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음모로 모든 걸 모두 빼앗긴 에르메스 공작 아리아나! 전 남편의 배신으로 서쪽 탑에 유폐되었다. 생명이 꺼져가던 그 순간 그녀의 자리를 빼앗은 남편은 새로운 여인과 결혼식을 올리고. 죽음의 위기에서 레이놀드라는 용을 송환하게 된다. “제발…… 살려줘…….” *** ‘빌어먹을! 왜 내 반려를 네놈이 정하느냐고!’ 레오넬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렇게 의무와 책임이 강한 조상님께서 직접 ‘반려의 각인’을 새기십시오.” 그의 비아냥이 끝나기도 전에 레이놀드에 의해 멱살이 잡혔다. “네놈의 각인을 새겨! 애송아, 너는 이 여자를 살려야 해.” 레이놀드의 금빛 마력과 레오넬의 검은 마력이 충돌하며 스파크가 일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조상 새끼, 죽을 때가 되어갈 텐데…… 죽지도 않네.’
19금 피폐물 소설에 빙의했다. 빙의된 몸은 아라곤의 미친 황제 리처드의 이복동생이자 악역 조연, 이사벨라 벨루치. 죽으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겠지 하는 마음에 막나가기로 결심, 반역을 일으켰다가 리처드 손에 처단됐다. 그런데……. “왜! 안 돌아가지는 거야!” 현실로 돌아가기는 개뿔, 어린 시절로 회귀해 버린 게 아닌가. 그렇다면 이번엔 목표를 바꿔 리처드를 무사히 황제로 만들자. 그러고 해피엔드로 향하는 길을 닦아야지! ……라는 생각에 여주의 에피소드를 훔쳤더니. “샤샤가 진짜 내 동생이라고 생각하나?” 남주는 자꾸 내가 동생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샤샤 님은 눈꽃 같습니다.” 서브 남주는 들러붙고? 소설이 날 여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댕. 댕. 댕……. 자정을 알리는 신전의 종소리가 끝나자, 사내가 침음을 토했다. 사내가 고개를 내리며 여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의 입술 사이로 여인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마리엔…….” 그가 부르는 이름에 시드니는 실눈을 떴다. 그리고 저를 내려다보는 사내의 뺨을 어루만졌다. 땀에 젖은 피부와 까슬까슬한 수염의 감촉이 그녀를 다시금 흥분시켰다. 온몸을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픈데도 그를 원하다니……. “저…… 취했나 봐요.” 사내가 픽 웃으며 그녀의 손바닥에 제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 시드니를 지그시 바라보는데, 그의 푸른 눈에서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었다. “나도 마리엔, 당신에게 취한 것 같아.” 마리엔……. 그저 아무렇게나 둘러댄 이름이었다. 왜냐하면…… 이 남자가 그녀의 지랄 맞은 상관이니까. 툭하면 성질내고. 결벽증은 또 얼마나 심한지. “난…… 다정한 사람이 좋은데…….” “다정하게 할게.” 가볍게 맞닿은 입술이 벌어지면서…… 시드니의 눈이 스르르 감겼다. 서로의 숨결이 뒤엉키면서 그의 손길도 음란해져 갔다. 그녀의 몸을 뜨겁게 달구면서. 그렇게 새벽까지 서로를 탐닉하던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잠들었다. 먼저 눈을 뜬 것은 시드니였다. 제 옆의 사내를 확인한 그녀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감싼 그의 팔을 느리게 걷어내고 몸을 움직였다. 도둑고양이처럼 조심스러운 몸짓이었다. 서둘러 호텔을 벗어난 시드니는 마차를 잡아탔다.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서 앓는 소리를 냈다. “아, 술이…… 원수야. 설마…… 단장이 나를 알아본 건 아니겠지?” * * * 시드니를 괴롭히는 게 취미인 상관 로건. 우연히 그의 고충을 알게 된 시드니는 안쓰러운 마음에 기울이던 술이 화근이 되어 그와 밤을 보냈다. 고x라며? 소문과 달리 로건은 너무나 건장하다 못해 절륜한데. 평소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겨 제국군에서 내쫓을 생각만 하는 로건 레드포드. 그에게 ‘여자’라는 사실이 들킨다면, 제국군에서 쫓겨나는 건 물론, 그녀의 수입으로 간신히 살아가는 워든 가문은 파산할 터. “안면 인식 장애 기능이 있는 아티팩트로 눈과 머리카락 색깔까지 바꿨는데, 나를 알아볼 리 없어.” 시드니는 모든 일을 없었던 일로 치부했다. 하지만 로건은 기어이 그녀의 정체를 알아내고야 마는데. "내 처음을 받아갔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서로 합의하에 즐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