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엄마, 죽지 마.”벌써 열 번째 삶.아홉 번이나 엄마의 죽음을 봤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쿵, 쿵.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황급히 마법진을 그렸다.그리고, 마침내 성공했다.엄마와 나를 학대하던 황제에게서 드디어 벗어나게 된 것이다!“너는 뭐지?”신이 빚어 놓은 듯 잘생긴 남자.에이블란트 대공, 바로 내가 찾던 사람이다.“한 번에 왔어. 찾았다. 내 아빠 후보!”“…뭐…? 아빠 후보?”“응! 나와 내 엄마를 키워 줘!”황당하다는 듯 보는 시선에도 상관없었다.그는 내가 아빠 후보로 점찍은 사람이니까.“내가 당신을 황제로 만들어 줄게!”“하…?”“나는 강하니까!”당신에겐, 내가 꼭 필요할 거야.그러니 우릴 키워 줘!
북부의 대공은 마물로부터 제국을 수호하는 동시에 그 추위를 온몸으로 견뎌 내는 저주에 걸린 자다. 그에게는 본래 괴물 같다는 소문이 붙어 있었으나, 정략결혼을 하게 된 남편이 무척이나 다감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진심으로 사랑에 빠진 제르디아. 하지만 대공이 마물을 처치하기 위해서 자리를 비운 사이 북부의 한기로 인해 심장이 얼어붙는 병에 걸린 제르디아는 임신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약을 먹는데 그것이 시작이었다. 남편과의 관계가 파탄이 나게 된 시작. 아이를 유산하고 불임의 몸이 된 제르디아를 보며 오해를 켜켜이 쌓게 된 에눅스는 죽기 직전의 몸을 이끌고 그녀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며 대공 성을 떠나 버리는데……. 그렇게 수 개월이 지난 후. “나 말이야. 그대를 너무 사랑해서, 이내 바보가 되어 버린 모양이야.” 안 좋았던 일을 모두 잊고 다시 나타난 남편 에눅스. 제르디아는 그의 저주를 제가 막아 줄 절호의 기회가 왔음을 깨닫는다. * “잘 돌아왔어요.” “잘 다녀왔어, 부인.” 함박눈과 함께 떠났던, 차갑디차가웠던 겨울은 더 차갑고 매서운 눈과 함께 찾아왔다. 그 눈을 헤쳐 가며 찾아온 겨울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또한 따스했다. 은발의 머리카락은 햇빛에 반짝였고, 푸른 눈동자에는 온기가 담겼다. 제르디아는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에눅스, 사랑해요…….” 당신의 기억이 없다면,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 채워 줄게요. 사랑받았던 기억만 남기고, 그러고 떠날게요. 1년뿐이 남지 않은 내 생명이 끊기기 전에. 희망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듯 때마침 에눅스가 불길한 기침을 뱉어 냈다. “쿨럭.” “에눅스! 괜찮아요?” “참 이상해, 제르디아. 기침이 멈추지 않아. 피까지 나온다는 말이지……. 내 부인을 두고 죽으면 안 되는데.” 장난치듯 웃는 그를 보는 제르디아의 눈에 눈물이 가득 맺혔다. “내가 살릴 거예요. 그러니까…… 어서 돌아가요, 우리의 집으로.” “응.”
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존경받던 레벤 공작가의 딸 일리나는 오랜 친구이자 별볼일 없는 가문의 차남, 블레이크와 결혼하여 아이까지 임신한다. “너를 평생 사랑해 줄게.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하지만 그가 약속했던 평생은 지독히도 짧았다. 남편인 블레이크의 주도하에 일리나의 아비와 오라비는 목숨을 잃는다. 블레이크는 그녀의 가문을 반역죄로 처단한 공으로 후작위에 오르게 된다. 제 아이의 죽음까지 알게 된 일리나는 살아갈 힘을 잃었다. 제 아이를 더러운 반역자의 핏줄이라 폄하하던 남편과는 헤어지는것만이 답이었다. "이혼해 줘." 살기 위해,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선택한 일리나. 잔인한 남편의 곁을 떠나 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3년 후, 그런 그녀의 앞에 블레이크의 형이 나타나 복수를 종용한다. “사실 말이야, 네가 낳은 아이는 살아 있었어. 네 남편이 그 아이를 죽여 버린 거야. 살아 있는 애를.” 오랜 시간을 함께한 하녀와 그의 형이 전달한 진실. 죽지 못해 숨만 붙어 있던 일리나의 눈에 복수의 불꽃이 번뜩인다. “당신이 원하는 건, 그 전리품이 얌전히 집으로 돌아오는 거겠네요.” “맞아.” “그렇다면 가 줄게요. 당신이 원하는 대로. 일리나 블레어 후작 부인으로 살게요.” 거짓을 고해서라도, 기꺼이 가 줄 것이다. 가장 완벽한 복수를 위해, 그에게 지옥을 안겨 주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