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작 개정판입니다.)문화재 복원사 이채와 베스트셀러 작가 도하의 평범하지 않은 첫 만남 이후,여행을 떠난 언니의 집, 토마토 빌라 501호에 입주한 이채는베란다를 사이에 두고 도하와 재회한다.그날 밤 찾아든 강도를 시작으로 이채의 인생은 스릴러로 돌변한다.위험이 닥칠 때마다 도움을 주는 도하에게 마음이 기울지만이 남자, 어딘가 이상하다.“작가님은, 지금 몇 년도를 살아가고 있어요?”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은 두 사람은 각자의 목적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다.이채는 도하를 대신해 동생인 류하를 찾기로 하고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도하, 공 작가와 마주친다.원래는 인연이 없었던 이채와 현재를 살아가는 공 작가가 엮이면서도하가 속한 미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3년의 시간은 뛰어넘어도, 상대방 집의 현관문은 넘어설 수 없는 이채와 도하.그리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이채에게 직진하는 공 작가까지!과연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까.
특약 사항: 유신록은 고한라와 하루 24시간 중 1시간 이상을 함께 보낸다. 문제없이 논의했다 생각했던 보타닉 월드 토지 거래 계약서에 적힌 말도 안 되는 특약 사항을 보며 신록은 머리가 다 어지러웠다. 휘말리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으나 어디로 봐도 장난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한라의 태도를 보며 두 번 다신 만나지 말자 거절했기에 이 만남 역시 끝났다 믿었다. 그런데 자꾸만 고한라가 유신록의 삶에 끼어들기 시작했다. 맞선 대상으로, 아니면 같은 헬스장에서, 심지어는 할아버지 은인의 손녀로 닿아 비서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대체 왜 1시간에 집착하는 겁니까.” “그게 싫으면, 나랑 결혼할래요?” 차라리 제게 첫눈에 반한 거라면 이해라도 갈 텐데, 그녀의 눈에선 일말의 애정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유신록 씨와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포기하지 못해요.” 정신이 들었을 땐 이미 그녀의 세상에 빠진 뒤였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들이 그에게 벌어진다!
“사실 꿈을 꿨거든. 예지몽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아서.” 손가락으로 유하의 가슴을 쿡 찔렀다. 티셔츠 안쪽의 근육이 바짝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가벼운 접촉이었을 뿐인데 유하의 호흡마저 느려졌다. 괜히 민망해진 나는 슬쩍 손가락을 떼어 내며 말했다. “꿈에서 네 몸 여기쯤 점이 있었어.” “그러니까 정말로 이 자리에 점이 있으면 예지몽이다?” “응.” 유하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무슨 꿈인데 내 가슴에 있는 점을 봤어?” 내 얼굴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반응으로 유하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했다. “야한 꿈이었나 봐?” “……그렇긴 한데.” “좋았어?” 은근하게 물어 오는 모습이 얄미웠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좋았나 보네. 누나 지금 얼굴이 얼마나 빨간지 알아? 그런데 예지몽이 맞다면 그 장면이 우리의 미래라는 거지?” “그러니까 요망하게 웃지 말고, 그 티셔츠 좀 벗어 봐.” 유하가 고개를 기울이더니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티셔츠만 벗고 끝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