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나로
윤나로
평균평점 2.75
후회는 여기까지

못생기고 멍청한 마그놀리아, 가문의 수치이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마그놀리아. 모두가 그녀를 그렇게 불렀다. 시키는 것도 제대로 못 하고, 그렇다고 빼어난 외모로 온 사교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닌 덜떨어진 ‘하이드’.  그 모든 오점들이 자신의 탓인양 입을 다물고 그저 시키는 대로만 살았다. 입을 연 게 잘못이라면 입을 다물었고, 숨을 쉬고 있는 것이 잘못이라면 숨을 참았다. 그렇게 어머니가 시키는대로 살던 그녀의 앞에,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생각해. 그대는 그래도 돼.”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내가 원하는 건 그대 하나야.” 멍청하게 그것이 영원할 거라 믿었다. 금방 다시, 그 끔찍한 지옥이 저를 덮쳐올지도 모르고. *** “말하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할 거야, 매니.” “…….” “네 옆에 있는 전부를 치워버릴 거야. 아까 저택에 가서 봤더니 하녀 상태가 가관이더군. 그 하녀도, 네 원래 하녀들도, 그리고 저기 널브러져 있는 앨빈 오웬도 전부 치워버리고 네 옆에 나만 남게 할 거야.” 낮게 끓는 진심이었다. 마그놀리아의 곁엔 아무것도 남을 수 없었다. 그, 혹은 그의 마음, 혹은 그의 물건만이 그 옆을 차지할 수 있다. 그것 외에는 그를 대신할 그 누구도, 그 무엇도 그 옆을 채우게 두지 않을 것이다. “네가 날 질려 한다고 해도 할 수 없어, 매니. 난 널 내칠 생각이 없거든.” 너는 공작부인이 될 거고, 나는 영원히 네 옆에 있을 거야. 낮게 뇌까리듯 중얼거린 그의 진심이었다.

악녀, 그만두겠습니다
2.75 (2)

원했던 것은 단 하나였다. 그가 나를 온전하게 해준 것처럼, 그를 온전하게 해줄 사람이 오직 나이기를. 10년도 더 되는 시간 동안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었고, 그 역시도 그런 나를 알고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그 미소가 난처한지 어떤지, 읽어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혼자만의 착각에 살던 내가 마주한 것은, 비록 추운 겨울의 꽃처럼 파리하고 눈에 파묻힌 나뭇잎처럼 초라한 것이었지만. “소개할게, 아네트. 여긴 내 약혼녀, 안테이아야.” “처음 뵙겠습니다, 공녀님. 안테이아 펠리시스라고 합니다.” * * * “제 평생을 바쳐 전하만을 바라봤어요! 순식간에 제 인생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기분을 전하는 모르시잖아요…….” “내가 알아야 하나? 난 내 아내의 감정만으로도 벅찬 사람이야.” 내가, 내가 더 잘할 수 있어, 내가 더 오래 사랑했고, 내가 더 많이 줄 수 있어. 나는 메르세데스고, 이 나라의 공작의 딸이고, 내가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데……. 그렇게 길고 긴 울부짖음이 잦아 들어갈 때쯤, 그 ‘꿈’을 꿨다.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고 종내에는 내 삶을 온통 흔들어놓을, 그 꿈을. 나의 망상이 만들어 낸 꿈? 아니면…… 현실? 지금부터 그걸 알아내야 했다.

남편을 버렸는데요, 남편이 다시 생겼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지긋지긋하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삶이니 앞으로는 모든 것이 완벽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나를 손에 넣고자 하는 황태자의 계략과 아버지의 지칠 줄 모르는 이간질 뿐. 모든 것을 끝내겠다고 다짐한 그 날,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 * “저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공작님. 어젯밤은…… 정말 감사했지만, 거기까지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를 내쳤다. 나를 만나고 내내 마음고생했을 그를 좀 더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 “불편하게 해 드린 것 같아 죄송하지만, 영애를 꼭 한번 다시 뵙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왜인지 내내 내 앞을 맴돌았고. “그럼에도 영애가 눈에 밟히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겁니다. 제발 안전하게만 계셔 주십시오.” 내 안전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으며. “그대를 위한 시간은 언제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엘로이즈. 부디……  그런 걱정 말고 저에게 집중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시도 때도 없이 눈웃음을 흘리며 어딘지 간절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꼭, 내 생각을 전부 알고 있는 사람처럼.

절륜한 흑막의 집착을 받게 되었다

“설마 정말 사랑이라고 생각했어, 멜? 그래도 조금은 똑똑한 줄 알았는데.” 반역에 성공하고 마침내 대관식이 치러지던 날이었다. 모든 걸 바쳤던 남자에게 죽임을 당한 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내 인생 같은 건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  사랑한다는 말로 내 눈과 귀를 가리고, 나와 가족들을 죽인 그에게 복수할 수만 있다면. 내 손에 죽어간 남편을 살릴 수만 있다면. 되돌아온 것이 전생의 결혼식이라는 걸 깨달은 그날. 나는 남편과 계약을 맺었다. 황태자인 당신을 반드시 황제의 자리에 올리겠다는 약속이 담긴. “대신 5년 뒤, 전하께서 황제가 되신 후에는 저를 궁에서 내보내 주세요.” 복수는 얼핏 순조롭게 시작하는 듯 보였다. “나는 그대를 내 곁에 두고 싶은데, 안 됩니까?” 다시 만난 남편이 과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기 전까지는! *** “그대가 원하는 사내가 되려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니, 아멜리아. 달큰히 귓가에 달라붙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은밀하게 귓가를 파고들어 제게서 고개를 돌리지 말라 애원했다. “부디 곁을 허락해 주세요.” 그가 살풋 눈을 접으며 내 머리카락을 한 줌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마치 보란 듯 그것을 입가로 가져가 나와 맞춘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느릿하게 입을 맞췄다. 온몸이 발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아찔한 시선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그대를 떠나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당연하나, 당연하지 않은 것

“이혼해 주세요, 각하.”“……지금, 뭐라고?”“이혼해 달라고 했어요, 공작 각하. 이제 목적은 다 이루신 것 같아서요.”더 이상 제가 필요 없으시잖아요.아리아드네 페이튼은 자신의 오랜 짝사랑에도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내가, 이걸 허락할 거라고 생각했나?”그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을 뿐.*페이튼 후작가의 금지옥엽, 아리아드네 페이튼.아무도 그녀의 섬약함을 탓하지 않아 오히려 더 앓았던 그녀의 눈앞에,어느 날 마법처럼 나타난 한 남자.“기, 길을, 잃으셨나 봐요…….”“예, 나가는 곳을 찾고 있는 중이었습니다만…….지금은 오히려 길을 잃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그녀에게 위로였고, 안식이었으며 한편으로는 이상향과도 같은……. 키에론 앰브로스.그러나 그때는 몰랐다.어떻게든 성사시킨 결혼이 파국이 될 줄은.“이럴 줄 알았으면 결혼 따위 하지 않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