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걘 내 여자였어. 웨일 후작이자 거대 기업 웨일사의 사장, 에드워드 웨일. 원하는 것을 얻어 내기 위해서는 뭐든지 하는, 오만하고 무도한 사업가. 그리고 15년째 다이앤 리나를 찾고 있는 남자. “오늘 밤엔 내가 왕자님의 엄마가 되어 줄게.” “너 바보야? 엄마는 여자 어른이어야 해.” “그럼, 엄마 말고, 그냥 네 여자 해 줄게!” 15년 전 보육원에서 다이앤에게 첫눈에 반한 에드워드는 그녀만을 찾아다녔다. 엄마를 잃고 슬픔에 빠진 자신을 어설프게 위로해 주던 그 따스함을 잊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운명처럼 그녀를 다시 만나, 겨우 자신의 곁으로 데려왔더니……. ‘어째서 내 다이앤이 형한테 저런 눈빛을 보내고 있는 거지?’ 그녀에게 가르쳐 줘야만 한다. 그녀의 볼에 키스를 해 주고 그녀에게 오빠가 되어 줬던, 그녀가 칭한 왕자님은 형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걸. 15년 전, 다이앤 리나가 만났던 사람은 에드워드 웨일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남자의 볼에 키스를 하고, ‘로설로’라고 소리 내 주문을 외우기》서른한 살, 대한민국의 평범한 주부 이정서.권태롭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이정서는 도입부만 읽다 만 어느 로판 소설 속 차원 이동 주문을 재미 삼아 읊어 본다.스무 살 귀족 아가씨인 ‘엘라이스 로즈’의 몸에서 눈을 뜨게 될 줄은 꿈에도 모른 채.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았기에 쉽게도 읊조려 버렸던 그 주문.어느새 나는 두 주먹을 꽉 말아 쥐고 있었다.“매니. 가자! 갈게, 파티에 가야겠어!”재산을 모두 바쳐 간당간당하게 준남작 작위를 산 뷰틴 로즈 준남작의 외동딸 엘라이스 로즈.아버지는 가진 거라고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뿐인 엘라이스를 귀족가에 시집보내기 위해 파티에 필사적으로 내보내고, 갑작스럽게 로판 세계에 떨어진 이정서는 사랑하는 아이들의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떤 가설에 매달린다.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어 그 남자에게 키스하며 주문을 실행시키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너는, 그럴 위험이 전혀 없다는 말인가? 날 사랑하게 될 가능성이?”그럴 위험?당연하지!내가 너를 사랑할까 봐 걱정이야? 그건 정말,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어!“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절대로 그럴 리가 없거든요. 정말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남자도 사랑하지 못했는데, 제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공작님을 어떻게 사랑하겠어요?”그리고 어쩌면 일찍 다가올지도 모르는 기회, 다정한 미청년 에드로이 락스턴의 구애가 이어지지만 엘라이스는 어쩐지 그가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다.그런데 하필 온갖 여자는 다 건드리고 보는 난봉꾼 황태자의 눈에 띄어 버리고, 엘라이스는 살기 위해 유일하게 황태자가 이길 수 없는 제국 내 실세인 락스턴 공작, 엘라이스를 ‘얼굴만 믿고 남자 낚으려는 뻔뻔한 여자’로 오해해 경멸하는 ‘얼음 공작’ 드와이트 락스턴에게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매달리는데…….엘라이스는 과연 ‘이정서’로, 사랑하는 아이들과 남편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랑 자고 달아난 여자를 잡아 와.” “예?” “긴 금발, 파란 눈, 키는 내 어깨 정도. 음…… 너, 키가 얼마지?” “……예?” “키가 딱 너만 한데, 네 키가 얼마냐고.” 순식간에 클로이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래, 그렇겠지. 공작과 동침하고 달아난 그 여자가 바로 나니까. 물론 공작은 나를 남자로 알고 있지만. 엄마를 살리기 위해 죽은 오빠의 모습으로 남장을 하고 울파즈 공작가에 취직한 클로이 리든. 휴가 마지막 날, 그녀는 제 본모습으로 공작과 하룻밤을 보낸다. 그녀가 여자인지도 모르는 공작이기에 아무 의미 없는 하룻밤의 일탈이라고 생각하며. 분명 그랬는데……. *** “이게 무슨 냄새지?” “예?” “이 냄새 너한테서 나는 것 같은데. 너, 가까이 와 봐.” 자꾸만 그녀한테서 동침한 여자의 체향이 난다고 주장하는 공작. 미친……듯이 정확한 후각이었다. 마치 무슨 짐승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자인 걸 들키게 된다면 이미 엄마의 약값으로 다 써 버린 1년 치 월급과 함께 위약금까지 물어내야 하는 상황. 클로이는 차라리 들키기 전에 달아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녀의 계획은 거의 성공적이었다. 공작이 그녀를 잡으러 오기 전까지는!
다들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거예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왕국 내 최고 명문 사립 학교의 담임이 된 신규 교사 코니 클래런스.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발휘하며 열심히 교사 생활을 하려 했건만, 자꾸만 학부모들과 이상하게 엮인다? *엮인 학부모 1: ‘공주병’ 아니고 진짜 공주 ‘다니엘라’의 오빠인 인성 완벽, 외모 완벽, 매너 최고인…… 줄 알았던 왕자님 “교실이 참 예쁘네요.” “아, 네. 감사합니다.” 코니도 왕자의 시선을 따라 교실을 둘러보다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주인을 닮아서 그런가…….” 주인? 교실의 주인이요? 아…… 아이들 말씀하시는 거죠? 그런 거죠? *엮인 학부모 2: 모범생의 표본, ‘윌리엄’ 아버지인 왕국 내 최고로 섹시한 홀아비 공작님 “선생님은 아이를 정말 좋아하시나 봅니다.” “네, 그럼요.” 웨인 공작의 당연한 질문에 코니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만약 윌리엄이 선생님의 학생이 아니라 아들이라면 어떨까요?” “아, 그러면 정말 너무 행복…… 네?” “대답해 주시죠, 코니…… 클래런스 선생님.” 의미 없는 가정일 뿐인데 왜 눈빛은 그렇게 진지하신 거죠, ‘아버님’? *엮인 학부모 3: 말썽꾸러기 ‘칼리언’의 삼촌이자 돈 많고 얼굴 예쁜 인성 쓰레기 백작 “선생이 막 거짓말하고 그래도 되나?” 이 예쁘고 돈 많은 쓰레기가 또 시작이군. “무슨 말씀이시죠?” “사과도 잘하고 남을 안 때리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거, 그거 순 거짓말이잖아.” “거짓말이라니요? 정말인데요?” “아닐 텐데? 나는 사과도 안 하고 남도 잘 때리는데, 여자들이 다 좋아하거든. 아주 귀찮을 정도로 달라붙는다고.” 어쩌다 저 지경이…… 이래서 교육이 정말 중요한 건데. 나는 정말 우리 반 아이들을 잘 가르쳐야겠어! 그러니 학부모님들! 제발 더 이상 우리 이상하게 엮이지 말아요. 저는 교사고, 여러분들은 학부모님들이잖아요!
“미친 남자는 싫습니까?” * * * “좋아해요!” 나무꾼 로디에게 고백했다. 이 남자는 다정하고 친절한 데다, 돈도 많으니까!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 교제를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언니를 살리기 위한 돈이 필요해서 일단 고백하긴 했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이 남자도 나를 좋아하고, 나도 이 남자를 좋아하니까. “흠……. 사실 셀라 양은 내 이름도 모르는데…….” ……응? 이게 무슨 말이지? “로디악 페스트리크 귄터, 그게 내 이름이에요.” “로디악 페스트……음……페스트? 으악!” ‘로디’가 내가 지금껏 그렇게 피하려고 했던 원작의 흑막이라고? 미친! 이 남자에게 살해당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기를 써 왔는데! 내가 흑막 놈에게 고백했다니! “왜 그래요? 갑자기 왜 이렇게 떨어요?” 남자가 붉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섹시해 보이던 붉은 색이 이제 보니 살벌한 핏빛으로 보였다. “아니야, 이게 아니야…….” “아니야? 뭐가, 아니란 말일까?” “교…… 교제 아닌데요.” “교제가 아니라면, 아하. 셀라 양은 바로 결혼이 하고 싶었던 거구나?” 뭔 소리예요? 결혼이라니! “좋은데, 난. 결혼 좋아요.” 만족스럽다는 듯 화사한 미소가 걸린 흑막 놈의 입술 사이에서 느른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늙은 후작에게 팔려 가느니, 나한테 팔리는 건 어떻습니까?”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대사를 치는 이 남자는 빙의 전 내가 마지막으로 본 소설 속 남주였다. 키이스 리카디즈 공작. 독자들이 붙인 별명은 리카‘뒤져’. 심지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후회남인데…… 저 남자의 계약 아내로 빙의하다니. 나는 발닦개 남주, 댕댕이 남주가 취향이라고! *** 불륜을 저지르는 공작의 외도 현장을 잡아 위자료나 왕창 받고 이혼하려 했더니 “내가, 지금 내 아내와 외간 남자가 호텔 방에서 함께 나오는 장면을 봤는데. 이런 걸…… 불륜 장면이라고 하나…… 빌어먹을.” 왜 내 외도 현장으로 오해받은 거지? 심지어 그 후로 공작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불륜이 아니라면 증명해야지. 이를테면, 하루에 한 번 안아 준다든가……. 그게 아니면, 입맞춤도 괜찮겠군.” 뭐, 뭘 해? 난 고구마 답답 후회물을 벗어나려 한 것뿐인데, 이런 빌어먹을! 나야말로 ‘빌어먹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