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공주님을 지켜드릴 수 없습니다.” 희대의 악녀 헬리아 베일리. 왕국에서 가장 오만하고 탐욕스럽다는 여자. 그러나, 그녀는 정말 모든 것을 가졌을까? 그녀는 정말 악명 그대로의 사람이었을까? 적어도 한때 그녀의 기사였던 루반 에펜베르크는 그렇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녀의 패악이 극에 달했을 때 그는 맹세를 철회하고 그녀를 떠난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약혼이라는 지겨운 악연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둘 모두에게 유쾌하지 않은 재회였다. 그러나 헬리아와 얽히게 되면서 루반은 그동안 몰랐던 그녀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녀의 곁을 그렇게 떠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더이상 공주님을 지켜드릴 수 없습니다.” 희대의 악녀 헬리아 베일리. 왕국에서 가장 오만하고 탐욕스럽다는 여자. 그러나, 그녀는 정말 모든 것을 가졌을까? 그녀는 정말 악명 그대로의 사람이었을까? 적어도 한때 그녀의 기사였던 루반 에펜베르크는 그렇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녀의 패악이 극에 달했을 때 그는 맹세를 철회하고 그녀를 떠난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약혼이라는 지겨운 악연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둘 모두에게 유쾌하지 않은 재회였다. 그러나 헬리아와 얽히게 되면서 루반은 그동안 몰랐던 그녀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녀의 곁을 그렇게 떠나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너는 날 사랑해야 하잖아, 그게 운명이잖아……! 그런데 어째서…….” 아벨린과 카제르는 신이 정해 준 운명의 연인이었다. 그러므로 아벨린은 카제르를 사랑했다. 그리고 카제르 역시 아벨린을 사랑해야 했는데……. “설마, 그 여자를 사랑하기라도 해?” “그렇다면?” “……뭐?” 그는 운명을 거스르며 다른 여자를 사랑해 버렸다. 클로네, 그 여자의 가녀린 목을 부러트릴 수만 있다면……. 그러나 아벨린은 그녀에게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었다. “신탁 속 운명의 연인은 공작님과 클로네 영애라는 뜻입니다.” 그와 그녀를 겨우 묶어 놓았던 운명마저 그녀의 편이 아니었으니까. *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나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도 그 얘긴가?” 지겹다는 듯 카제르가 말을 잘랐다. 의무적인 친절함조차 거둬진 남자의 얼굴은 사신처럼 냉혹했다. “그래. 헛된 꿈을 꾸는 것도 이제 그만둬야겠지.” “무슨…….” “내가 졌어, 카제르.” 아벨린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널 그녀에게 보내 줄게.” 신이 인간의 어리석음을 조롱하던 무대는 완전히 막을 내렸다. 이제는 그녀가 퇴장할 때였다.
제국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에페르네 백작가가 하룻밤 만에 무너졌다. 고귀한 백작 영애인 델니아의 운명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몰락에 앞장선 남자는 한때 델니아의 하인이자 그녀의 오랜 원죄, 로안 바르테즈였다. “쓸데없는 반항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어차피 당신을 구하러 올 사람은 이제 없으니까.” 끔찍한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어떻게든 감내하고자 했다. 그것이 로안의 복수라면. 하지만 그조차 부족했던 걸까. “황제 폐하께 당신을 하사받았거든.” “……뭐?” 멍청히 되물은 델니아가 일순 숨도 쉬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그 시절처럼, 아니, 그 시절에도 차갑기만 했던 남자가 봄볕처럼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이제부터 내가 네 주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