. 좋아. 난 이 세상을 구하겠어. 어? 그런데 자꾸 만나는 남자들마다 나한테 반하는 거지? “약속해. 당신을 지켜 주지.” 왕자님부터 시작해서. “그런데 왕자는 왜 안 와? 혹시 내 토끼랑 튄 거 아니야?” 미친 금발 꽃미남. “나랑 같이 도망칠래? 평생 돈에 파묻혀 살게 해 줄게.” 세기의 미모를 가진 바람둥이 왕족까지. “안녕하세요? 여러분. 전설의 황후는, 처음 보시겠다. 그쵸? ……하하.”
“방금 이 여인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서 청혼했습니다.” 붉은 눈동자 때문에 저주의 아이라고 불렸던 라이너. 황실 파티에 15년 만에 나타난 그는, 황제의 첩이 될 레이첼과 곧장 혼인신고를 한다. 그리고 2년 후. 그녀가 라이너에게 이혼을 통보해왔다. ** “나는 위자료도, 그레엄 공작령에 대한 지분도 필요 없어요. 그래서 이건 내가 우리의 이혼에 대해 제시하는 유일한 조건이에요.” “말해.” “3개월만.” 레이첼은 턱이 아프도록 이를 악물었다. “3개월 동안만 내게 다정하게 대해 주세요.” 이번에는 그의 양쪽 눈썹이 다 구겨졌다. “이혼을 하려니 단 한 번도 아내로서 사랑받지 못한 게 문득 억울해져서요. 3개월이면 미련을 버리기 충분할 것 같아요.” 이상하게 들릴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레이첼은 3개월을 더, 이 남자를 곁에서 지켜야 했다. “그게 내 이혼의 조건이에요.” 레이첼은 지금 더없이 냉정한 상태였다.
자, 웃어. 나의 베르체리아. 이 어미가 숨 쉬는 한, 네게는 어둠의 탑과 마른 빵이 함께할 테니. 베르체리아에게 ‘어머니’는 세상의 전부이자, 접촉이 가능한 유일한 인간이었다. 학대받은 여신, 힘을 잃은 여신. 인간을 배신하고 떠난 여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그녀여야 한다고. 저주의 탑, 그곳을 내버리고 그를 만나기 전까지.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어. 날 도와줘, 라크라한.” * 베르체리아는 무엇이 되었든 지금 이후의 삶이 자신이 예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확신했다. 어떤 의미에서의 끝. 힘이 폭주하고 난 다음에 그녀는 그저 잠시 신의 힘을 담았던 미친 사람으로 남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것이 더 편할지도. 몸에 힘을 빼고 눈을 감은 그녀의 허리에 낯선 체온이 스며들었다. “……!” 아득한 곳으로 떨어졌던 정신이 잠에서 깨듯 현실로 돌아왔다. “베르체리아.” 그의 입에서 이름이 불린 순간, 탁하게 풀려 있었던 베르체리아의 눈빛이 깨끗해졌다. 라크라한의 힘에 의해 고개가 들리고 그녀의 시야에 진중한 사내의 눈빛이 빼곡히 채워졌다. “포기하지 마.” 라크라한은 속삭이듯 말하고 벌어져 있던 베르체리아의 입술 사이에 자신의 입술을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