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들! 이 결혼은 무효야. 나는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청혼을 받아들인 거니까. 나를 돌려보내 줘. 모든 걸 다 무효로…….”하지만 그녀는 말을 제대로 마칠 수 없었다. 칼튼의 커다란 손이 다가와 그녀의 작은 목을 움켜잡고는 서서히 힘을 주기 시작했다.“커억……컥…….”숨이 막혀 새빨개진 그녀의 얼굴 위로 그가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 원한다면 돌려보내 주도록 하지. 오늘 밤을 치르고, 네가 내 아이를 낳은 후에 보내줄게. 그렇게 되면 과연 그레덴의 왕과 왕비가 너를 다시 받아줄까? 어차피 정략결혼일 텐데 신랑이 바뀌었다는 이유로?”어차피 그는 눈앞에서 파닥거리는 이 작고 깜찍한 여자를 순순히 놔줄 생각이 없었다. 식장에서 처음 본 순간부터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아니, 예상보다 훨씬 괜찮았다. 미색이 출중하다고 소문난 그레덴의 카라엘 발렌티아 공주가 지금 눈앞에서 어미 잃은 병아리처럼 몹시도 귀엽게 떨고 있었다.그녀의 겁먹은 모습이 매우 마음에 든다는 듯 그가 미소까지 지으며 커다란 손으로 작은 목덜미를 단단히 움켜잡아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도록 했다. 숨이 막힌 카라엘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있는 힘을 다해 그를 잔뜩 노려보았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자꾸만 온몸에 맥이 풀려갔다.“어차피 너희 쪽에서 원한 건 곧 왕위를 물려받을 장자 칼튼 스튜어트였겠지. 그러니 사기 결혼이 아니다. 잘 봐. 내가 바로 칼튼, 너의 잘난 남편이라고.”바로 눈앞에서 보이는 미소는 음산하면서도 기괴했다. 그의 비틀어진 얼굴만큼이나. 그는 어린 양 새끼를 들어 올리듯 그녀의 목덜미를 끌어 올려 침대 위로 거칠게 내던졌다. 겹겹이 쌓아 올린 침대 위 새하얀 시트에 파묻혀버린 그녀는 이제 곧 당하게 될 굴욕을 짐작하고는 고개를 떨구었다.배드 메리지 (Bad Marriage)<본 도서는 15세 이용가에 맞게 수정된 도서입니다>
그녀와 대한민국에서 함께 빙의했다. 그래서 믿었다. 낯설고 외로운 이세계에서 서로 의지하며 함께 행복해지고 싶었다. 하지만 결말은 비참한 최후. 애초에 그녀들의 처지가 서로 너무도 달랐다. 벨리카는 고귀한 왕녀 신분에 세기의 미남자이자 권력자인 메이슨 왕자의 청혼까지 받은 상태이고 실비아는 비참한 마구간지기 하녀였다. 실비아는 이 불공평한 인생을 저주했다. “벨리카, 난 네 인생 자체를 저주해. 내가 갖고 싶은 모든 걸 다 가진 네 인생을 저주한다고.” 사랑과 아기, 지위와 미모 그 모든 걸 믿었던 친구에게 빼앗기고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비운의 왕비 벨리카가 마침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