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는 모든 날이 후회였다. * 천사의 이름을 가진 '바네사 로호크' 그 눈부신 아름다움 또한 천사와도 같았다. 그런 그녀가 하루아침에 반역죄로 몰락했을 때 그 앞에 나타난 건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빈카르트 대공이었다. "바네사 로호크. 나와 가겠나?" 그는 구원이었고, 빛이었으며, 사랑이었다.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고난도 참을 수 있었고 죽음도 결코 둘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으리라고 그렇게 맹세했는데. 그러나 이 관계는 애초에 시작되었으면 안 됐다. "넌 내 허락 없이 절대로 내게서 벗어날 수 없어.” "난 당신의 곁에 있지 않을 거야. 절대로." 그의 불같은 기세는 남아 있던 사랑의 부스러기조차 모두 태워버렸다. 꺼먼 재는 이내 증오로 탈바꿈되었다. "당신을 사랑하게 된 내가 저주스러워."
반역가의 여식 황태자의 장난감 죽지 못해 사는 인생 이는 모두 리레트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부친의 모반이 실패로 돌아간 후 황태자의 놀잇감으로 전락하고 마는 리레트. 그러던 중 이 무슨 신의 농간인지. 황실과 한패나 다름없는 유스투티아 공작의 네임이 몸에 발현하고야 만다 운명이자 저주 열병이자 낙인 우연이자 악연 네임으로 인해 리레트는 의사와 상관없이 그와 엉망진창으로 엮이고 마는데.. * * * “인사 안 하나?” “……좋은 아침입니다, 공작님.” 사내의 입가에 깃든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다분히 의식적인 미소였다. “아니지.” “네?” “주인님이지, 이제.” 미소는 아름다우나 그 본질은 음흉했다.
이복 언니의 심부름으로 호텔 풀장 파티에 가게 되는 어령.그곳에서 만난 낯선, 잘생긴, 그리고 이상한 남자.“왜 혼자 있어? 누구 보러 온 거야?”“언니 따라서 놀러왔어?”잠깐의 호기심.사소하게 스쳐 지나갈 연이라고만 생각했는데….“너희 언니 만나러 온 거 아닌데?“어령이 만나러 온 건데.”왜 자꾸 자신을 찾아오고.“왜 사과를 해? 귀여워서 그런 건데.왜 자꾸만 이런 말랑말랑한 말을 하는 걸까.* * *어령은 뺨을 줄줄 적시는 물기를 손등으로 대강이나마 닦아냈다. 진정하려고 해도 엉망진창으로 달뜬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와… 시발, 나 개새끼다.”가슴팍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히끅이던 어령이 그 말에 토끼눈이 되어 그를 올려다봤다.“나 진짜 호로새끼야, 그치?”“으, 응?”“어령이를 울렸어, 내가….”“…….”“천하의 호로 새끼네.”“아, 아니. 그 정도는….”작게 말문을 트자마자 그가 고개를 숙여 어령의 입과 뺨에 버드 키스를 남겼다.“지금 호로 새끼 변호해 주는 거야?”“…….”“귀여워….”본문 中
※본 작품은 강압적 관계 및 물리적 폭력과 같은 가학적인 장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바랍니다.초등학생일 적에는 ‘김 씨네 딸’이었고 중학생일 적에는 ‘사기꾼의 딸’이었고 이제는 ‘노름쟁이의 딸’이다.난 이름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마을 안에 내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금 시대에까지 적용되는지 몰랐던 연좌제로 나는 마을에서 먼지만도 못한 존재로 취급됐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살아 숨 쉬든 말든 철저히 무시당했고, 눈에 보이면 더러운 것을 취급하듯 머리채를 붙잡고 내 발치에 침을 뱉었다.그게 나의 고향 암영이었다.그토록 협소하고 고립된 마을에 더 이상 외지인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니만큼 난데없이 나타난 서울의 전학생은 진기할 수밖에 없었다.차무겸.그 애는 내가 버티듯이, 짓눌리듯이 살아온 이 동네 속 붉은 동백나무 저택의 주인이었다. 신기하고 의아했지만, 신경 쓸 일은커녕 엮일 일조차 없으리라고만 여겼다. 순환하는 계절처럼 혹은 비껴가는 바람처럼 이곳에 고이지 않고 스쳐 지나갈 존재라고 확신했다.“안녕, 사은아.”그 녀석이 고향 사람조차 부르지 않는 내 이름을 부르며,“넌 교복이 더 잘 어울린다.”의문스러운 관심을 보이지만 않았어도.* * *“빌붙는 거 싫어한다며.”그를 향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항변했다. 나는 나의 비천함을 잘 알고 있었다. 구질구질함은 언제나 사람을 죄인으로 만든다.차무겸은 꺾인 손등 위에 제 턱을 기댔다. 비스듬히 기우는 고개의 각도가 아무런 악의 없이 개미를 짓밟아 죽이는 어린아이의 호기심처럼 아득했다.“네가 그러는 건 좋아.”“…….”“어디 한번 빌붙어 봐. 혹시 알아? 내가 밑천이고 뭐고 다 내줄지.”
*본 작품은 외전만 19세 이상 이용가입니다. 구매에 참고하여 주시길 바랍니다.돌이켜 보는 모든 날이 후회였다.*천사의 이름을 가진 '바네사 로호크'그 눈부신 아름다움 또한 천사와도 같았다.그런 그녀가 하루아침에 반역죄로 몰락했을 때그 앞에 나타난 건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빈카르트 대공이었다."바네사 로호크. 나와 가겠나?"그는 구원이었고, 빛이었으며, 사랑이었다.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고난도 참을 수 있었고죽음도 결코 둘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으리라고 그렇게 맹세했는데.그러나 이 관계는 애초에 시작되었으면 안 됐다."넌 내 허락 없이 절대로 내게서 벗어날 수 없어.”"난 당신의 곁에 있지 않을 거야. 절대로."그의 불같은 기세는 남아 있던 사랑의 부스러기조차 모두 태워버렸다.꺼먼 재는 이내 증오로 탈바꿈되었다."당신을 사랑하게 된 내가 저주스러워."
사귀었다.그리고 헤어졌다.그럼에도 끝이 아니다.어딜 가든 열렬한 시선이 따라붙고, 갖은 뒷말이 달라붙었다.우리 속에 갇힌 동물의 꼴로 전락하는 것.그게 바로 깨진 CC의 숙명이었다.* * *“왜 졸업 안 했어?”“……뭐?”“왜 내가 너 다시 만나게 하냐고!”성마르게 튀어 나간 어조 끄트머리가 추하게 갈라졌다.“너 있을 줄 알았으면 복학 안 했어.”“그럼 내가 네 사정에 맞춰서 졸업이라도 했어야 해?”“너도 나 보기 싫은 건 피차일반일 거 아니야?”이시현이 헛웃음을 터뜨렸다.“너 여전하다.”움찔.나도 모르게 손을 말아쥐었다.“진짜 여전해.”한 발 가까워진 통에 조금 더 명료해진 그의 눈길은 지긋지긋하다는 감상이 전부였다.그게 마음속에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박혔다.본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