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나길 팔자가 꼬인 인생. 사람들은 초아를 보고 그렇게 말했다.처음으로 가본 낯선 바에서 만난 남자, 강하진. 그와 술김에 원나잇을 하게 되고 운 좋게 과외를 소개받게 되어 찾아간 과외생의 집에서 그의 형인 하진을 마주친다.“중간이 없어.”“뭐라고요?”“사람이 중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쪽은 항상 더하거나 덜해.”“알아듣게 말해요.”“열 받게.”하진은 경계심을 잃지 않고 초아를 끈질기게 지켜본다.얽히고설킨 의심과 오해는 점점 쌓여만 간다. “1억, 그게 그쪽 값이야?”사람에게 값을 치르는 이 남자. “그날 그랬잖아. 1억 줄 거 아니면 호의 같은 거 보이지 말라고.”“…….”“고작 그 정도밖에 안 되면서 나한테 까부는 거야?”그렇게 말한 하진이 몸을 똑바로 일으켜 세웠다. 여전히 매서운 눈빛이 초아를 향해 있었다. 지독히도 떨어질 줄 모르는 눈이었다.“나 많이 죽었네. 이런 게 들러붙고.”그들의 운명을 누군가는 필연이라고 부른다.“1억 주면 다 없던 일로 할래?”“지금 무슨 말을…….”“더 늦기 전에 1억 받아. 그래야 나도 마음 편하게 손 놓고 서로 없던 일 셈 치지.”“제가 왜 1억을 받아야 하는데요? 갑자기 이건 다 무슨 말이고요.”“도망칠 기회를 주는 거야, 지금. 이거 나쁜 거래 아니다?”그의 혼란과 도망칠 기회. 그리고 1억이라는 거래. 이게 다 무슨 말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나 같은 놈한테 걸리는 것보다는 1억 갖는 게 낫잖아.”그가 힘들어하고 있었다. 초아로 인해. 그녀에게서 비롯된 어떤 감정으로 인해. 뭐라고 반응을 해야 할까. 더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생각해봐, 이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