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15세 개정판]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생각지도 못한 사람에게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진정한 자신을 알아봐 주는 단 한 사람.더 이상 차갑지만은 않은 눈부신 얼음의 대륙에서소민은 지환을 만나 영원의 사랑을 꿈꿨다.그저 숨 쉴 곳을 찾아 남극으로 떠나 온 여자, 이소민.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뜨겁게 사랑했지만 일도 사랑도 모두 떠나가 버렸다. 그 모든 원인이 저한테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소민에게 대한민국은 습하고 뜨거워서 견딜 수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숨 쉬려고 선택한 남극에서 소민은 그를 만났다.주저하는 소민에게 그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밀어내는 소민에게 그가 자꾸만 스며들었다. 도망치려는 소민에게 그가 말했다.“정말 다 알고 있을지 모르죠.”그때부터였을지 모르겠다. 사랑이 시작된 건…….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무작정 남극에 온 남자, 주지환.그도 의사로서의 정의감 비슷한 것으로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많은 죽음들을 접하며 사회 초년생의 열정은 몸도 마음도 고단하기만 한 현실에 점차 바래지고 굳어졌다.그러던 어느 날 지환은 그녀를 만났다.첫눈에 반했다는 표현이 맞는 건지는 지환도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잊히지 않은 그녀를 따라 추운 건 딱 질색인 지환은 남극에 왔다. 그리고 그녀로 인해 그의 마음은 봄날을 맞은 듯 설레고 따뜻했다.
이영이 선우의 몸을 힘껏 끌어안았다.다급하게 이영을 밀쳐내던 선우의 손이. 놀라서 뒷걸음질을 하던 선우의 발이.“……살려 주세요.”울음 섞인 이영의 목소리에 우뚝 멈춰 섰다.살려 달라는 말의 의미도, 112와 119 둘 중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순간 제 가슴을 축축하게 적신 따듯한 액체에 선우의 낯빛이 변했다.“우웩!”계속되는 이영의 토악질에 반듯한 얼굴이 사정없이 찌푸려진 선우가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축축하게 젖어든 첫 만남 이후, 매일같이 불순한 악연을 이어 가는 책방 오늘의 주인 윤이영과 카페 내일의 주인 이선우.“나, 내일이 가지고 싶었나 봐요.”이영이 손을 뻗어 선우의 뺨을 어루만졌다.“내가 윤이영 씨한테 매달린 거예요. 나 좀 열심히 꼬셔 달라고.”“그럼 열심히 꼬셔 볼게요.”더럽게 엮인 선우와 이영의 관계에 조금씩 들쩍지근한 향기가 감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