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야
함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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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노여움, 동티

남쪽 멀리 은빛 물결이 넘실거리는 제주. 그리고 그 끝, 극락오름 너른 마당에 자리 잡은 극락사. 대한민국 굴지의 재벌 대양그룹 소유인 극락사는 매년 방학이면 아이들을 상대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했고, 그때마다 대양그룹의 아이들도 참가했다. 새 천 년의 시작을 알리는 2000년 겨울. 극락사는, 병약하다는 이유로 템플스테이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던, 대양그룹의 장손 열세 살 명운이 온다는 소식에 평소보다 더욱 분주했다. 한편, 극락사에는 정화라는 젊은 보살이 무령이라는 열세 살 딸을 데리고 살고 있었다. 몇 년 전 살 곳이 없어 떠돌던 정화는 어린 딸 무령을 데리고 극락사로 들어왔다. 이후, 정화는 큰 스님의 배려로 보살 일을 도맡아 하며 무령과 극락사에서 지냈다. 무령은 자라면서 절에 사는 것이 가끔 창피할 때가 있긴 했지만, 무령의 자존심에 가장 금이 가는 순간은 템플스테이가 진행될 때였다. 주지 스님 방에 머무르며 극락사의 주인 행세를 톡톡히 하는 대양그룹의 아이들 앞에서 무령은 한없이 초라해졌다. 이제 막 열세 살 사춘기에 접어든 무령은 작년보다도 더 예민해져 있었다. 대양그룹 아이들을 피해 새벽에 절을 나와 저녁에 돌아가기를 반복하는 무령. 그러던 어느 날 무령을 따라 나온 명운과 맞닥뜨리게 된다. 독특한 무령의 이미지에 관심이 있던 명운이 무작정 따라나선 것이다. 그런 명운을 보며 난감해하는 무령. 결국, 무령은 명운의 경호원들을 피해 자신의 비밀의 방인 산신각으로 명운을 데리고 간다. 그리고 그날 밤 두 아이는 그곳에서 이상한 통을 발견한다. 산신각 제단 밑에 꼭꼭 숨겨져 있는 통이 신기했던 두 아이는 봉인된 그 통의 뚜껑을 열어 버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