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초원
이초원
평균평점 3.50
어느 날, 외사랑이 끝났다
이초원
3.5 (1)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사랑했다. 이 지독한 사랑이 저주 같다고 느껴지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갑자기 그가 나에게 사랑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 본문 中 제니아는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를 사랑해주세요. 전하.” 진심으로 그에게 말하고 싶고, 또 요청하고 싶었지만 절대로 꺼낼 수 없던 말이었다. 그녀의 자존심과 비참함은 둘째치고 이 말을 꺼냈다가 그녀에게 완전히 질려버린 그가 어떤 말을 할지가 두려웠기에 차마 꺼내지 못했던 그 말. 사랑해달라는 구걸. “그대를 사랑해.” 그녀의 말에 당연한 것처럼 돌아온 그의 말은 제니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대답에 용기를 얻은 제니아는 또 한 번 하고 싶었던 말을 내뱉었다. “저를 보며 웃어주세요.” “그대가 원한다면 하루 종일도 웃을 수 있어.” 그리고 또다시 아르시온은 그토록 그녀가 보고 싶어 했던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지워주었다. “사랑해요… 꿈이어도 좋아요. 한 번만이라도… 전하에게 제 진심을 전하고, 전하께서도 그러하다는 말을 되돌려 받고 싶었어요.” 애절한 그녀의 고백에 아르시온이 참지 못하고 제니아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그녀의 입술을 잡아먹을 듯이 삼켰다. *** “제니아….” “전하께서 그렇게 다정하게 제 이름을 불러주시니 이상하게도….” 제니아가 조곤조곤히 말을 내뱉다가 조금 뜸을 들였다. 아르시온은 긴장된 눈으로 그녀를 보다가 이어진 그녀의 말에 처참하게 눈가를 일그러뜨렸다. “소름이 끼쳐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방긋 웃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그를 향한 증오와 경멸을 가득 담고 있었다.

소설이 끝났는데 집착계략남이 놓아주지 않는다

소설이 끝났다, 드디어.그 시원섭섭하고도 후련한 기분에 부어라 마셔라 하며 신나게 연회를 즐긴 것까지는 좋았다.분명히 그랬는데…?“나, 책임진다고 했잖아요.”다디단 목소리로, 물의 요정같이 짙푸른 머리카락의 미남이 사연 있어 보이는 회갈색 눈동자를 그렁거리며 말했다.“대답해 봐요. 나… 혹시 당신한테 먹고 버려지나요?”“서…설마요! 제가 어떻게 감히!”이런 상황을 바란 적 없었건만신은 기어이 내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세르 님…. 이건 약속이랑 다르잖아요.”“그러게, 누가 사고 치라고 시켰더냐? 이건 전적으로 네 탓이다.”슬프게도 나는 내가 쓴 소설이 끝난 그 시점에서, 주인공들의 사랑을 훼방 놓는 역할을 하던 남조의 덫에 걸리고야 말았다.

나를 혐오하세요, 공작님

“나를 진심으로 믿었다니, 무척 안타깝고 안쓰러워요. 공작님.” 사고 후 눈을 떠 보니 좋아하던 소설 속 악역 조연으로 빙의했다. 무려 남주에게 악독한 술수를 써 억지로 밤을 보내려다 지독한 혐오를 사게 되는 사비나 에뒤아르의 몸으로. 기왕 이렇게 된 거, 내 최애 소설을 가까이서 직관하다가 주인공들이 원작대로 이루어질 때쯤 눈치껏 빠져주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 흘러가고 있었다. “그대는 나의 인내심을 칭찬해 줘야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참고 또 참아요.” 날 혐오해야만 하는 남주인 아드리안은 매 순간 이런 식으로 혼을 쏙 빼놓질 않나. 아드리안의 짝이어야 하는 알렉시스는 원작의 궤도를 일탈하다 못해 새로운 캐릭터로 탈바꿈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영애. 공작과 파혼하고 내 황후가 되겠나?” 심지어 원작에선 제대로 된 등장조차 없었던 황제가 나더러 황후가 되란다. 내 최애 소설…… 이대로 정말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