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단
서단
평균평점 3.83
Offset(오프셋)
5.0 (1)

처음부터 사랑은 없었다. 그저 욕망이었고, 거래였고, 생존이었다. 신유그룹의 유일한 적통, 그러나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후계 자리에서 밀려날 위기의 한유리는 판을 뒤엎기 위해 해강가 장손 이도경에게 정략결혼을 제안한다. 이도경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과 그 속을 알 수 없는 무심한 눈빛. 상관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목표를 위한 수단이었으니까. “필요하면 잠자리도 마다치 않는다?” “그래서. 싫으세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밀어내지 못한 채 결국 침대 위에서 손을 잡는다. “나 이용하세요. 나 이용해서 이도경 씨한테 묻은 흠결 털어 내요.” “그래도 명색이 거래인데, 나한테도 남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계산 위에 세운 결혼. 하지만 서로를 알아갈수록 감정은 틀어지고, 사랑은 오해가 되었으며, 진심은 침묵 속에 비밀이 된다. 누가 누구를 버린 걸까. 누가 누구를 오해한 걸까. 그리고 누가, 누구를 더 원했던 걸까. 서로가 서로를 가장 미워했던 순간, 그들은 비로소 가장 사랑하고 있었다. 일러스트: DAMUK

넥타르(Nectar)
5.0 (2)

“차라리 나한테 빌지 그래. 그렇게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기도해도 듣는 척도 안 하는 하나님보단 내가 훨씬 더 자비로울 건데.” 강권주는 태연히 조롱하며 여자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윽고 겁먹은 눈과 어울리지 않는 건방진 말이 돌아왔다. “…깡패한텐 안 빌어요.” 픽,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샜다. 거스러미처럼 굴기에 슬쩍 건드려 본 것뿐인데 되레 고개를 쳐드는 반응이 흥미로웠다. 절박하면서도 빌지 않고 무서워 떨면서도 울지 않는 건 깡패인 저를 어지간히 경멸하기 때문이리라. “그래? 깡패한텐 안 비는구나, 예비 수녀님은.” 입술을 꾹 깨무는 여자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솜털이 보송한 두 뺨은 파르르 떨리고, 말갛다 못해 투명하던 눈자위엔 여지없이 붉은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깨끗하던 하얀 도화지에 눈곱만큼 작은 오물 하나가 튀어 번지기 시작한 것 같아서. 그 꼴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한동안 숨기고 있던 가학성이 고개를 짓쳐 드는 듯했다. 문득 눈앞의 여자가 목숨처럼 움켜쥔 걸 뺏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빼앗아, 기어코 울리고 싶어졌다. 일러스트: mamba

로맨틱 플로우(Romantic Flow)
2.5 (1)

어쩌면 악마인지도 몰랐다. 원하는 모든 걸 줄 테니 영혼을 팔라 끊임없이 유혹하는, 악마. “적당히 튕기죠? 어차피 사인할 거면서 피차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이쯤 하시고. 마음에도 없는 남자랑 결혼까지 생각할 만큼 돈 필요하잖아, 당신.” 혼자선 결코 헤어날 수 없을 진창을 벗어나려 악마 같은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게 또 다른 지옥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 “내 옆에 붙어서 계속 이렇게 살려달라고 울고 애원해 봐. 혹시 알아? 어쩌면 나한테도 조금의 아량 같은 게 남아있을지도.” 지옥 불인 걸 알면서도 뛰어드는 부나방이 된 것 같았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번 내달린 마음은 점점 더 끝 모를 수렁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었다. “지옥도 지옥 나름인 거니까요.” 당신은 누구일까. 천사일까, 악마일까. 내게 내민 그 손은 구원인가, 저주인가. “내 기분이 거지 같으면 거래 안 해요, 난.” 그리고 이 지독한 관계의 이름은 인연일까, 악연일까. 다정하고 난폭한 파란, <로맨틱 플로우> 일러스트: 오후

계략 결혼
2.75 (2)

모든 게 우연이 아닌 계략이었다. 맞선 상대와 클럽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낸 뒤, 수습 못 할 상황에 휘말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 “다 거짓말이었죠? 처음부터 나 이용하려고 계획했어요?”“중요합니까? 김가을 씨도 이제부터 날 충분히 이용하게 될 건데.”계산이 빠른 재벌 3세 윤재원이 제안해 온 전략적 파트너십에 의한 계약 결혼. “나 이용해요. 나한테 이용당하고. 서로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고. 쿨하게.”거부할 이유가 없을 만큼 솔깃하고 뜨거운 제안이었다. “모자란 개연성 채우는데 감정만큼 적절한 변명 거리도 없으니까요. ‘서로 죽고 못 살아 그랬다, 사랑해서 눈에 뵈는 게 없어 그랬다.’ 뭐, 이런?”“미쳤나 봐, 진짜.”서로가 원하는 조건은 하나였다. 누구라도 깜빡 속아 넘어갈 쇼윈도 부부를 연기하는 것. ***“그러니까 키스부터 해 봐요.”고개를 깊이 숙인 그가 낮고 뜨거운 목소리로 명령해 왔다. “그날 밤처럼.”가을은 보란 듯이 까치 발을 들고 매달려 입술을 맞췄다. 피식, 낮은 남자의 웃음소리가 이마 위에서 울렸다. “어려운 일이라더니.”“…….”“김가을 씨 몸은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네.”전략적 쇼윈도 부부의 치밀한 계획 로맨스, <계략 결혼>

넥타르(Nectar)
5.0 (2)

“차라리 나한테 빌지 그래. 그렇게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기도해도 듣는 척도 안 하는 하나님보단 내가 훨씬 더 자비로울 건데.” 강권주는 태연히 조롱하며 여자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윽고 겁먹은 눈과 어울리지 않는 건방진 말이 돌아왔다. “…깡패한텐 안 빌어요.” 픽,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샜다. 거스러미처럼 굴기에 슬쩍 건드려 본 것뿐인데 되레 고개를 쳐드는 반응이 흥미로웠다. 절박하면서도 빌지 않고 무서워 떨면서도 울지 않는 건 깡패인 저를 어지간히 경멸하기 때문이리라. “그래? 깡패한텐 안 비는구나, 예비 수녀님은.” 입술을 꾹 깨무는 여자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솜털이 보송한 두 뺨은 파르르 떨리고, 말갛다 못해 투명하던 눈자위엔 여지없이 붉은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깨끗하던 하얀 도화지에 눈곱만큼 작은 오물 하나가 튀어 번지기 시작한 것 같아서. 그 꼴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한동안 숨기고 있던 가학성이 고개를 짓쳐 드는 듯했다. 문득 눈앞의 여자가 목숨처럼 움켜쥔 걸 뺏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빼앗아, 기어코 울리고 싶어졌다. 일러스트: mamba

계략 결혼
2.75 (2)

모든 게 우연이 아닌 계략이었다. 맞선 상대와 클럽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낸 뒤, 수습 못 할 상황에 휘말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 “다 거짓말이었죠? 처음부터 나 이용하려고 계획했어요?”“중요합니까? 김가을 씨도 이제부터 날 충분히 이용하게 될 건데.”계산이 빠른 재벌 3세 윤재원이 제안해 온 전략적 파트너십에 의한 계약 결혼. “나 이용해요. 나한테 이용당하고. 서로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고. 쿨하게.”거부할 이유가 없을 만큼 솔깃하고 뜨거운 제안이었다. “모자란 개연성 채우는데 감정만큼 적절한 변명 거리도 없으니까요. ‘서로 죽고 못 살아 그랬다, 사랑해서 눈에 뵈는 게 없어 그랬다.’ 뭐, 이런?”“미쳤나 봐, 진짜.”서로가 원하는 조건은 하나였다. 누구라도 깜빡 속아 넘어갈 쇼윈도 부부를 연기하는 것. ***“그러니까 키스부터 해 봐요.”고개를 깊이 숙인 그가 낮고 뜨거운 목소리로 명령해 왔다. “그날 밤처럼.”가을은 보란 듯이 까치 발을 들고 매달려 입술을 맞췄다. 피식, 낮은 남자의 웃음소리가 이마 위에서 울렸다. “어려운 일이라더니.”“…….”“김가을 씨 몸은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네.”전략적 쇼윈도 부부의 치밀한 계획 로맨스, <계략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