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실종된 서주그룹의 둘째 딸이 돌아왔다.땅끝 마을 보육원에서 자라 온 송지애.그녀는 하루아침에 서주그룹 서지애가 되어돈과 집, 그리고 그토록 원하던 가족의 품을 찾는다.“……안녕하세요. 서지애라고 합니다.”하지만 실상 타인의 삶을 가로챘을 뿐.그녀는 언제 들킬까 전전긍긍해하면서도손에 쥔 것들을 절대 놓을 수 없다.그렇게 1년이 지나고모든 것이 순조롭다 싶었지만…….갑자기 이상한 관심을 보이는 오빠 서이형이그녀의 목을 점차 죄어 오기 시작한다.“난 널 아직 내 동생이라고 인정하지 않아.21년 만에 기적적으로 나타난 널, 아직 못 믿는다는 뜻이야.”그리고 그녀는 우습게도 서이형에게 마음이 흔들려 버린다.“빨리 이거 놔요. 누가 보면…….”“누가 보는 게 어때서.”“…….”“사이좋은 남매라고 생각할 텐데.”그가 자신을 언제 파헤칠까 두려워해도 모자랄 판에.
“립스틱, 너랑 안 어울리는 색이야.”문득 진한 색조가 방해가 된다는 듯 그가 엄지손가락으로 서경의 입술을 쓸었다.“이게 제일 잘 어울려.”도톰하게 본연의 색을 찾은 입술이 만족스러워 주한은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그저 사랑도 없는 3년짜리 계약 결혼이었다. 날아 보기도 전에 날개를 빼앗겨 버린 신인 배우 도서경과 그 날개를 다시 찾아 줄 방송국 대표 최주한의 결혼은.하지만 서경은 주한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우리…… 여기까지 해요.”그런 그에게 결코 말하지 못할 비밀이 생겨 버렸다.“아직 계약 기간 1년 정도 남은 거 알아요. 1년만 일찍 이혼해요.”남편 주한과 자신의 아이가 배 속에 자라고 있다는 것.「마지막, 을 ‘도서경’이 만에 하나 계약 기간 중 갑 ‘최주한’의 아이를 임신했을 시……배 속의 아이는 반드시 지운다.」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남자에게 이별을 고했다.“웃기지 마. 우리 부부 생활이 끝날 때까지 모든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 지금 네가 하고 싶다는 그 이혼도.”화난 그의 음성이 강압적으로 끝을 맺을 때,“똑똑히 들어. 네 이 작은 몸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내가 갖고 안 놓아줄 거야.”그가 손을 뻗어 서경의 몸을 으스러트릴 듯 강렬히 끌어안았다.
신혁은 윤주의 첫사랑이었고 첫 남편이었다.3년 전, 갑작스러운 화재가 그의 기억을 삼켰고,윤주는 저를 잊은 그를 두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배 속에 신혁의 아이를 품은 채.“남윤주한테 다른 남자가 있었을 줄은 몰랐어.”“……설마 제가 평생 이사님만 좋아할 줄 알았어요?”“응, 그렇게 생각했나 봐.”그가 저를 찾기 위해 덫을 놓았다는 것도 모르고.“아이 아빠 많이 사랑했어?”“……아니요. 그냥 잠깐 만나던 남자였어요.”“많이 컸네. 남윤주.”거짓말을 들켜 버린 것 같아서 심장이 세차게 동요했다.“하긴, 이제 장학 재단 다니던 그 어리고 가난한 남윤주도 아니니까,”뒤엉켰던 입술이 멀어지고,“그럼 나랑 잘 수도 있겠네.”그의 시선이 위험하게 번득였다.“기억도 안 나게 하루 종일 해 줄 수도 있어.”
“일주일에 세 번 집으로 와요. 오늘처럼, 그 집으로.”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일하게 된 수목원에서 우연히 알게 된 동생 혜정의 재촉으로 나갔던 맞선. 남자를 본 순간 첫눈에 사로잡혔지만, 자신과 다른 위치에 있음을 깨닫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는데 다시 마주치다니. 그는 수목원의 실소유자이자 현강 그룹의 한이재였다. “미리 말하지 그랬어요. 윤서안 씨 부탁이라면 들어줬을지도 모르는데.” 서안이 수레국화 축제를 기획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재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게 되고. “두 시간도 좋고 한 시간도 좋고. 그래 30분도 괜찮아.” 차고 오만한 눈이 서안을 집요하게 따라왔다. 서안의 시간을 온전히 소유하고 싶다는 눈길 “여기 올 때만이라도 나랑 연애합시다.” 결국 서안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사람 잠 못 자게 만들어 놓고 그런 표정 지으면 곤란하지.”오만한 얼굴이 해주의 얼굴을 훑으며 내려갔다.태화 그룹 태승조 상무.해주의 상사.해주의 첫사랑이자 오랜 짝사랑.“앞으로 선해주 씨의 잠자리 상대는 나로 하죠.”선해주는 나를 좋아한다고 했고 나는 그런 네 몸이 마음에 드니까. 무척 좋았거든.무심하게 그날 밤 해주를 떠올리며 그의 것처럼 감상하는 시선이었다.눈을 꾹 감은 해주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그녀의 입술을 문지르던 단단한 손끝.거칠고도 선명하던 욕망이 내비치던 그의 검은 눈동자.어쩌다 그와 이렇게 되었을까.해주는 승조의 품에서 뛰어대는 심장 소리를 힘겹게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