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BL작품입니다.금선국의 황제는 남자도 안는다지.걸맞은 여식이 없으니 곱상하고 단정한 너도 괜찮을 테다.아들을 향해 그리 말하는 왕의 얼굴은 아비의 것이 아니었다.귀비로 삼을 왕가의 여식을 보내란 황제의 명에,희안은 어미를 잃을 슬픔을 추스르기도 전에 만리타향으로 팔려갔다.원하던 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황제에게 잊혀 후궁의 외진 곳에서 외로이 삼 년을 보냈다.말벗 하나 없는 적요한 나날 속에서 생기를 잃어가던 그에게사신의 신분으로 황궁을 찾은 어린 시절 친우 장오형이 방문하는데….*“희안 나리의 연주가 가장 아름답게 들렸습니다.”가슴 속이 다시금 간질거리기 시작했다.이미 술로 몸이 데워졌는데도 그보다 더 따스한 것이 안쪽에서 피어나듯.꼭 제가 아름답다는 말을 들은 양 귀까지 달아올랐다.어떻게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라 이희안은 그저 장오형을 마주 보았다.그의 다갈색 눈동자에 비추어지는 제 얼굴에 당혹이 번져 있었다.흡사 수줍음과도 비슷하게 보였다.내가 이런 눈으로 그를 보고 있었나. 그가 나를 만져주고, 외로움을 달래주기를 바랐던 것일까.*본 작품은 15세 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왜 거듭해서 나를 살리고선, 이리도 무심하시오?” “소신은 전하의 승상입니다. 신하가 주군에게 의리를 다하는 것에는 이유가 필요치 않습니다.” 누구보다 유능하지만 소수민족 혼혈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으며 살아온 관리 백은래. 바른 말을 하다 수도에서 쫓겨난 그는 황손인 경왕 주자헌의 봉토에 승상으로 부임한다. 제위를 둘러싼 암투를 피해 무관으로서 조용히 살아온 주자헌은 행정을 모두 백은래에게 맡겨 버리려 하지만, 그에게 통치자의 자질이 있다고 믿는 백은래는 집요하게 주자헌을 설득해 함께 정무를 돌보기 시작한다. 백은래의 능력과 품성에 감화된 주자헌은 점차 백은래에게 연모의 정을 품게 되고, 백은래는 그런 주자헌의 마음을 버겁게 여기면서도 그를 향한 충절만은 버리지 못한다. 그러던 중 옥좌를 탐내며 주자헌의 목숨을 위협하는 숙부 서왕이 방문하고, 백은래까지 위험에 처한 것을 알게 된 주자헌은 그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황제가 되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그대를 위해 제위에 오를 것이오.” “소신이 길잡이가 되겠습니다. 부디 소신을 믿고 너른 땅으로 향해 주셨으면 합니다.” 연정과 충심,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의 이름 모를 감정을 품은 채, 두 사람은 각자 서로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데…….
유하국의 왕자 유단영은 왕위에 오른 이복형에 의해 어린 나이에 혈육을 모두 잃고 외딴 집에 유폐되어 자란다. 열다섯이 되던 해, 죽어서도 돌아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볼모가 되어 금선국으로 보내진 그는 다정한 소년 무관을 만난다. “더 극진히 모실 작정입니다. 정말로 잘해 드리는 사람에게는 어찌 대하실지 궁금해서요.” 난생 처음 만나 본 또래 소년은 유단영을 존중하면서도 친근하게 대한다. 소년과 함께 있으면 시리던 가슴이 조금은 녹는 듯했다. *** 5년 후, 상장군 사화운은 자신이 소년 시절 호위했던 유단영과 재회한다. 외로움 속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귀인께서는 사람이 맞으십니까?” “혹 장서각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풍문이라도 도는가?” “사람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도 있나 싶어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어릴 적 인연을 계기로 금세 가까워지지만, 사화운을 정적으로 여기고 제거하고자 하는 태자의 흉계에 휘말리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