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에 펫신탁 수익자가 된 수의테크니션 예진, 신탁자의 손자 정혁과 묘하게 엮이다! 우월한 외모를 빛내던 그가 서늘해진 눈빛으로 잔뜩 경계하자 옆에 있던 황금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오면 금방이라도 달려들겠다는 듯 위태로운 상황에서 정혁이 한 발자국 다가서자 황금이 바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예진은 다급하게 소리치며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황금아, 안 돼!” “위험해!” 정혁은 예진을 뒤에서 끌어안고 몸을 틀었다. 뒤늦게 예진을 발견한 황금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품으로 뛰어들자 정혁은 그 무게감을 견디지 못하고 보기 좋게 뒤로 넘어졌다.
이혼 후 시작된 연애. 모두에게 감추고 싶은, 비밀스런 그날의 기억. “이제 나 같은 건 다 잊고 좋은 여자 만나.” “미안해. 네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난 평생 당신 만을 사랑할 거니까. 내 운명은 처음부터 이미 그렇게 정해졌거든. 십 년이고 이십 년이고 기다릴게. 언제든 내 곁에 오고 싶으면 와.” 이혼 후에도 서로를 잊지 못하고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두 부부에게는 과연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남자주인공: 곽보건. 30세. IT회사 프렌즈의 대표 겸 인공지능 개발자. 3년 전 아내 유경이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사건으로 어쩔 수 없이 이혼했지만,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기념일마다 구실을 만들어 유경에게 직진하며 마음을 고백하지만, 그녀의 상처 탓에 늘 조심한다. 잘생긴 외모로 회사 여직원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지만, 정작 유경 외엔 그 어떤 여자에게도 관심이 없고 냉랭하게 대한다. *여자주인공: 서유경. 30세. 화장품 회사 백리향의 제품 만족도 조사 해피콜 상담원. 일부러 여직원들만 일하는 회사에서 근무하지만, 새로 들어온 남자 직원 동혁 때문에 그만둘 위기에 처한다. 전 남편인 보건을 여전히 짝사랑하는 중. 3년 전, 사건 이후로 변함없는 사랑을 고백하는 보건에게 흔들리지만, 마음의 상처 때문에 매번 거절하고 있다.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꾸준히 다니며 하루하루 간신히 버티며 사는 중이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꿈을 꾸게 된다면 당신은 과연 어떤 시점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글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이 언제였지.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와서 그런 탓인지 그 질문에 바로 답을 내릴 수 없었다. 뭐, 그게 언제든 지금보다는 낫겠지. *여주/ 황재음(21~33) 일자리 지원센터 단기계약직 직업상담사. 대학교 CC로 만나 긴 연애 끝에 결혼한 남편 남현이 느닷없이 오피스 와이프가 임신했다며 이혼을 요구한다. 숨겨진 오피스 와이프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격인데 애까지 있다는 말에 배신감과 분노로 이혼을 거부한다. 계속된 압박 및 회유를 거듭하는 남편에게 지쳐가던 어느 날, 기이한 꿈속에서 인생에서 가장 빛나던 순간인 12년 전, 스물한 살의 대학생이 된다. 그리고 당시 소개팅에서 만났던 건우에게 서서히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데…. *남주/ 차건우(21~33) 심리학을 전공한 대학생. 12년 전, 재음의 소개팅 상대로 만나 짧은 인연으로 끝나지만, 꿈속에서는 재음과 엮이면서 서서히 가까워진다.
예기치 못한 폭설로 설산에 갇혀버린 두 남녀. 그리고 7년 만의 해후. 안도감에 젖어 든 얼굴로 대피소 안에 뛰어든 도후는 눈앞에 상상도 못 했던 얼굴을 마주하고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당신이……. 당신이 여긴 어떻게…….” 이혼한 이후로 7년 만이었다. 그보다 먼저 와 있던 아련도 멍하니 몸을 일으켰다. 반가움도 당혹스러움도 아닌 그 중간 단계의 복잡한 표정. 그 표정마저 잊고 있던 그리움을 불러일으켰다. * 여주/ 김아련(39) 트래킹 정보를 다루는 잡지 Fine 칼럼니스트. 태백산에서 도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지만, 이혼 후 혼자 지내는 중. 설산 촬영 중 갑작스런 폭설로 피신했다가 임시대피소에 전남편 도후와 갇히게 된다. * 남주/ 하도후(43) 방송국 ZBS 시사교양 본부장. 세계 각국 트래킹 코스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PD를 하던 시절, 태백산에서 만난 아련에게 첫눈에 반해 결혼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이혼하게 된다. 아련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떠난 태백산에서 그토록 그리던 아련과 재회하게 된다.
실수로 뒤바뀐 맞선 상대. 그런데 왜... 진짜 맞선 상대도 아닌 그 여자의 잔향이 남아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것일까. *** 전혀 생각도 못 했던 그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강재하 대표. 간신히 도망쳐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전기충격이라도 받은 듯 깜짝 놀란 다람이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자 재하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와 단숨에 손목을 낚아챘다. 도주에 실패한 다람은 벽을 등진 채 태연한 척 빤히 올려다보았다. 두 팔로 벽을 짚으며 더는 도망가지 못하게 가둬버린 재하가 얼굴을 가까이하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드디어 찾았다.” 달콤한 숨결이 얼굴 위로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심장을 짓누르는 듯 강렬한 재하의 시선이 허공에 얽히자 다람의 심장은 거짓말처럼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사로잡힌 다람은 한동안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여주/ 지다람(21) 사람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지지 않고 어김없이 독설만 날리는 염세주의자. 돈을 벌기 위해 우연히 맞선 대행으로 나갔던 자리에서 실수로 엮인 재벌남 재하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남주/강재하(31) 진저브레드맨의 대표이사. 제 순정을 다 바쳤던 첫사랑 민희의 배신으로 사랑을 믿지 않지만, 다람을 만나면서 서서히 희망을 품게 된다.
게임 속 부부가 현실 부부가 된다고? 잠시 머뭇거리던 정규는 상미의 시선이 어디에도 도망가지 못하게 꽉 붙든 채 담담하게 말했다. “그동안은 게임상에서만 부부였지만 왠지 진짜 부부가 돼도 좋을 것 같아서. 누나처럼 나와 잘 맞는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거든.” 뭐야. 정말 진심인 건가. 커다란 충격에 휩싸인 상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시선도 피하지 못하고 얌전히 붙들린 채 머뭇거리고만 있었다. “미안하지만 난 단 한 번도 너를 남자로 생각한 적 없어.”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은 정직하지 못했다. 이미 오늘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심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으니까. *여주/ 신상미(22~30) 만년 말단 게임운영자로 현재 게임 회사 타임리스 소속 무협MMORPG 주화입마의 GM화련으로 활동 중. 원래는 공부밖에 모르던 모범생이었으나 친구 소민의 꾐에 넘어가 생애 첫 게임 엔터 더 드래곤에 발을 디딘 후 게임 폐인이 된다. 엔터 더 드래곤 게임상에서 처음 마주하게 된 정규와 인연을 맺다 결혼까지 하고 가상 부부가 된다. 고무신이었던 당시 군화를 거꾸로 신은 전 남친 흥식과의 기억 탓에 연애와는 담을 쌓고 게임에만 빠져 지낸다. 첫 정모 이후로 늘 채팅으로만 만났던 정규와 8년 만의 재회에서 그에게 진짜 청혼을 받게 된다. *남주/ 박정규(13~21) 세계적으로 성공한 천재 프로게이머. 유명한 FPS 장르의 게임 포켓 워 국제 리그에서 뛰어난 전략으로 속한 팀을 여러 번 우승으로 이끈 주역. 시종일관 진지하고 과묵한 성격이지만 첫사랑이었던 상미에게 속으로만 연심을 품고 있다. 타국에서 수억 원 상당의 연봉을 제시하며 스카우트를 받기도 하고 최정상에 오를 때쯤 돌연 입대를 결정한다. 입대 전, 상미에게 청혼을 하지만 거절당하고 대신 천천히 알아가자고 제안하며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하루아침에 한집에 살게 된 두 남녀가 떠맡게 된 아기!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아무 생각 없이 칭얼거리는 기우를 안고 집안에 들어선 순간, 막 샤워를 마친 누군가 트렁크 팬티만 걸친 채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꺅!” 상상도 못 한 광경에 지완은 무심코 몸을 돌리며 비명을 질렀다. 그 와중에 군살 하나 없이 성난 근육으로만 똘똘 뭉친 다부진 상체가 잔상처럼 눈앞을 아른거려 심장이 벌렁거렸다. 나 정말 미쳤나 봐. 지완은 자꾸만 화끈거리는 얼굴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졸지에 봉변당한 도진은 너무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르는 것도 잊고 있었다. 얼른 욕실로 도로 뛰어들어 수건으로 대충 몸을 가린 채 다급히 소리쳤다. “대체 뭡니까?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죠?” “그쪽이야말로 누구죠?” “빨리 나가요. 경찰 부르기 전에.” “저도 그러고 싶지만, 아기도 같이 있어서요. 여기 정한 씨 집 아닌가요?” 젠장. 엄정한, 이 자식. 뭔가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이후였다. *여주/ 서지완 (27) 보육교사였지만 별생각 없이 시사 프로그램 인터뷰에 응했다가 졸지에 취업길이 막혀버린다. 백수가 된 이후로 친구 서림이 결혼 전에 낳은 아기 기우를 덜컥 맡게 되면서 도진과 엮이게 된다. *남주/ 한도진 (27) 대기업 전략마케팅팀 직원. 대리직급을 달았지만 매일 퇴사의 유혹에 시달린다. 원수 같은 친구 정한과의 약속이 평생의 약점이 되어 입대해버린 친구의 아이를 대신 받아 키우게 된다. 처음에는 사적인 공간에 누가 들어오는 걸 질색하던 성격이었지만 진심으로 기우를 키우려 애쓰는 베이비시터 지완에게 서서히 마음이 끌린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완벽한 그 남자와 엮이면서 평온했던 일상이 무너져 내렸다. 문호는 결국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격정을 이기지 못하고 나예를 꼭 끌어안았다. 가벼운 입맞춤 뒤 그가 귓가에 대고 나른하게 속삭였다. “나 알고 보면 진짜 나쁜 놈인데. 정말 끝까지 가도 괜찮겠어요?” “상관없어요. 원래 지 팔자 지가 꼰다고 하잖아요.” 호기심으로 일렁이는 눈빛이 뜨겁다 못해 따가웠다. 나예는 최대한 무심한 척하려 애를 썼다. 문호는 더 묻지 않고 다시금 진득한 키스를 퍼부었다. 본능적으로 그의 튼실한 허리를 두 다리로 휘감은 나예는 머릿속이 아득해져만 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의 침실 안이었고 폭신한 침대 위로 포개어 쓰러졌다. “지금이라도 거부하면 중단할 수 있어요.” *여주/ 서나예 (27) 타고난 외모에 사려 깊고 무난한 성격으로 친구들에게 두루두루 원만한 관계를 유지 중. 유독 남자 복이 없는 편으로, 연애의 끝은 상대의 바람 아니면 집착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폐. 그럼에도 언젠가 이상적인 연애를 할 거라고 믿었다.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남주/ 정문호 (31) 게임엔진 회사 Prune Plat의 대표. PP Engine이라는 게임 개발 소프트웨어의 성공으로 비교적 어린 나이에 CEO가 되었다. 잘생긴 외모와 타고난 사업수완을 지녔지만, 사람들을 대하기 어려워하며 유독 연애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도주할 궁리만 하는 회피형 인간. 아무리 도망쳐도 항상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려 주는 여자를 만나며 견고하게 쌓아둔 마음의 벽도 서서히 허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