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우리
잔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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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후회는 때가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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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연재]어릴 적에는 사랑을, 커서는 인정을 받고 싶었다.어머니의 시신을 묻은 땅이 채 마르지도 않고서 아버지가 데려온 사생아를 동생으로 받아들일 만큼."…수고했다, 샤렐리즈."처음으로 수고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제 겨우 행복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잠시 스쳐 지나간 것을 온전히 가졌다고 여겼다.사생아는 나를 끌어내리기 위해 스스로 독이 든 차를 마셨다."당신과 함께한 모든 시간이 끔찍할 지경입니다."마음을 다해 사랑한 약혼자에게는 배신을 당했다."소공작 저하를 호적에서 파하셨으니, 더는 부녀 관계가 아니라 하셨습니다."아버지는 끝까지 나를 딸로도, 후계로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차가운 감옥에서 배 속의 아이를 포기하고 죽음을 택했을 때.비로소 오랫동안 놓지 못했던 관계를 끊어낼 수 있었다.지금까지 애써왔던 게 우스울 정도로 너무 외롭고 쓸쓸한 결말이었다.***눈을 떠 보니, 다시 찾아온 17살의 봄.모든 것을 기억하는 약혼자는 울면서 용서를 빌고.아버지는 예전과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이유로 다가온다. "행복해하지도, 웃지도 마. 그냥 평생을 지옥에서 살아.""아버지가 될 수 없었다면, 나를 낳지 말았어야죠."때가 늦은 서글픈 후회라, 이번에는 내가 먼저 그 손을 놓았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습니다

“…그 애가 정말 내 딸이 맞나.”평소와 다른 신경질적인 건조한 목소리.남편이 딸의 출생을 의심했지만,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금방 평소대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힐라네는 그렇게 믿었다.“널 속인 여자의 아이를 위해 평생 희생하겠다는 거야?”“…….”“제발 정신 차려, 르반.”하지만, 남편은 다른 여자의 말을 더 신뢰했나보다. 우습게도.“우리, 이혼하자.”아무 노력도 하고 싶지 않아졌을 때, 힐라네는 마침내 끝을 고했다.분명 행복할 거라 여겼던 믿음은 모두 잘못된 착각이었다.* * *“전쟁을 막기 위해선, 네가 벨제트 대공과 맺어져야 해.”그 후, 레퀴르의 전 황태자이자 벨제트 대공인 아헨과 재혼한 것은 순전히 딸아이를 위해서였다.벨제트 대공비와 새어머니로서의 의무. 그 이상의 것은 기대하지 않길 바랐다.대공 역시도 별다른 욕심은 보이지 않았으니 같은 생각이겠지.그런데 왜일까. 국혼식 이후 치르는 첫날밤에서, 그저 다정하기만 했던 사람이 이상하다.“비. 고갤 드시지요.”“…….”“언제까지 저를 쳐다보지 않을 작정이십니까. 부부의 의무를 다하셔야죠.”아헨의 푸른 눈동자는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같이 빛났다.금방이라도 힐라네를 잡아먹을 것처럼.그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노골적인 집착에 힐라네의 가녀린 어깨가 파르르 떨렸다.

늑대의 아이를 가졌다

여주를 질투하여 죽이려다 흑막에 의해 죽는 비운의 악녀. 라리엔 벨라스테의 어린 시절로 빙의했다. 나는 살기 위해 흑막에게 접근해, 그가 타락하지 않도록 착실히 가르쳤다. 그 결과. “죽여도 돼?” “안 돼.” “알겠어.” 내 말만 잘 듣는 미친놈이 되긴 했어도, 그럭저럭 안심하면서 지내 왔는데……. “여자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고.” “……뭐?” “이렇게만 하면, 충분히 넘어올 거라고 했잖아.” 나를 탐하는 욕정이 가득 담긴, 진득한 손길에 넘어간 게 문제였을까. “아무래도 임신, 하신 것 같습니다.” “……임신?” * * * 죽은 척 도망쳐서 사랑스러운 아이를 낳고 지내던 어느 날. “……라리엔?” 살아 있다는 걸 그에게 들켜 버렸다. “날 속이고 도망갔었던 이유가 저 애 때문이야?” “…….” “네가 다른 새끼의 애를 가져도 상관없어. 그놈 따위, 내가 죽여 버리면 그만이니까.” 하물며 아이를 몰래 기르고 있었던 사실까지도. 차갑게 가라앉은 제이드의 목소리가 섬찟하게 날아들었다. “이번에도 나를 두고 도망가면, 네가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을 망가뜨릴 거야.”

마침내, 그들이 후회할 때

어머니를 죽이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한평생 가족들에게 외면받고 살아온 에스텔. 언젠간 사랑받으리라 믿었건만, 마지막 희망마저도 여동생이 입양되며 빼앗겼다. “언니, 죽어 줬으면 좋겠어.” 여동생은 에스텔의 것들을 하나하나 가져가더니, 마지막엔 목숨마저 앗아갔다. 아무도 제 죽음을 추모하지 않는 장례식을 보며 에스텔은 결심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겠노라고. * * * 그렇게 시작된 또 다른 삶.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에스텔.”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 에스텔의 앞으로 한 남자가 찾아왔다. 미카엘 발데르망. 황제가 되어 에스텔의 죽음을 애도한 유일한 사람. “에스텔, 이 아비가 잘못했다.” “공녀. 이번에도 용서해 줄 거지. 응?” “언니, 미안해. 멜로디는 언니 동생이잖아.” 미카엘 발데르망의 손을 잡으니, 뒤늦게 후회하는 그들. “사랑해 주지 않으실 거라면, 미워하지도 말았어야죠.” 마침내, 손을 놓은 때였다.

이제 네가 후회할 차례야

어머니를 증오해 자신마저 경멸하는 눈빛으로 보던 아버지. 어머니의 죽음으로 원망하던 오라버니. 에델바이스는 평생 그들의 애정을 갈구하며 살았다. 언젠가 돌아봐 줄 거란 희망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너를 불임으로 만드느라 고생했는데, 드디어 이런 순간이 오는구나.” 하나 불임이 되었다는 이유로 연인에게 버려지며 유일하게 믿은 이복언니의 배신을 깨닫는다. “가족이, 되어 주겠다고…… 했, 잖아. 나는, 언니, 동생이잖아…….” 양손을 뻗은 로즈마리가 에델바이스의 가슴팍을 있는 힘껏 밀쳤다. “내 동생. 잘 가렴. 그동안 참 즐거웠어.” 그렇게 에델바이스는 로즈마리에 의해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 * * 기적처럼 주어진 두 번째 삶. 모든 걸 바로잡을 수 있는 과거로 돌아온 에델바이스는 로즈마리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그 첫 번째 시작은. 해군을 다스리는 총제독, 르제노엘 황실의 유일한 적통 황자. 데미안 르제노엘. “공녀는 왜 하필 나를 찾아왔지?” “제 언니가 하지 못할 결혼 상대이시거든요.” 로즈마리가 사랑하는 상대와의 결혼이었다. 믿었던 사람한테 당하는 배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려 주고 싶었다. 평생 숨기고 싶었던 진실이 밝혀져서 모두에게 버림받기를 바랐다. 아주 높은 곳에 올랐다고 착각했을 때 추락하기를. ‘너무 억울해하지 마. 이제 네가 후회할 차례야.’ 로즈마리가 제게 했던 것처럼, 똑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