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살구
김살구
평균평점 2.70
오감도(五感圖)

* 본 작품은 15세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평생을 결핍 속에서 살아온 한규영에게 이익선은 벼락과도 같은 행운이었다.“늘 도망치고 싶어 했잖아. 그 기회, 내가 줄게.”한규영은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선사하는 이익선에게 점차 의지하게 된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불가항력적으로.“뭐가 최선일지 생각하면 쉬운 일인데 왜 자꾸 애를 태워. 네가 가진 유일한 패가 나라는 사실을 몰라서 이래?”“……이익선.”“사람 호의 이용해서 영리하게 실속 챙기는 거, 네가 제일 잘하는 일이잖아.”어느덧 정신을 차려보니, 이익선은 한규영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있었고.“왜, 그거 다 갚으면 도망이라도 치게?”이익선은 그제야 한규영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네가 선택한 거야, 규영아.”그리고 그의 눈이 말한다. 너 역시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막장드라마에 갇혀버렸다
2.67 (3)

막장드라마에 빙의했다.여주를 살해하려다 남주들에게 파멸당하는 악역, 신세라에게.살아남기 위해 납작 엎드려 보지만….“눈에 안 띄는 데서 죽든가, 죽은 듯 닥치고 살아.”나를 증오하는 후계 경쟁자, 이로운.“결혼만 해주면 바닥이라도 기겠달 땐 언제고, 이 상황이 장난처럼 느껴집니까?”인간 취급도 하지 않...

예쁜 짓

최악의 이별을 겪은 직후, 홧김에 술을 마시던 유주는 낯선 남자와 엮인다. 수려한 외모에 능숙한 매너, 그리고 직선적인 솔직함. 남자에게 끌린 건 불가항력이었다. 일순간의 충동에 휩쓸려 손 뻗을 만큼이나. 그리고 남자는 그 가벼운 속내를 알 만하다는 듯 경고했다. “좋아요. 갖고 놀아도 되니까, 버리지만 말아요.” 낯 뜨겁도록 원색적인 쾌감에 휩쓸린 밤. 유주는 잠든 남자를 호텔에 버려두고 떠난다. 그렇게 끝날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그룹 후계자와 담당 선배로서 남자를 재회하기 전까지는. “이젠 또 어디로 도망칠 건데요.” 남자는 덫에 걸린 양 창백해진 유주를 보며 거리낌 없이 웃었다. * * * “내가 누군지 모를 때는 잘만 꼬시더니, 원래 일회성 만남 아니면 안 꼴리는 취향이에요?” 유주는 구겨지려는 미간을 폈다. 남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휘둘리는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짐짓 태연한 척 뻔뻔한 대답을 되돌린 건 그래서였다. “그런 취향 맞아요. 그때 솔직했던 것도, 서로 다신 안 만날 줄 알아서 그랬던 거고요.” 조금은 차겸의 심기를 어지럽히고픈 욕심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반응은 유주의 예상 범위를 빗나갔다. “아. 급한 대로 대충, 아무 데나 배설하는 것처럼요?” 작위적인 감탄사와 함께, 차겸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들으라는 듯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하여간 싸는 거 되게 좋아하네.” “무슨…!” 말려들지 말자고 결심한 게 무색하게도, 유주는 발끈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새빨개진 그녀의 얼굴을 응시하는 차겸의 시선에 만족스러운 기색이 깃들었다. “왜 화를 내지. 나도 싸는 거 좋아해요. 그때 지겹도록 봐서 알 텐데.” “…….” “물론, 대리님처럼 아무 데나 싸지르진 않고… 확고한 취향이 있긴 하지만요.”

상사 보기를 돌같이 하라

“내가 관짝에 드러눕기 전에, 네놈이 결혼하는 꼴을 보고야 말 작정이다.”“죄 없는 아가씨 인생을 망칠 순 없으니, 정 원하신다면 남자 며느리라도 들여 보겠습니다.”“이익…!”그룹 지분을 증여받기 위한 조건은 결혼.사랑을 믿지 않는 유원에게 결혼은 불쾌한 목줄일 뿐이다.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닥뜨린 순간,유원의 눈에 한 여자가 들어온다.“하루라도 입금이 연체되면, 그때는 몸 팔아서 돈 갚는 거야.”집안에 닥친 불행으로 절망에 빠져 있던 세희는존경하는 상사, 유원에게 미친 제안을 받고.“삼 년 육 개월의 롤플레잉, 대가는 오십억. 어떻습니까?”“하지만, 롤플레잉이라니… 그게 정확히 어떤.”“이혼을 전제로 한 기간제 결혼입니다.”이건 정말 정신 나간 짓이야.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결국 유원의 손을 잡는데.“앞으로 열심히, 뼈가 삭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잘 부탁해요, 부인.”굳건한 신뢰와 파트너십으로 시작한 사기극.그러나 서로를 향한 감정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할 수만 있다면 평생, 이 짓거리만 하고 살고 싶네요.”이 결혼, 무사히 성공할 수 있을까?김살구 장편 현대 로맨스 소설 <상사 보기를 돌같이 하라>

불결한 단맛

환갑 넘은 남자와 결혼하거나, 혹은 언감생심 쳐다볼 수도 없는 남자를 유혹하거나. 재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 두 가지였다. “그 남자와 연애 놀음도 하는 사이가 돼. 그러면 네가 사랑해 마지않는 동생에게 폐 이식 수술을 해주지.” 타깃은 서경 그룹 정씨 일가의 일원인 정해원. 능력과 외모, 배경을 두루 겸비해 아쉬울 것 하나 없는 남자를 맨몸으로 유혹해야만 한다. “혹시 애인 있으세요?” “애인은 없지만, 아무에게나 쉽게 구는 성격은 아닌데 어쩌죠.” 서툴기 짝이 없는 재희에 비해 해원은 여유로운 데다 능숙하고, 모호하다. 남자에게 휘둘리지 말고 목적을 달성하는 데만 집중하자고 되뇌었지만…. “나도 왜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설명하기 어렵지만… 글쎄요.” “…….” “재희 씨가 내 곁에 머물러도 좋을 이유를 만들고 싶은가 보죠. 이 정도면 뭐, 모른 척 넘어오기엔 제법 괜찮은 핑계 아닌가.” 진창 같은 인생에 빛처럼 난입한 남자와 엮일수록 제어를 벗어난 감정은 널을 뛴다. 색맹으로 살다 폭력적인 색의 향연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것처럼, 늘 반쯤은 죽은 듯 무감했던 심장이 생생하게 약동했다. “내겐 이제 해원 씨뿐이에요.” “…….” “그러니까 내가… 이 악몽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줘요.” 급기야는 이 남자에게 제 보잘것없는 인생을 전부 투신하고 싶어졌다. 뻔뻔한 과욕임을 알면서도. *** ‘다른 놈들이었다면 재희 씨 치마에만 관심 있을 텐데, 내가 그런 적 있어요?’ 언젠가 해원이 했던 말이 떠오르자 심장에 지끈거리는 자극이 퍼졌다.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남자를 원하듯. 그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원하길 바랐다. “저… 오늘, 치마 입었는데.” 예기치 못한 도발에 남자의 뺨 위로 근육이 도드라졌다. 소파를 짚은 손등에도 짙푸른 혈관이 솟았다. 사나운 시선이 창백한 발과 톡 튀어나온 복사뼈를 훑었다가, 마침내 흐트러진 옷자락 아래 드러난 허벅지의 맨살에 닿았다. “…본인이 지금, 무슨 소릴 하는지는 알아요?” 재희는 고집스럽게 해원의 시선을 피한 채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노골적인 유혹과는 상반되는 수줍음에 남자의 굴곡진 입술이 뒤틀렸다. “겁도 없네요, 연재희 씨는.” “…어쩌면 해원 씨가, 겁이 많은 것일 수도요.” 예상치 못한 도발에, 잠시간 침묵하던 해원은 이내 즐거운 웃음을 터뜨리며 재희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생경한 감촉에 놀란 그녀가 온몸을 파드득 떨자, 그가 붉어진 귓불을 입술로 감쳐물었다. “좋아요. 재희 씨가 원한 거니까….” “…….” “도망치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버텨요.” 마지막 망설임마저 내던진 남자는 방금과는 사뭇 다른 기세로 거칠게 입을 맞췄다. 일러스트: d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