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정아, 너 혹시 허철이라고 알아?”전공은 경영학인데 실험 수업만 따로 듣는다는 이 남자.처음 보는 이름인데 같은 조 명단에 있었다.그런데 나 빼고 다들 이 남자를 알고 있는 걸까.“우리 과에 허철 모르는 사람 없을걸? 근데, 쟤가 유명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지.”뭔가 큰 싸움에 휘말렸다고 했다.누군가 본 적은 없지만 엄청난 무용담처럼 전해지는 그의 이야기.실체가 없는 소문만큼 무서운 것도 없는 법인데.잘못 심기를 건드렸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는 걸 아닌지.“뭐가 그렇게 매번 죄송하지?”이게 무슨 인연인지 허철이라는 남자와 계속 부딪힐 일이 생겼다.게다가 분명히 어디서 본 것 같은 이 기시감은 무슨 이유인지.점점 그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던 어느 날,예상치 못한 모습의 그를 마주하고 말았다.피는 머리카락과 빳빳하게 엉겨붙어 있었고, 몸은 축 늘어져 전혀 힘이 없어 보였다.정말 누구와 싸우기라도 한 것인지.이 남자는 도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그런데 왜 자꾸만 저 남자가 신경이 쓰이는 걸까.
*본 작품 4권에는 가학적인 장면과 폭력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서 이용에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연기처럼 사라졌던 친구가 돌아왔다. 그것도 한 회사의 대표이사로. 아주 평범한 하루의 끝, 집 앞 골목길 어떤 남자가 해주의 이름을 부르며 쓰러졌다. 놀람도 잠시, 해주는 그의 존재에 더 진한 당혹감을 느꼈다. 그는 다름 아닌 그녀가 다니는 회사의 대표이사 서태욱이었다. 한국에 들어온 지 2주밖에 안된 그가, 그저 평사원인 그녀의 이름과 집을 알고 있다니? 꿈인지 현실일지 모를 일들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마구잡이로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몰아치는 당황 속에서 그의 요구는 단 하나였다. “같이 살자.” 함께 있는 것. “같이 살자고 여기서.”
죽음을 겪고 깨어나 보니 결혼하기 전이다. 발끝 신경증을 가진 비운의 발레리나라고 불린, 인생에서 가장 비참했던 시절. 서예주화는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기억 하나만을 가지고 그때로 되돌아왔다. 이번에는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 그런데, “제 경호원이시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예주화의 입가엔 의미 모를 웃음이 걸렸다. “저희 스타인 가문에서는 외부인을 경호원으로 채용하지 않습니다.” “…….” “개수작은 다른 데 가서 하시죠.” 과거엔 없던 남자가 등장했다. 그것도 제 경호원이라며. “우리 웃으면서 헤어지죠.” 불편한 적막이 그들 사이를 침투했다. 예주화가 나머지 옷은 입어 볼 필요가 없겠다 싶어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들어갔을 때였다. “안 되겠는데 그건.” “…….” “이렇게 꽉 막힌 공간에서 나누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게 뭐 중요합니까.” 그는 웃음을 머금고 점점 그녀의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 당혹감이 이어지는데. “어머니를 찾아 드리죠.” 갑자기 20년 전 하루아침에 증발해 버린 자신의 엄마를 찾아 주겠노라는 이 남자. 과거가 바뀌었다. 그렇다면 미래도 바꿀 수 있는 것 아닐까? 표지 일러스트: 요리왕 타이틀 디자인: 예낭
복수를 위해 WJ 그룹 후계자 양이문에게 접근한 우미도. “우미도 씨 남자친구 있어요?” “아뇨.” “잘됐네요. 하죠. 약혼이든 결혼이든.” 그룹을 움켜쥐려는 이문과, 그를 몰락시킬 증거를 찾는 미도의 아슬아슬한 동거. 사랑 같은 건 없는, 피차 이용하는 관계였기에 목적 달성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래서 작은 틈 같은 건 신경 쓸 수 없었다. 아니, 쓰지 않았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틈이 없는 남자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어 있었다. 점점 벌어지던 틈이 그 속도를 더하니 제가 가진 것은 찢어진 마음뿐이었다. “왜 울어요? 목적 달성도 했겠다. 맘 편히 가면 되는 거 아닌가.” 남자를 찌를 수 있는 칼이 제 손에 들어왔음에도 눈앞에 내밀어진 등을 내리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