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왕과 혼례를 올리는 것은 나란다.”적통 황녀 대신 오랑캐로 불리는 북위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 서월.북위에서 적통 황녀로 살아가는 일은, 저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내가 적통 황녀인 이상, 나를 억지로 취하거나 함부로 대하진 않을 것이야.’나는 황녀다.나는 월나라의 적통 황녀…….“역시 더는 참을 수가 없군요.”“예? 무엇을 말입니까?”서월이 순진한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건원이 그런 서월을 번쩍 들어 올렸다.“아……!”“당장 아리따운 비를 데리고 합방을 치러야겠구나.”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합방이라니?그때 건원이 서월의 목덜미에 코를 박았다. 면사포를 뚫고 그의 거친 숨결이 느껴져 서월은 푸드득 몸을 떨었다.“어서 신방으로 가시지요. 내 어여쁜 비여.”눈이 온 듯 새하얀 신방. 그 사내는 먹을 끼얹은 듯 새카맸다.건원은 서월의 손바닥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비스듬히 돌린 채 쏘아보는 시선이 여우보다 교활하고 이리처럼 음흉했다.“비께서 겁을 먹고 도망갈까 어찌나 마음을 졸였는지요.”“……도망이라니요.”새삼스레 깨달은 현실 앞에서 무기력해졌다.모두를 살리기 위해서 자신은 적통 황녀로 위장해 그 역할을 다할 뿐이다.그 후의 일은 모른다. 생각해 보지 않았다.그런 서월을 옭아매는 단단한 두 팔. 여인의 몸이 사내의 안에서 짓눌렸다. “방금 그 말.”“도망가지 않을 거란 말, 반드시 지키셔야 합니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전부 죽었어.”오빠들도, 마을 사람들도 모두 죽임을 당했다.황폐한 사막에 의지할 데라고는 어머니밖에 없었다.“여자아이는 혼자 살아갈 수 없어.”남자아이처럼 보여야 한다며 어머니는 루나의 머리카락을 잘랐다.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죽음의 땅인 사막에서 어머니와 헤어지고,루나는 정말 혼자가 되었다. 남자아이의 삶을 살며.사막의 삶은 잔인했다. 인간은 더 잔인했다.거의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다고 느꼈던 그때,“파… 파디샤시여!”파디샤.왕들의 주인이자 대사막의 지배자.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절대자.“남자는 전부 죽여라.”그의 말 한마디에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희망마저 사라져버렸다.그런데,“오래도록 찾았어, 루.”루는 루나의 어린 시절 애칭이었다.이 애칭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이해해. 시간이 많이 흘렀잖아.”황량하고 거친 사막에서 빛을 잃지 않는 파디샤의 미모보다도 그의 눈동자가 루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까닭은,“나는 하루도 너를 잊어본 적이 없어.”“사, 사하드…?”사하드였다. 사하드의 눈이었다.“아주 오랫동안 준비했어. 살아남아서 반드시 널 이곳에 데려오겠다고. 그리고 마음껏 사랑해 주기로.”“안 돼, 사하드. 이러면 안 돼…….”“제발, 루. 안 된다고 하지 말아줘.”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속으로 침범하는 그의 혀가 달콤했다.사하드는 자신이 여자인 것을 알지 못한다.여자란 사실을 말해도 너는, 내게 다시 입 맞춰줄까?*본 도서는 15세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반푼이 황녀도 쓸모가 있었구나.’오직 황손을 위한 도구로 살다 죽느니,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낫다 생각하였다.“살고 싶어요. 살고 싶습니다.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하지만, 사실은 살고 싶었다.아직 만나야 할 사람도 찾지 못했다.“당연히 살아야지요.”그 순간, 허공을 꿰뚫는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당신의 삶을 이리 만든 자들을 붙잡아 전부 지옥 불에 처넣을 때까지.”어둠 속에서 사자의 목소리가 살기를 띠며 변해갔다. 그러나 유화가 뺨을 기댄 사내의 목덜미는 어미의 품처럼 포근했다. 이제 안전한 걸까? 이제 더는 누구도 의심치 않아도 되는 것일까?그의 품에 안긴 채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 어떠한 근심 걱정도 들지 않았다.“장군님과 동침하고 싶어요.”그래서, 당신 같은 사내라면 처음을 내주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였다.“남녀 사이에 운우지정을 뜻하는……,”“예. 동침(同寢).”“그것이 어떤 행위인진 알고 부탁하시는 겁니까?”“……모르는 게 이상치 않나요?”유화는 허탈하게 웃다, 그의 가슴을 꼭 붙잡고 말을 이었다.“이 말도 기억하나요? 이 품 안이 가장 안전하다 하셨지요.”유화는 손을 들어 비랑의 가슴에 얹었다. 단단한 살가죽을 뚫고 맥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그러니 약조한 것을 지켜 주세요.”*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본 작품은 강압적인 관계 등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구매에 참고 바랍니다. ※본 작품은 리디 웹소설에서 동일한 작품명으로 19세 이용가와 15세 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른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니,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강제로 형질을 숨기고 알파로 살아가는, 오메가 해원. 복수를 위해 오메가 행세를 하는, 알파 아담. 둘은 속에 비밀을 품은 채 정략결혼의 상대로 만난다. “나 마음에 안 들어요?” “지금 해원 씨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거. 그거 다 해 줄 수 있어요.” 최초의 여인을 유혹하는 뱀의 목소리가 이와 같았을까. *** “제가 어떻게 해야 이런 짓을 그만두실 거죠?” “틀렸어요, 해원 씨. 날 길들일 생각 말고, 목줄부터 채울 생각을 해야지.” “채운다고 가만히 있을 성격도 아니잖아요.” “응? 내가 그래 보여요?” 아담이 빙글빙글 웃으며 되물었다. “근데, 해원 씨가 계속 날 피하잖아.” 그래서 확 덮쳐버릴까 했지만. “나 좀 예뻐해 줘요. 그럼 말 잘 들을게.” 고개를 바로 한 아담이 눈을 휘어 웃었다. “응? 해원 씨.” 해원의 이름을 입에 담을 때 아담의 눈빛은, 마치 격정적인 꿈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환희에 차 있었다. 운명의 짝을 만난 알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