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란국 정해력 382년, 태평성대.왕가의 일원인 선명 군이 납치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하필 백란이 그를 찾아내 그와 살을 비볐다는 것 또한,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심지어는 그 당사자인 ‘선명 군’조차도.“그대는 어째서 나를 그리 싫어하지?”“오해십니다. 그건…….”“오해? 대답해 봐. 내게만 그리 매몰차게 구는 이유가 뭐지?” 떠올릴수록 손이 떨려오는 첫 만남이었다.미혼향에 취해 몸을 겹치면서도 저를 알아보지 못하던 선명 군.아직도 그의 앞에만 서면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는데,이런 제 맘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서는 안 됐다.“그러지 말고 내 곁에서 좀 더 머물다 가는 것이 어떻겠소?”“예…… 예? 괜찮습니다. 저는…….”“내가 괜찮지 않아.”상냥함을 가장한 날 선 목소리가 말허리를 싹둑 잘랐다.의도를 종잡기 어려운 싸늘한 눈빛에 까닭 모를 불길함이 차올랐다.“혹시라도 은인을… 찾으신다면 상을 내리시겠군요.”“글쎄. 감히 나를 건드려 놓고 이 지경으로 방치해 두었으니… 상보다는 벌을 내려야 하지 않겠소.”전부 들킬지도 몰랐다.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돌아설 수 없었다.혹시라도 알아챌까 벌벌 떨고 있으면서도 그를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니 이게 바로 그대야 받아야 할 벌이오. 이곳에 머무는 동안, 그대는 나와 밤을 보내야만 해.”*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아란국 정해력 382년, 태평성대.경혜왕의 총애를 받는다는 아란국의 막내 왕자 호명이홍단에게 청혼을 한 것은 가히 모두가 놀랄 일이었다.“홍단 소저. 내 부인이 되어 주시오.”“그, 그렇지만 나으리께서는 남색, 아니 분명 길원 오라버니를…….”타고난 가무잡잡한 얼굴에, 닿기만 해도 부정이 탄다는 검은 피부.홍단과 혼사를 치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망나니 남색가로 유명하다는 호명 왕자만이오라버니와 가족이 되고 싶다는 이유로 제게 청혼을 해왔다.“제가 나으리와 혼인을 하면… 오라버니를 평생 지금처럼 아껴줄 수 있으십니까?”“약조하지. 혼담은 한 번 승낙하면 절대 물릴 수 없소. 그대도 약조한 것이오.”남색가의 부인이라는 오명도 상관없었다.오라버니와 나으리께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했다.그런데.“……미안합니다, 부인의 뒷모습이 너무 예뻐서.”남색가라는 왕자님은 왜 저를 볼 때마다 얼굴을 붉히는 건지.제 몸에 손을 대는 것이 왜 기분 나쁘지 않은지.“어떻,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해….”“괜찮습니다…. 그러니 무서워 말고. 절대 다치게는 하지 않겠습니다.”*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