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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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평점 3.83
절친 연애로그

친구.그 같잖은 이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며언제까지 이 마음을 숨길 수 있을지 또한 불명확했다.위로랍시고 손을 뻗는 순간,제 연약한 인내가 동요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었으니까.“실수?”차갑게 식은 얼굴에 싸늘한 입매만 조소하듯 모로 비틀렸다.“밤새 다 해 놓고 뭐, 실수?”“응, 실수.”확인 사살이라도 하듯 저를 똑바로 쳐다보는 눈동자가 빌어먹게도 결연했다.차라리 싫단 말을 하지.그냥, 아무래도 내 마음은 아닌 것 같다 담백하게 거절이나 해 주지.실수란 단어 하나에 느끼는 참담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생전 처음 느끼는 초라함 또한 감당 못 할 정도였고.“경고했었지, 내가. 싫으면 도망가라고.”“…….”“근데도 도망 안 갔어, 너.”

계략 결혼
2.75 (2)

모든 게 우연이 아닌 계략이었다. 맞선 상대와 클럽에서 우연히 만나 하룻밤을 보낸 뒤, 수습 못 할 상황에 휘말릴 확률이 얼마나 될까? “다 거짓말이었죠? 처음부터 나 이용하려고 계획했어요?”“중요합니까? 김가을 씨도 이제부터 날 충분히 이용하게 될 건데.”계산이 빠른 재벌 3세 윤재원이 제안해 온 전략적 파트너십에 의한 계약 결혼. “나 이용해요. 나한테 이용당하고. 서로 줄 거 주고, 받을 거 받고. 쿨하게.”거부할 이유가 없을 만큼 솔깃하고 뜨거운 제안이었다. “모자란 개연성 채우는데 감정만큼 적절한 변명 거리도 없으니까요. ‘서로 죽고 못 살아 그랬다, 사랑해서 눈에 뵈는 게 없어 그랬다.’ 뭐, 이런?”“미쳤나 봐, 진짜.”서로가 원하는 조건은 하나였다. 누구라도 깜빡 속아 넘어갈 쇼윈도 부부를 연기하는 것. ***“그러니까 키스부터 해 봐요.”고개를 깊이 숙인 그가 낮고 뜨거운 목소리로 명령해 왔다. “그날 밤처럼.”가을은 보란 듯이 까치 발을 들고 매달려 입술을 맞췄다. 피식, 낮은 남자의 웃음소리가 이마 위에서 울렸다. “어려운 일이라더니.”“…….”“김가을 씨 몸은 딱히 그렇지도 않은 것 같네.”전략적 쇼윈도 부부의 치밀한 계획 로맨스, <계략 결혼>

연착 (戀着)

10년 만에 다시 만난 남자의 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의 것이 되어 있었다. “너만 엿 같은 기분이었는 줄 알아? 나도 너 같은 같잖은 새끼랑 놀았던 거, 못지않게 엿 같았어. 알아?”“잘됐네.”철없이 무모했던 고등학생의 것도, 쓸데없이 뜨거웠던 대학생도 것도 아닌.“우리 지금 서로 같은 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같이 놀면 되겠다. 너 환장하는 섹스나 하면서.”서로를 뜨겁게 미워했던, 우리가 피었던 그 겨울. <연착(戀着)>(15세 개정판)

오블리비아테(Obliviate)

지아는 하루아침에 약혼자를 잃었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난 남지아 씨,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 적개심 가득한 싸늘한 눈빛을 하곤, 날카로운 말로 상처 내기 바쁜 그는  더 이상 제가 사랑하던 남자, 류재한이 아니었다. “상태 회복하고, 회사 복귀하고, 내가 벌인 이 엿 같은 일들 수습하는 기간. 딱 3개월로 하죠.” “무슨 뜻이에요?” “그쪽이 내 옆에서 헛꿈 꾸는 시간, 지금부터 3개월 남았단 뜻입니다.” 재한은 예정되어 있던 결혼을 거부하며 그녀에게 단계적 파혼을 제안했다. 3개월. 그 정도 시간이면 손쉽게 모든 게 다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완벽했던 계획에 변수가 생겼다. 재한은 비로소 이 달갑지 않은 예상외의 변수가 온전히 제 통제하에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같은 여자와 두 번이나 사랑에 빠지게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혹시 내가 먼저가 아니라 남지아 씨가 먼접니까?” “뭐가요?” “나한테 사심 품었던 거.” 덜컥 말문이 막혔다. 일순 당황한 기색으로 물든 여자의 두 뺨이 붉었다. “맞구나.” 확신에 찬 재한의 눈매가 번득였다.

결정적 순간

최연소 국가 대표, 아시아 신기록 보유, 올림픽 금메달 3관왕. 집안과 얼굴마저 특출난 천재 수영 선수 천윤제. 평온한 은채의 일상에 천윤제라는 해일이 밀어닥친 건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마음은 알겠는데, 작작 밝히지? 신고당할래?” “아…. 재수 없어.” 오래도록 그를 선수로서 동경해왔지만 매니저로서 만난 물 밖의 천윤제는 그저 난잡한 철부지일 뿐이었는데…. “난 처음이야.” “거짓말할래요?” “영광인 줄 알아. 내 23년 순결을 너한테 바치고 있어.” “웃겨, 진짜.” 밀려오는 물살과 차오르는 감정은 막을 길이 없었다.

매리지 클래식

“저기, 자, 잠깐…!”“왜요. 먼저 몸부터 맞춰 보는 타입이라면서요.”대리 맞선을 나간 것도 모자라 상대 남자와 하룻밤을 보냈다.이건 아무래도 위다인의 인생 일생일대의 실수였다.“어제 일, 기억은 해요?”“아뇨?”“좀 섭섭하네요. 좋았는데, 어제.”제발, 이대로 모르는 척 사라져 줬으면 좋겠는데.서도영, 이 이상한 남자는 끈질기게도 사람 마음을 들쑤셔 댄다.“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질문이 뭐 이렇게 매정해.”“이봐요!”“남자가 고백까지 한 여자한테 원하는 게 뭐겠어요.”“몰라요. 모르겠으니까 그냥 말하라구요, 빙빙 돌리지 말고.”“더도, 덜도 말고 딱 3개월.”“…….”“나랑 연애 놀이 해 볼 생각 없어요?”“네? 뭘, 하자고요?”다인은 제 귀를 의심하며 미간을 찌푸렸다.“3개월만, 나랑 놀자고. 위다인 씨.”순간, 제 이름이 불린 여자의 동공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계약 연애의 정석, <매리지 클래식>

넥타르(Nectar)
5.0 (2)

“차라리 나한테 빌지 그래. 그렇게 열심히 만지작거리고 기도해도 듣는 척도 안 하는 하나님보단 내가 훨씬 더 자비로울 건데.” 강권주는 태연히 조롱하며 여자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윽고 겁먹은 눈과 어울리지 않는 건방진 말이 돌아왔다. “…깡패한텐 안 빌어요.” 픽, 바람 빠지는 소리가 샜다. 거스러미처럼 굴기에 슬쩍 건드려 본 것뿐인데 되레 고개를 쳐드는 반응이 흥미로웠다. 절박하면서도 빌지 않고 무서워 떨면서도 울지 않는 건 깡패인 저를 어지간히 경멸하기 때문이리라. “그래? 깡패한텐 안 비는구나, 예비 수녀님은.” 입술을 꾹 깨무는 여자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솜털이 보송한 두 뺨은 파르르 떨리고, 말갛다 못해 투명하던 눈자위엔 여지없이 붉은 빛이 감돌고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들었다. 깨끗하던 하얀 도화지에 눈곱만큼 작은 오물 하나가 튀어 번지기 시작한 것 같아서. 그 꼴을 눈앞에서 보고 있자니 한동안 숨기고 있던 가학성이 고개를 짓쳐 드는 듯했다. 문득 눈앞의 여자가 목숨처럼 움켜쥔 걸 뺏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빼앗아, 기어코 울리고 싶어졌다. 일러스트: mamba

로맨틱 플로우(Romantic Flow)
2.5 (1)

어쩌면 악마인지도 몰랐다. 원하는 모든 걸 줄 테니 영혼을 팔라 끊임없이 유혹하는, 악마. “적당히 튕기죠? 어차피 사인할 거면서 피차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이쯤 하시고. 마음에도 없는 남자랑 결혼까지 생각할 만큼 돈 필요하잖아, 당신.” 혼자선 결코 헤어날 수 없을 진창을 벗어나려 악마 같은 남자의 손을 잡았다. 그게 또 다른 지옥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 “내 옆에 붙어서 계속 이렇게 살려달라고 울고 애원해 봐. 혹시 알아? 어쩌면 나한테도 조금의 아량 같은 게 남아있을지도.” 지옥 불인 걸 알면서도 뛰어드는 부나방이 된 것 같았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한번 내달린 마음은 점점 더 끝 모를 수렁 속으로 빨려들어 가고 있었다. “지옥도 지옥 나름인 거니까요.” 당신은 누구일까. 천사일까, 악마일까. 내게 내민 그 손은 구원인가, 저주인가. “내 기분이 거지 같으면 거래 안 해요, 난.” 그리고 이 지독한 관계의 이름은 인연일까, 악연일까. 다정하고 난폭한 파란, <로맨틱 플로우> 일러스트: 오후

수사의 연장선

송지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바람 잘 날 없는 광수단 생활에 차서완이라는 일생일대의 가장 큰 고난이 들이닥칠 줄은. “자꾸 이럼 확 쏴 버린다, 진짜?” “그러시든가.” 첫 만남에 직속 상사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미친 짓을 하고, “안 꺼져?”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무력으로 그와 충돌했으며, “밤새 짐승처럼 그 난동을 부리곤, 아침엔 쥐새끼처럼 몰래.” “…….” “볼 장 다 봐놓고 인사도 없이 내빼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개매너야?” 한순간의 객기로 취한 남자를 덮친 문란 변태가 됐다. 재난. 이건 재난이다.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도, 예방할 수도 없어 어쩔 수 없이 맞이하게 된 끔찍한 재난. “원래 이렇게 수사를 거칠게 하시는 편이십니까?” “상대에 따라서는?” 차서완이 싫다. 아주 많이. 몹시. 매우. “도대체 왜 이렇게 절 싫어해요?” “사람 싫은 데 이유가 어딨어. 넌 나 싫어하는 이유 댈 수 있어?” “네. 전 댈 수 있거든요?” “아니란 말은 안 하네.” “재수 없어.” “…….” “재수 없어서 싫어요!” 일러스트: 지유비

Offset(오프셋)
5.0 (1)

처음부터 사랑은 없었다. 그저 욕망이었고, 거래였고, 생존이었다. 신유그룹의 유일한 적통, 그러나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후계 자리에서 밀려날 위기의 한유리는 판을 뒤엎기 위해 해강가 장손 이도경에게 정략결혼을 제안한다. 이도경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과 그 속을 알 수 없는 무심한 눈빛. 상관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목표를 위한 수단이었으니까. “필요하면 잠자리도 마다치 않는다?” “그래서. 싫으세요?” 두 사람은 서로를 밀어내지 못한 채 결국 침대 위에서 손을 잡는다. “나 이용하세요. 나 이용해서 이도경 씨한테 묻은 흠결 털어 내요.” “그래도 명색이 거래인데, 나한테도 남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계산 위에 세운 결혼. 하지만 서로를 알아갈수록 감정은 틀어지고, 사랑은 오해가 되었으며, 진심은 침묵 속에 비밀이 된다. 누가 누구를 버린 걸까. 누가 누구를 오해한 걸까. 그리고 누가, 누구를 더 원했던 걸까. 서로가 서로를 가장 미워했던 순간, 그들은 비로소 가장 사랑하고 있었다. 일러스트: DAMUK

러브프루프(Loveproof)

유명 걸레, 정제휘의 규칙은 간단했다. 꼴리면 놀고, 싫증 나면 버린다. 어려울 거 뭐 있나, 스물일곱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복잡할 거 없잖아. 사업을 하잔 것도 아니고 연애를 하잔 것도 아니고, 그냥 좀 놀자는 건데.” 그런데 이상하다. 이번엔 뭔가 달랐다. 늘 그래왔듯 이 관계의 주도권이 제게 있다 생각했는데, 어느새 이여울, 이 여자를 정신없이 빨고 있다. 스스로 채운 목줄을 그녀의 손에 넘긴 채, 살랑살랑 꼬리까지 흔들어 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