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종영 예정인 하이틴 미드 속 엑스트라로 빙의하고 말았다! 갑자기 떠오른 시스템 창도 당황스러운데, 이미 망한 드라마의 시즌2 방영권을 따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고? 망드 살리기도 바빠 죽겠는데 여주랑 이어져야 할 남주인 쿼터백과 악역 마약상이 자꾸만 내게 들이댄다. 아니, 이거 하이틴 미드 아니었냐고? 언제부터 장르에 퀴어가 추가된 거지? *** “하여튼! 다 헛소문이라고! 너랑 내가 왜 사귀냐? 죽었다 깨어나도 너랑은 안 사귀지! 내가 손해지!” “왜 네가 손핸데!” “넌! 성질이 더럽잖아! 난 다정한 애가 좋아!” “……그래서 그 데이비드 그 새끼한테 절절 매냐, 어?”
※ 본 작품 내 등장하는 배경, 지명, 인물, 종교, 그 외 모든 고유 명사는 가상의 세계관에서 비롯된 허구로, 동명의 실존인물, 단체, 고유 명사와는 관계없는 점 안내드립니다. ※ 이어서, 본 작품 내 등장하는 성경 구절은 <대한성서공회, 『성경전서 개역한글판』, 1961> 에서 인용하였습니다. 갱들과 무법자들이 점령해 모든 땅이 무법지대가 된 지금. 하루 한 번의 자살 시도. 하루 한 번의 실패. 지겨운 짓거리를 반복하며 도망자 아닌 도망자 생활을 하던 존은 모텔 방 앞에 앉아 있는 비쩍 골은 어린애를 발견한다. 멍든 자리에 치약을 바르는 이상한 소년, 디는 자꾸만 자신을 찾아오고, 존은 그런 소년을 저도 모르는 방식으로 돌보아 주며 자신을 죽음으로 이끌어 줄, 현상금 사냥꾼으로 키우고자 하는데- [본문 중에서] “D로 시작하는 것 중 제일 비싸고 좋은 게 뭔 줄 알아?” 수류탄의 안전핀을 꼭 반지처럼 약지에 낀 존이 돌연 싱긋 웃었다. 디의 속이 울렁였다. 그 웃음이 너무 낯설면서도 근사하다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 탓일까, 너무 바보 같은 답을 하고 말았다. “……나, 디요?” “하여튼, 어린애들은.” 뾱! 새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아 이번엔 조수석 쪽 창문으로 던진 존은 디의 머리통 위에 손을 올려놓고 글로브 박스에서 권총 두 개를 꺼냈다. 디는 꼭 존이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 같아 이마에 주름이 잔뜩 생길 만큼 눈을 위로 치켜떴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존의 손은 보이지 않았다. “다이아몬드(diamond). 다이아몬드가 제일 비싸고 좋지.” 총신이 길지 않은 권총으로도 손쉽게 멀리 떨어진 갱을 날려버린 존은 후우, 연기가 피어오르는 총구에 입김을 가볍게 불었다. 다이아몬드. 그것이 뭔지 디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직접 본 적은 없었다. “그러니 다이아몬드라고 이름 붙여 주지. 다이아몬드 라일리. 너무 기니 짧게 몬드.” ※ 참고 문헌 짐 라센버거 지음, 유강은 옮김, 『콜트 - 산업 혁명과 서부 개척 시대를 촉발한 리볼버의 신화』, 레드리버, 2022. 필리프 자캥 지음, 이세진 옮김, 『서부개척시대 아메리카인의 일상』, 북폴리오,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