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이차옥 납치 사건>의 15세 개정판입니다.조선 숙종조에 영의정을 지낸 허적에게는 허견이라는 서자가 있었다. 허견은 아버지 허적의 위세를 빋고 여러가지 패악을 저질렀는데, 그중 하나가 부녀자를 납치하여 희롱한 사건이다. 그 여인은 이동귀의 딸 이차옥으로, 서억만의 아내였다. 때마침 그 시기에는 남인과 서인이 칼날처럼 대립하고 있을 때여서 서인은 남인을 탄핵할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이 사건을 크게 다루었다. 그러나 숙종이 남인의 중추인 허적을 깊이 신임하던 터라 격렬한 탄핵을 받았음에도 무죄를 선고했다. 조선시대 권력자들의 부녀자를 납치하는 행위는 도처에서 이루어졌다.해가 저물어 붉은 빛을 띠고 있을 무렵 숙지의 앞에 안장도 얹지 않은 말 한 필을 몰고 웬 사내가 나타나 마님을 찾았다. 남자의 낯선 음성이 꽤나 기분 나빠 자리를 급히 떠 마님을 찾아 모셔왔다. “서 대감님 댁 마님 맞으시지요?” “뉘쉽니까?” 사내의 말인 즉 차옥의 시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소식이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차옥은 그 말을 황급히 올라타는데 말을 모는 이가 채찍을 마구 치며 달려가, 여종인 숙지는 쫓아갈 겨를도 없이 일단 집으로 뛰어갔다. 그 뒤 기다려도 마님은 오지 않고 그렇게 사흘이 지나고 닷새가 지나가고 있었을 때였다. 대문 앞에 몸을 이불로 가린 차옥이 내팽개쳐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