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을 달리는 전역돌 신도진과는 오해로 시작된 만남이었다. 8년 차 연습생 문수혜는……. “꽃 예쁘네요. 내 팬인 거죠?” “아뇨…….” 그를 같은 소속사 선배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난 당신 1호 팬이잖아요.” “…….” “내가 수혜 씨에게 했던 말은 언제든 변하지 않아요.” “……했던 말, 이라고요?” “적어도 내게 만큼은, 당신이 유일한 만점이에요.” 수혜는 끊임없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숨을 줄기차게 받아내느라 아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귓바퀴에 닿아 오는 숨에 솜털이 곤두서는 기분. 짜릿했다. 대표를 비롯한 모두가 안 된다고 했지만, 1호 팬을 자청하는 신도진 덕에 수혜는 기적적으로 무대에 올랐다. 거짓말 같은 데뷔, 쌍방 팬을 넘어서 두 사람은 깊디깊은 로맨스를 마주하게 되는데…….
사고로 기억을 잃었더니 완벽한 보호자가 나타났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곤란하다면 날 이용해요.” 한결같이 선해 보이는 남자는 이름도 선한결이었다. 갈 곳 없는 수정에게 그는 병원비, 옷, 직장, 둘만의 보금자리까지 아낌없이 제공해 주었다. “수정 씨 취향이 뭔지 몰라서 다양하게 준비해 둔 거란 말입니다.” 한사코 거절해도 기어코 트라우마까지 온기로 감싸주는 은인 역할을 자처했다. 왜 이렇게 호의를 베푸냐고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당신에게 눈을 뗄 수 없어섭니다.” 수정도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한결을 충실하게 보좌하는 비서가 되었다. 차츰 가슴은 빠르게 뛰었고 그를 향한 마음은 커져만 갔다. 그렇게 서로 모호한 마음을 숨긴 채 동거한 지 1년. “당신이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할 일은 없어요. 설령 우리가 어떤 짓이든 한다고 해도.” 그가 자꾸만 유혹해 왔다. 그런데 이 사람은. “세대주 선한결, 배우자…… 진수정.” 알고 보니 이혼 위기를 겪은 계약 부부였다는 사실을 숨겨왔다. 이유가 궁금했다, 그를 다시 한번 믿어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