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다. 그 속에 풍자와 해학이 있고, 의리와 신의, 협객의 도가 담겨 있다. 물론 사악하고 교활하며 야비한 것도 존재한다. 인생이라는 게 바로 그런 것 아닐지.... 나는 이 글 속에서 서로 다른 성격과 행동 패턴을 가진 몇 사람의 엇갈리는 운명을 한 번 집요하게 따라가 볼 작정이다.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일한 시대와 공간을 살아가는 그들이 결국 어디에 도달하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갑자기 커진다. 그들의 길지 않은 인생 여정 동안 부딪치는 일들을 통해 과연 누가 세상을 이롭게 하거나 해를 끼치는 자들인지, 누가 선하고 악한지 관찰하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특히 의외성을 가진 주인공이라면 더 그럴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며 유쾌하게 웃고 즐기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세상에 대해서, 강호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면 좋겠다.
조선시대 명종 임금 때에 활약했던 임꺽정의 이야기는 워낙에 유명한 것이라 따로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임꺽정이 토포사(討捕使) 남치근에게 잡혀 죽은 그 사건의 뒷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보았다. 이 글은 조선조 13대 왕인 명종 시대를 무대로 해서 당시의 악명 높은 권신이었던 윤원형과 요부 정난정 그리고 명재상 정유길과 남치근, 토정 이지함, 보우선사 등 실존했던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들이 얽히고 풀려가는 이야기이다. 그렇다고 본격 역사소설은 아니고, 적당한 허구와 가상의 사건이 그 시대상 속에 녹아들어가 있는, 말 그대로 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활극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임꺽정이 죽지 않고 살아서 숨어 있었던 것이라면? 하는 막연한 상상에서 시작한 이 이야기는 그에게 한을 품은 주인공 이장생(李長生)이 칼 한 자루를 들고 세상 끝까지 그의 존재를 찾아다닌다는 게 큰 줄거리이다. 그것에 역사 속 인물들과 다양한 관계와 정서로 얽히면서 가지가 뻗고 잎이 돋아난다. 그 과정에 사랑과 음모, 배신, 애증이 있다는 것은 여타 소설들과 다를 바가 없다. 소설 속에서 당시의 시대상과 함께 눈부시게 활약하는 이장생의 삶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보고 말았다!눈이 점점 커지고 목이 말라 온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땀내음이 풍긴다. 얼핏얼핏 시야 속에서 핏방울이 튕겨오른다. 씨이잉- 칼바람 뒤에는 쪼개진 시신들. 그 뒤를 좇는 무심한 눈빛들.무릎까지 빠지는 설원을 걸을 땐 경공을 익히지 못한 주인공이 안타깝고 활활 타오르는 만금루에서 뛰어오를 때는 내 엉덩이가 후끈해진다.요즘의 지루한 무협 속에서 화들짝 깨어나도록 사나이의 땀내음과 칼바람을 온몸 가득 느끼게 해준다.앞으로도 계속될 칼바람과 더욱 짙어질 피내음에 적지않게 흥분하고 또한 기대하는 것은 이미 풍운제일루에 전염되었음인가?
사문에서 쫓겨난 유하(柳河). 그가 홀로 강호를 주유하며 겪게 되는 모험과 사랑의 대서사시.비정하고 비장한 세상 속에서 검 한 자루에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운명과 맞서 나아가는 열혈의 사나이들, 그리고 뜨거운 여인들. 의리와 순정과 배신이 공존하는 세상에 홀로 뚝 떨어진 유하는 바로 당신의 지금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화산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 속에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세상의 끝으로 가는 주인공. 그의 고독한 여정은 하나의 노래가 되고 시(詩)가 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 정의와 불의를 누가 규정할 수 있을 것인가. 세상을 상대로 홀로 싸워가는 한 인간의 처절한 고독이 아름답고 웅장한 서사(敍事) 속에서심금을 울리는 노래로 승화되어 가는 과정이 바로 이 글이다.
<흑풍구> 새로운 대륙, 새로운 강호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검은 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찬란한 영웅들이 있고, 그들의 영혼을 탐내는 어둠이 있다. 그 혼돈의 시대에 태어나 불굴의 기백을 지니고 전장을 치달리던 장수 황보강. 그를 쫓는 〈악몽〉들. 그리고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결정지어진 고난. 그것들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그의 분신이기도 하다. 어느 날 황보강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운명에 굴복하고 나 또한 〈악몽〉이 될 것이냐 아니면 내 손으로 내 운명 을 만들어 나가는 자가 될 것이냐…. 전자의 길은 편하고 달콤할 것이며, 후자의 길은 가시밭길이 될 것이다. 〈악몽〉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어둠이다.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 순간 황보강과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지 않던가. 그리고 무엇을 택하든 모든 운명은 〈무정하(無情河)〉에서 비로소 끝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