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 인성 안 좋은 것 괜찮습니다. 내가 더 안 좋습니다. 그러나 일 못 하는 건 안 괜찮습니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하시길 바랍니다.”새로 온 팀장의 소개는 간단했지만, 그를 파악하기엔 더없이 충분했다.**침대에서의 그는 팀장이란 호칭에 예민하게 반응을 했다.“침대에서 팀장은 없다고 했어.”“팀장님 후회하실 거예요. 저는 팀장님에게 떠날 기회를 드렸어요.”“꺼지라는 걸 기회라고 하나?”“팀장님이 다칠 거예요. 전 절대 팀장님을 사랑할 수 없거든요.”“절대가 어디 있어. 내가 너랑 이럴 줄, 나는 알았는지 알아?”사람의 취향은,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과도 같은 거였다.“내 취향이 아닌 네가 내 취향을 다 바꿔버렸다고.”네가 세상을 바꿨다고.너에게 몰락 당한 세상<취향의 몰락>
“내가 둘러말할 줄 몰라서. 그쪽 뒷조사 좀 했는데.”이어서 그는 묻지도 않은 자기소개를 했다.“서른하나, 강차진, 채무 깨끗합니다. 당신 가족처럼 보증 세우는 사람도 없고.”“자, 잠시만요. 뭐 하시는 거예요?”“나이, 이름, 채무 관계. 내가 당신에 대해 아는 건 그 정도. 이제 정보의 등가교환은 된 걸로 하고.”처음 만난 날, 청혼과 함께 이혼을 제안한 남자는 오늘 날씨 읊듯 덤덤히 말했다. “알아가는 거 좋죠. 정하연 씨랑 나 사이에 차 두 잔 두고, 인사하고, 취미 묻고. 근데 내가 시간이 없거든.”“결혼이 그렇게 급하세요? 저에 대해 아는 게 딱 그 세 가지라면서 결혼하자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되네요.”“네, 급해요. 정하연 씨 아니면 안 되고.”*본 도서는 15세이용가로 개정되었습니다.
“고개가 참 가벼워.”날 향한 정중한 인사가,팍 숙인 그녀가 안쓰러워 보인 건 왜였는지.“재미도 없는 인사를 뭘 두 번씩이나?”갑과 을이 명확했던 계약 결혼.나쁘게 대할 이유가 없어 조금 잘해 주었더니,가진 게 없던 아내가 유일한 마음을 바쳐 온다.“이혼하면 끝이라고 했는데, 별아. 끝에 뭐가 남아.”“희성 씨가 버리고 간 모든 게 남아요.”서류를 정리해도 남겠다고 하던아내가 거짓말처럼 떠났다.백 번을 버리면 백한 번을 매달리던 전 아내가.***연인에게 신발을 선물하면,도망간다고 재잘대는 너에게새 신을 신겨 주며 나는,“안 쫓아가니까 쉬면서 가.”가지 말라고,네가 내 코트 자락을부여잡던 밤이면 나는,“갈게. 잘 자.”그때의 널 생각해,오늘의 널 상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