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아가씨는 내가 보여?” 사람을 사랑하는 요물, 카라스. 그 요마는 외로워했다. 그래서 인간에게 달라붙어 죽을 때까지 놓아주지 않곤 했다. 그 끝이 비참할지언정 부족한 사랑을 채워 받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은 다를 예정이었다. 벚나무 아래로 한 아가씨를 내려다본 순간. 그리고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는 깨달았다. 그의 진정한 ‘첫사랑’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 걸. * 여느 때처럼 사람의 정기를 빼앗아 죽인 후, 벚나무에 매달려 있던 카라스. 그의 눈앞에 요마를 볼 수 있는 일산정의 양녀, 무린이 나타난다. 자신을 볼 수 있는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그녀를 본 순간 느낀 낯선 욕망으로 카라스는 무린에게 들러붙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혼사를 준비 중인 양부모의 말에 무린은 요마인 카라스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인간으로 분한 카라스는 무린의 공식적인 약혼자 행세를 시작하는데. 한편 도내에 인간의 힘이라고 볼 수 없는 무차별적인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두 사람을 의심하는 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인간과 요마.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어떤 엔딩을 맞이할 것인가.
사랑했던 남편이 애인을 백작저에 데리고 왔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계약 위반이라며 따졌더니 바로 이혼하자는 소리가 나왔다. 그 소리에 바로 깨달았다. 나가야 하는 쪽은 자신이었다고. *** 이혼하고나니 사랑이 허망하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일단은 제게 돌아온 상단 관리나 하며 편하게 지내려 했더니 아카데미에서 알게 되었던 제 1황자가 계약 결혼을 제의했다. “약속하지. 바람 따위는 내 생전에 없을 거야. 서로를 구속하지 말자는 헛소리 따윈 하지 않겠어. 대신 그대도 이 계약 결혼 기간 동안은 바람 따위는 피지 말았으면 해.” “어차피 바람필 상대도 없는 걸요. 그렇게 하도록 하죠.” 1황자는 은빛 머리카락 사이로 루비색 눈동자를 빛내며 웃었다. 그 모습이 왠만한 여자들은 다 홀리겠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 잠시 넋을 잃고 보았지만, 아직 사랑을 할 준비가 덜 되어 있는 제게 그는 너무 치명적이다. 애써 괜찮은 척을 하며 그와 계약 결혼 생활 중이었는데 이 남자, 내게 너무 달콤하게 굴어서 자꾸 착각하게 만든다. ‘나는 아직 사랑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걸.’ 이전 결혼에서 입었던 상처는 무엇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그거 아나? 사랑때문에 상처 입은 건 사랑으로만 치유할 수 있다고 하더군.” 자꾸 그의 말에 넘어가게끔, 그가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나든다.
악녀에게서 애정을 구하는 남자 주인공이 있는 소설에 환생했다.<공작이 소드마스터가 되었다> 라는 판타지 소설에.“네 이름, 알 수 있을까?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고.”“저는 아르망디 퓰레처라고 합니다.”“나는 세이리즈. 잘 부탁해, 아르망디.”푸른 눈에 은발의 절세가인.이 아이는 분명 <공작이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의 남주이자나를 구원할 유일한 존재인 아르망디 퓰레처다.원래라면 ‘누님, 누님’ 하며 저를 졸졸 따라다니는 그를학대하고 괴롭히다 죽지만…… 그렇게 허무하게 죽기는 싫어!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르망디를 잘 감싸 주고 키워 주면안 죽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무럭무럭 자라렴, 아르망디! 내가 널 잘 키워 줄 테니까!우리 남주 괴롭히는 것들은 다들 사라져!그렇게 해서 너무 잘 키웠기 때문일까.남주가 고백까지 해 온다.“이제 누님도 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마음?”“제게 누님이 아주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마냥 어린아이가 아니었다는 듯이,열정에 들뜬 눈으로 아르망디가 말해 오질 않나.“저는 이제…… 누님과 결혼하고 싶어요.”성인이 된 그가, 이렇게 구애해 오는데, 어떻게 하지?
“키스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라리아나.” 19금 로판 <꽃과 제물>의 악역 조연 라리아나 체임버스에 빙의했다. 황태자에서 노예로 추락한 남주를 제 노예로 들이려 하지만, 황제에게 ‘천국의 입맞춤’을 빼앗겨 남주와 황제를 대결하게 하고 덜컥 죽어버리는 역으로. “검투사 노예 따위한테 입술을 허락하다니 웃기지도 않는 짓 아닙니까?” ‘하지만 나는 당신을 죽여야 해. 그러지 않으면 황태후가 나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나는 죽고 싶지 않아.’ 왜냐면 노예인 남주를 라리아나가 열렬히 사랑했기에, 그를 지원해주는 모든 이들에게 이를 가는 황태후가 라리아나를 죽이려 하기 때문이지. “그대가 하찮은 검투사 노예에게 첫키스를 하는 것에 지대한 의미를 둘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된 이상, 남주를 먼져 죽여서 끝까지 살아남고 말겠어. 그치만. “내가 겁나요?” “아니요. 그저….” “그저?” “비셰는 밤시중 노예인데, 아직 바, 밤이 되… 지 않아서….” 그러자 그가 입가를 가로막더니 푸후 하고 웃어버렸다. 한동안 끅끅거리던 그가 눈가를 훔치며 눈물을 닦아내었다. 라리아나는 왠지 부끄러워져 볼을 붉힌 채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저번에 말하지 않았나요. 겁이 나면 미루겠다고. 나는 그대를 안고 싶지만, 그대가 나를 무서워하게 만들고 싶진 않아요.” “….” “얼마든 미룰 수 있어요. 참을 수 있어요. 라리, 그대가 나를 간절하게 원하게 될 때까지.” 해사한 은발을 손가락에 뱅글뱅글 감던 손이 내려오고, 고개를 숙여 뺨에만 입술을 대었다. 자그만 심장이 꾹 조여들면서 세차게 뛰었다. 그의 입술이 요염한 붉은 호선을 그리며 입꼬리를 끌어올린다. “이제, 키스해도 되죠?”
여기, 모든 사람에게 상냥한 남주가 있다.하지만 나와는…… 글쎄. 빙의 전의 옛 레세나는 그를 쫓아다니면서 소유하고 싶어했었다.때문에 남주는 레세나를 기피했다. 그녀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는데도 말이지.한데 그 때문에 레세나의 몸에 빙의하고서 몇 번이나 회귀를 했다. 모든 사람에게 상냥한 이 남주는 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후 세계를 파멸시켜 버리니까.“모든 사람에게 상냥하기보다, 한 사람만을 지켜 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반드시 언젠가 후회할 거야.”그래서 남주에게 경고를 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여주를 사랑하지 않도록 내가 등장한 이벤트들을 다 취소하거나, 무산시켜 버렸다. 그리하여, 그 효과가 나타났다.남주는 여주를 사랑하지 않게 됐고, 여주의 과한 희생정신이 발휘될 여지가 없어졌다.만세! 더 이상 세계 파멸은 일어나지 않겠지!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남주가 내게 집착하게 되어 버렸다.아앗……. 나는 그저 충고만 했을 뿐이라고!“사랑해. 레세나.”한여름날의 해바라기처럼 이렇게 환히 웃는 남주를, 대체 어떡하면 좋지?
“…내가 꿈을 꾸는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방금 전까지 나, 회사에 있었는데?’ 아주 성실하고 끈덕지게 근무하고 있었는데? “소환은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다만 용사님들께선 아직 이 세계에 익숙지 않으실 겁니다. 대화는 통하겠지만.” 그렇게 소환됐다. 포토샵과 싸우고 포트폴리오와의 대전에서 승리하는 삶 대신. 마물 벨라오드로부터 제국을 지키기 위한 성녀로서. *** 소환된 사람들과 소환한 사람들이 싸우기 전에 입을 열었다. “…곤란하게 했다는 걸 안다면, 집으로 지금 당장 돌려보내주실 수 있나요?” 이성적인 게 중요해. 그리고 당장 저 사람들을 다 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벨라…오드요?" 세계의 존망을 위협하는 생물체. 한마디로 판타지 소설에서 볼 듯한 ‘마물’. 그걸 우리들이 물리친다고? 도저히 믿기진 않았지만 싸우게 둘 수 없어 뭐라고 말 좀 했다. 한데, 어째 왜 나한테 시선이 몰리는 걸까? …나를 소환한 사람들의 눈빛이, 호의적으로 변했다. *** 중재하고 싶어 한 것 뿐인데, 내 말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큰 의미였나 보다. “저희들에게 호의적인 말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 그게.” “보통 소환되신 용사님들과 성녀님들은… 제 옆에 계신 성녀님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항상, 같은 반응이셨죠. 하지만….” 백합도 부끄러워할 것 같은 미모의 미남자가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그대께서는, 다르셨습니다.” *** 동화의 주인공처럼 알콩달콩하게 서로의 품 안에서 키스하며 길고 긴 시간을 지내고 싶었다. “아이가 빨리 생겼음 좋겠다.” “곧 원하시는 대로 임신하시게 될 겁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충성스럽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한결같은 무한의 애정을 바치는 네리엘의 말투에 지유가 쿡 하고 웃었다. 그리고서 그의 가슴 위에 손바닥을 얹고 네리엘을 유혹했다. “그럼 해.” “네. 그러면… 지금 바로….” 네리엘의 것과 입술이 살며시 겹쳐졌다.
19금 피폐 로판 <아르페미아의 꽃>에 조연 엑스트라로 빙의했다. 후회남주와 도망여주의 케미가 아주 맛도리인 맛집이라 잘 되는 걸 구경만 하면 되는 줄로 알았지. 근데, 내가 안 끼어드니 어째 전개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그냥 어디까지 흘러가나 봤더니 후회남주는 좀 지나칠 정도로 후회 포인트가 넘쳐나게끔 행동을 하고, 도망여주는 언제든 도망칠 준비가 다 된 상태에서 따지느라 아주 관계가 빙빙 돌아서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무지 오래 걸렸다. ‘…끼어들어서 도와줘야 하나 보네.’ 한데, 그 얼마 후. 황궁 정원에 가봤더니 악역 황제 헤르나티안 세스나트가 어린아이가 된 이벤트가 벌어졌잖아! 북부에서 바친 마검을 잡았다가 그 지배자로 인정되기 위한 시험으로써 어린아이가 돼버린 거야. ‘설마… 끼어들지 않으면, 황제가 죽을까?’ 그럴 수도 있을 법해 살짝 두렵다. 안 돼. 황제 자리를 노리는 다른 멍청이가 제국 황제가 되면 악신에게 제국을 통째로 바칠 거라고! 내 평화 라이프! 절대 지켜! “난 메이란 아르포드야. 아르포드 변경백의 첫째 딸이지.” “헤르라고 불러. 희미하게… 누군가 나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으니까.” 무사히 보호하기 위해 작은 헤르나티안을 일단 집으로 데려왔는데…. *** “너는 정말 신경 쓰게 하지 않으면, 금세라도 칭얼거리며 조르지.” “응? 내가? 으응… 그렇다 하더라도 헤르는 그런 날 좋아하는걸… 아니면, 싫어?” “싫을 리가. 그런 너라서 더더욱 내가 너에게 미치는 걸 알지 않아.” 청년이 된 헤르나티안은 거대해진 체구로 메이란을 끌어안아 제 허벅지 위에 앉혔다. 소파 위에서 제왕에게 안겨있는 임신한 애첩이 배시시 웃으며 헤르의 강건한 육체 안으로 파고들었다. 붉은 입술 끝을 올리며 헤르나티안이 메이란의 머리를 쓰다듬고 손가락 깍지를 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