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스티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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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예쁜 원시인

“그거 도마도 파스타 맞아요?”코를 훌쩍이던 버들의 귀에 구수한 문장이 꽂혔다. 도↗마⤻도↝.돌아본 곳엔 새파랗게 젊은 외국인뿐. “조쉬아 에릭슨입니다. 편하게 조씨(josy)로 불러주세요.”만나던 남자가 다짜고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한다고, 5일 전에 청첩장을 보냈다.결혼식장에서 버들은 부지런히 콧물을 삼켜 눈물을 감기로 감추기 바빴다. 그곳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 덥석 말을 붙일 정도로 수더분해 보이는 외국 청년.“누나, 그럼 오늘 깽판 치려고 온 거겠네요?”“나만 손 털고 뜨면 돼.”“눈물 젖은 도마도 파스타를 먹으면서? 누나 혼자? 그럼 누가 알아줘요?”근데, 이 새끼 이거, 깐족거리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누나, 번호 좀 알려줄래요?”“뭐… 하게요?”“얘기요.”세상 다시 볼 일 없을 사람 같아서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았더니,이 천연덕스럽게 누나라고 부르는 외국인이 자신의 번호를 따려 한다.버들은 끝자리 세 자리를 다르게 입력하고 깔끔하게 헤어졌다.그렇게 조씨는 버들의 머릿속에서 잊혀 갔는데…….“버들 누나?”“조씨?”버들이 근무하고 있는 초등혁신학교에 원어민 교사로 그가 오게 된 것이다.결혼식장의 눈물 젖은 도마도 파스타!버들의 얼굴은 남자와 반대로 퍼석 일그러졌다. 말도 안 돼.“앞으로 두고 봐. 어떤 공작새가 심기일전해서 깃털을 다시 꾸미고, 누나 눈앞에 퍼덕퍼덕 할 거거든?”“심기일전 같은 단어는 어떻게 외웠냐?”“이것 봐. 발톱만 본다니까. 꼭.”조쉬아 에릭슨, 일명 조씨는…커다란 덩치를 보면 꼭 외국산 곰이고,관심 가져달라고 마구 치댈 땐 대형견 같고,눈치 빠르게 핵심을 찌르며 말을 걸어올 땐 여우 같고,세상 온갖 밝고 환한 것들의 기운이 뿜어져 나올 땐 해바라기 같고,작정하고 꼬시려 한다며 잘생긴 얼굴을 들이댈 땐 수컷 공작새 같다.햇살처럼 화사하고 잘생긴 외국인 연하남 조씨의세상 무서운 거 많고, 상처 많은 꼰대녀 강버들 꼬시기 대작전!*본 도서는 15세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나를 감금하는 남자

“한가온 씨? 김우진입니다.”발치부터 머리카락 끝까지 남성복 잡지 사진처럼 빈틈이 없는 남자.그 남자를 다시 만난 건 4월 중순, 고인의 장례식장에서였다.“그 여자한테 얼마나 더 받았어요? 증여 마친 건물 말고.”“그쪽한테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할 만큼 넉넉히 받진 못했네요.”가족과 모두 의절했다는 고인이 병으로 생을 마감하며 제게 남긴 땅.그곳에는 말없이 눈물을 참아 내던 고인의 아들도 함께 있었다.“한낱 간병인이 왜 여기까지 곁을 지키는 겁니까? 한몫 받은 값을 하느라 그래요?”남자의 모진 어조가 마음속에 독처럼 번졌다.그런데 난 왜 자꾸 당신이 불쌍하고, 가여워 보일까.“자꾸 그쪽이 거슬려요. 내 눈 밖으로 사라져서 멋대로 혼자 청승 떨고 있는 게 보기 싫어.”“…엄청 이기적인 강박증 같네요.”“당신을 내 눈이 미치는 곳에 둬야겠습니다.”어느 판에도 절대 융화되지 못할 모난 것들이 기막힌 곳에서 얼추 맞물렸다.그를, 사랑하게 된 순간이었다.[본문 중] “당신과 엮이게 된 사람이 어떤진 알아야지.”“그렇게 표현하지 말아요.”우진이 손가락을 움직였다. 만지면 아플 곳을 피해 그가 가온의 옆얼굴을 쓸었다. 여전히 어둑한 눈으로 이어 말했다.“오늘 이렇게 주절거려도, 내일은 당신을 옭아매고서 그럴듯한 말로 정당화할 거예요. 하지만 바깥에서 하는 버릇을 집까지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노력은 해보겠습니다.”그의 집에 돌아가는 일은 어느새 기정사실로 못 박힌 듯했다. 우진은 그다음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가온은 턱이 들린 채 눈꺼풀을 느슨히 내렸다. 상대의 표정을 보지 못하고 입술을 적셨다.“우리, 잘 안 될 거예요. 말도 안 되고 안 어울려요. 사는 세계가 너무 달라요.”“되는대로 싸잡는 말 말고 제대로 설득해. 왜 안 되는지.”* 본 도서는 15세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