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헌터 업계에는 매우 기묘한 소문이 하나 존재한다. 그 자존심 하나는 에베레스트산 꼭대기를 찍을 정도라는 S급 최상위 랭커들이 진심을 다해 고개 숙여 충성을 바치는 ‘지배자’가 있다는 소문이다. 당연하지만 사람들은 이 소문을 단순한 루머로 취급한다. ‘그’ 최상위 랭커들이 무려 ‘충성’씩이나 바치는 대상이 있을 리가 없다고.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소문은 진실이며, 소문 속의 지배자는 바로 나다.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주인님, 아무리 입맛이 없으셔도 아침을 드셔야 힘이 납니다. 부디 주인님을 걱정하는 이 미천한 종의 마음을 헤아려주십…….” “글쎄 여기에 당신 주인님 없다니까요.”
어느 날 세계는 멸망했다. 그러니까, 대충 열두 번 정도. ─탑을 오르고, 죄를 마주하라. 그리고 탑의 정상으로 향하여……. “개소리 하고 있네.” 열두 번에 걸쳐 세계 멸망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은 물론이요, 세계 멸망을 막아보려고도 했던 전직 영웅 겸 구세주 주세유. 주세유는 열세 번째로 주어진 새로운 삶에서 인류 멸망의 원인, 칠죄종의 탑 앞에 하늘에 우러러 부끄럼 한 점 없이 선언한다. “이제 안 해. 못 해. 그냥 알아서들 하라고 그래!” 어차피 멸망할 세계를 뭣하러 구해? 그냥 전생의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꿀이나 빨면서 방탕하게 살다가 멸망을 맞이하고 말지! 주세유는 주먹을 꽉 쥔 채 굳세게 결심했다. …물론 전생에 살짝 신세 졌던 남자를 구한 뒤의 이야기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