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든가 아님, 죽든가.” 황제의 정체를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을 강요받게 된 피폐 소설 여주 ‘샤미’로 눈을 떴다. 하필이면 비극이 시작되는 딱 그 순간에! 내가 살 길은 원작 남주가 반란을 일으키기 전에 그와 헤어지고 황제를 피해 튀는 것뿐이라 생각했다. “평범한 남매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오라버니.” “평범한…… 남매?” “……네.” “우리가 언제 평범한 남매였던 적이 있던가. 언제를 말하는 거야.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께서 널 데려온 그 날? 네가 날 처음으로 오라버니라 부른 그 날?” “오라……버니?” “너와 나는 단 한 번도 남매였던 적이 없어. 그렇지, 샴?”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이자, 오리헨의 최고 기사 단장인 그는 결별을 원치 않았다. 그렇게 원작 남주인 ‘레오’와 헤어지려는 계획은 와장창 일그러진다. 거기다 믿을 수 없게도, 황제에게 빙의했다는 사실을 들키고 마는데. “역시…. 그랬군. 내 착각인 줄 알았는데.” “......?” “넌 누구지?”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찮다!? “너를 욕하는 자들은 모조리 없앨 거야. 그런 것들은 내 나라에 필요 없거든. 아, 그 반대도 마찬가지. 너를 사랑하는 자들도 죽일 거야. 그 또한 기분 나쁘거든.” “…….” “오늘은…… 그래, 경고한 거지. 입들 조심하라고.” 무심한 설정의 원작 조연이 내게 집착하기 시작했다. 이 소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번엔 그냥 쉬려고 왔어.”“흐음… 그럼 편히 쉬다 가세요.”“정말이라니까.”“제가 다른 말 했나요?”언제나 근처에 머무르고 있지만 몇 발자국 거리를 두고 있는 이 남자.모든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하는 기색에도,그가 목적을 위해서는 무슨 짓도 하는 잔인한 사람이라는 말에도,이 남자는 다정한 사람이라고 여기며 그를 믿었지만,따로 약혼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에는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다른 사람과의 결혼을 앞두고도 우리의 관계는 달라질 게 없다는 그.그를 떠나려는 내게 그는 나를 가지겠다고 말한다.난, 그의 무엇일까.나를 향한 그의 마음은 사랑일까 집착일까.“네 곁에 머무르고 싶었어. 지키고 싶었나 봐. 다른 이에게서도, 나에게서도. 서헌아, 난 널 충분히 아꼈어. 너무나도 사랑했어.”그를 향한 나의 마음은.사랑해서 슬픈 것인지, 슬퍼서 사랑하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나는.여전히 사랑해요. 두렵지만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