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오후
평균평점 3.90
마이어가의 스나이퍼
4.67 (3)

어릴 적 아버지의 학대로 통각상실증에 걸린 ‘윤’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검은 눈동자에 흥미를 느낀 암흑가의 보스 카눅스에 의해 조직에 편입된다. 그는 차기 가주인 루카스에게 윤의 모든 관리와 교육을 맡기는데… 그렇게 암흑가의 세계로 뛰어든 지 어언 8년째. 총을 다루는 일이 생각보다 적성에 맞았는지 일류 스나이퍼가 되어버렸다. 무심한 눈동자와 가끔 입꼬리를 끌어 올리듯 웃는 얼굴. 지루해 보이는 표정과 멍한 목소리. 권태로움을 숨기듯 거는 장난까지. 허공에 떠다니는 공기처럼 의미 없는 삶을 살던 그녀 앞에 운명을 뒤흔들 남자들이 나타나는데....! 구원과도 같았으나, 온기마저 빼앗은 무통증. 과연 그녀는 감각을 되찾고 그토록 원하던 온기를 느낄 수 있을까. * 이 작품에 나오는 ‘통각상실증’은 현실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뜨거워?’ 불현듯 스쳐가는 생각에 윤의 눈이 떠졌다. 내가 지금 뜨겁다고 생각한 건가? 윤이 굳은 듯 멈춰 섰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그가 느릿하게 입술을 떼어냈다. 맞닿은 입술이 야릇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왜 그러지?” 윤은 멍하니 시선을 내려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그의 눈가엔 열기가 가득했다. 윤의 손이 느릿하게 그의 뺨에 닿았다. 그대로 고개를 숙인 윤이 그와 이마를 맞댔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심장박동이 점차 빨라졌다. “…뜨거웠어.” 윤이 토해내듯 말했다. 분명 뜨거웠다. “그게 왜,” 뭐가 문제냐는 듯 묻던 그의 입술이 놀람으로 벌어졌다. “뜨거, 웠다고?”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윤은 멍하니 제 입술을 쓸었다. 처음 느껴보는 기묘한 감각과 순간적으로 느껴진 뜨거움이 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이럴 거면 치료 말고 아무나 붙잡고 키스나 해볼걸.” 윤이 멍하니 중얼거리자 그가 굵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그게 방금 덮친 상대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곽산황아
2.75 (2)

서라국의 황태녀 황여안. 담 너머 들리는 아름다운 가락에 마음을 빼앗기다.어쩌면, 나의 미련한 연모의 시작은 흐드러지게 핀 벚꽃 아래 선 당신을 눈에 담은 순간부터였던 것 같다.그저 귀에만 담아 둘 것을. 지나쳐 갈 것을. 호기심이 뭐라고 담을 넘어 당신을 보았고, 눈에 담았고, 어리석게도 마음에 품었다. 그 아름다운 가락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른 채.혼인 후 초야를 거부하는 당신을 보며 알았다. 당신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만들었던 그 가락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곡이었다는 것을.봄날에 부는 바람처럼 온화하던 당신의 눈동자에 나를 향한 원망이 비쳤다. 그날 나는 결국 당신에게서 도망치고 말았다. 비겁하게.그렇게 남보다 못한 부부로 지낸 지 어언 5년이 되던 해. 나는 당신을 놓아주기로 했다. * * *“가지 마십시오.”5년을 한결같이 차갑던 사람이다.“저조차 몰랐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관절 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그랬던 이가 내게 사과를 하고 있었다.다른 이도 아닌 당신이.“해서 후회합니다.”고아하던 당신이.도도한 달님 같던 당신이.“잘못했습니다.”내 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니 제발 그리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보지 말아 주십시오. 저를 지나치지 말아 주십시오.”그토록 간절했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내가 당신을 놓으려 할 때가 돼서야. 당신은 나를 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