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서는 '자각'의 15세 개정판입니다.]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정연과 윤성.친형제처럼 사이가 좋던 두 사람의 관계는 정연이 고등학생이 되고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그러던 중 정연은 제 마음을 자각하게 되고, 윤성과 거리를 두기로 마음먹었다.-본문 중에서-“다됐다.”다행히도 오늘은 사고 없이 떡볶이가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정연이 완성된 떡볶이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릇을 꺼내 예쁘게 담아낸 정연은 수저를 챙겨 윤성의 앞에 놓아주었다.“먹어봐.”정연은 자연스럽게 윤성의 맞은편에 앉았다. 금방이라도 수저를 들어 떡볶이를 맛볼 거 같던 윤성은 의외로 잠잠했다.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정연이 의문을 가지는 사이 윤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왜 그래? 무슨 문제 있…….”순간 정연의 목소리가 멈추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윤성이 정연의 옆으로 와 앉았기 때문이었다. 당황한 정연이 윤성의 반대편 쪽으로 몸을 슬쩍 빼고 말았다.“왜, 왜?”“그냥. 여기 앉고 싶어서.”당당하게 정연의 옆자리를 차지한 윤성은 젓가락으로 떡볶이를 집어 앞으로 내밀었다. 떡을 집은 젓가락은 그대로 정연의 입가에 놓이게 되었다. 정연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자 윤성이 입을 열었다.“먹여주는 거잖아. 아, 해봐.”“윤성아.”“팔 떨어져. 얼른.”윤성이 떡을 자꾸 들이대는 바람에 정연의 입술에 소스가 살짝 묻었다. 이대로 받아먹지 않으면 윤성의 고집이 계속 될 거 같아 정연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어야만 했다. 정연이 입을 벌리자 윤성이 떡을 먹여주었다. 일부러 정연의 입가에 소스를 묻힌 윤성은 젓가락을 들지 않은 손으로 그것을 닦아냈다. 그걸 그대로 가져와 혀로 핥는 윤성을 보며 정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나윤성!”“왜? 입가에 묻어서 닦아준 것뿐인데.”“네가 묻힌 거잖아!”“내가 아니라 네가 묻히고 먹은 거지. 그런데…….”이번엔 또 어떤 말을 하려고 뜸을 들이는 걸까. 정연이 긴장한 채 윤성의 말을 기다렸다. 얌전한 정연이 마음에 들었는지 윤성이 얼마안가 뒷말을 꺼냈다.“생각한 것 보다 네 입술이 부드러워서 놀랐어.”“!”“여기에 닿으면 어떤 느낌일까?”불쑥, 가까이 얼굴을 가져온 윤성에 정연의 심장이 요동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