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의 한 획을 그은 저자, 서효원의 미공개 유작 최초 공개! 『창궁무적검』 검맹이 배출한 희대의 세 무사 창궁일몽 하운비, 혈사자 연검후, 비류검혼 담소천.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검맹주의 위. 승자는 군림천하를 향해 나아가지만 패자는 야망을 접어야 하고 영원히 입을 다물어야 하는 법. 비정한 강호무림. 승자가 될 수 없다면 애당초 검을 쥐지 말아야 하며 강호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한다. “두렵다면 애당초 무사의 꿈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검을 쥔 이상 목숨은 너의 것이 아니다. 무사의 혼을 가진 자만이 강호의 길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 앞에 혈마의 저주가 모습을 드러내고, 은둔한 강자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중원은 혼란으로 빠져든다. 창궁일몽 하운비가 사라진 창궁일검화를 만들어 내는 날, 모든 악운이 사라지고 무림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게 되리니!
서효원 작가의 대표작 실명 시리즈 "실명천하" 풍운과 혈전으로 점철된 무림천년사! 장대하고 통렬한 야망의 머나먼 길. 아아, 살기로 우는 신검과 마검. 천애(天崖)에 메아리치는 어느 영웅의 장소성과 풀잎의 이슬로 스러져가는 뭇별의 청운지몽이여! 강호의 길……. 그 길은 야망로(野望路)이고 폭풍의 언덕이다. 욕망과 애증이 시련과 환락과 애욕의 바람에 씻기고 뒤흔들리는 폭풍의 언덕! 머나먼 야망의 길 끝에는 절대(絶代)의 문과, 군림의 좌(座), 패권(覇權)의 번(幡)이 찬란하게 피어난다. 천 년 전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무사라면 흔쾌히 그 길에 올랐다.
서효원 작가의 대표작 실명 시리즈 "실명마제" 천후봉(天吼峰). 만학천봉(萬壑千峰)을 굽어보고 서 있는 거대한 암봉(岩峰). 발아래 수천수만의 군봉(群峰)을 굽어보고 있는 모습은 유아독존의 경지에 이르렀으며, 그 빼어난 준엄과 수려는 세인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천후봉 정상에 바람이 불면 봉우리 위에서부터 뇌성 같은 부르짖음 소리가 들려온다. 우르르- 우르르릉-. 수천수만 마리의 뇌룡이 일시에 울부짖는 듯, 가히 세상을 압도할 듯한 장소성(長嘯聲)은 사자후보다 늠름하고 신마소(神魔嘯)보다 무서운 것이었다. 천후봉 위에 서서 사방을 바라보면 그 무엇도 거칠 것이 없다. 육합은 운해를 이루고, 발아래 굴복하고 있는 연봉(蓮峰)은 천자에게 절을 하는 신하들의 모습마냥 초라해 보인다. 하늘에 닿을 듯 뾰족하게 솟아 있는 최고정(最高頂) 위. 휘익-, 사방에서 몰려드는 삭풍에 휘감기고 있는 암반의 첨각(尖角) 위에 서서 천하를 굽어보고 서 있는 백의인이 하나 있었다...
강호무림을 지배하는 것은 무엇인가? 천하를 뒤덮는 절세의 무공인가? 아니면 강호정복의 야망인가? 아니면 장부의 기개인가? 야상의 아들로 태어난 묵검추. 천하를 덮을 천품을 지녔으나 그는 재능을 숨기며 지낸다. 아버지의 지엄한 명으로 인해. 천하제일의 기루를 운영하는 아버지. 강호십대거상의 한 자리를 차지했으나 늘 모리배로 손가락질 받는다. 얼굴 가득한 상흔으로 인해 늘 어둠 속에서 지내는 아버지. 하지만 단 한번도 과거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남이 널 알아보지 못하게 하라. 뛰어나다는 것은 친구보다 적을 많이 두게 되는 법, 그렇게 산다는 건 몹시 귀찮은 일이지. 재능은 키우되 늘 감추며 살아야 한다." 묵검추는 아버지의 명으로 학자들의 요람인 등용유림에 들어가 학문에 정진한다. 그러다 만난 괴이한 스승 무명선생, 늘 술독에 빠져살며 학자들의 배척을 받는 그의 눈에 띈 묵검추. 그로인해 묵검추의 인생이 뒤바뀐다. 그리고 알게되는 아버지의 진실. 강호를 암중으로 지배하는 혈탑. 그들의 가공할 마공을 꺾기 위해서는 패배를 경험하지 않은 절세의 무공이 필요하다. 과거 단 한번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모든 것을 묵검추에게 맡기고 혈탑의 뒤를 쫓는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제 모든 것은 묵검추에게 달렸다. 강호의 운명을 건 한판의 승부. 풍운의 무사 묵검추의 영웅행로가 마침내 시작된다. *연재로 처음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부모 없이 자라난 소년 백무영. 무공을 가르친 여섯 사부가 그에게 알려준 것은 고통과 원한뿐이었다. " 네 이름은 백무영, 원수의 아들이지." "네 부모의 빚을 다 갚을 때 까지 네 놈에게 자유란 없다. 벗어나고 싶다면 강해져야 한다." "네 놈의 아비로 인해 우리 여섯은 강호를 떠날 수 밖에 없었지. 그 한을 네가 갚거라. 그런 다음 네 놈 마음대로 해도 좋다." 무공이 강해질수록 한은 깊어만 가고...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살기는 커져만 간다. 무공을 완성 한 후, 그에게 내려진 첫 번 째 명은 백도맹주를 제거하라는 것! 백무영은 명을 완수하기 위해 백도로 잠입해 들고... 강호를 전전하며 마침내 신세의 비밀을 알게 된다. 곤륜의 아들! 그는 자랑스런 대곤륜의 아들이었다. 이제 패배란 없다. 곤륜의 검으로 천하를 어지럽힌 마도무리를 제거할 뿐이다.
구만(九萬) 리(里)에 걸친 야망(野望)의 대지(大地).오천 년 전부터 사람들은 그곳을 무림(武林)이라 불렀다.무사들은 욕망을 가슴에 품으며 무림에 뛰어들었고, 대강호의 주인이 되기 위해 일생을 검로(劍路) 위에서 살다가 사라진다.그러나 무림을 완전히 정복한 사람은 없다.혈륜(血輪)을 굴리며 남묵무림계(南北武林界)에 시산혈하(屍山血河)를 이룩한 절대마황(絶代魔皇)이라 하더라도 정복하지 못했고, 남칠북육성(南七北六省)에 걸쳐 방대한 세력을 구축한 패웅(覇雄)이라 하더라도 중원(中原)을 완전히 얻지는 못했다.그러나 삼(三) 척(尺) 장검(長劍)을 어깨에 메는 젊은 무부(武夫)들은 군림천하(君臨天下)의 웅지(雄志)를 쉽게 잊지 못하였으며, 피비린내 나는 혈전(血戰) 가운데 베어져 주검이 되어 눕는 그 순간까지도 대야망(大野望)을 잃어버리지 않았다.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은 풍운(風雲)의 대륙.언제부터인가 신주(神州)와 변황(邊荒)의 무림계(武林界)에는 우상(偶像)이라 불리우는 존재들이 존재하고 있었다.살아서 신(神)이 된 이름들, 그리고 한 가지 방면에서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는 전설(傳說)을 이룩한 절대의 존재들.그들은 야망의 새벽 하늘로 떠오르는 태양(太陽)과도 같은 존재들이다.첫 번째 전설, 그것은 장인(匠人)의 전설이다.
무림천하!남아라면 누구든 올라야 하는 대야망의 장!비록 장도(長途)에 오르다 쓰러져 한 줌 흙으로 돌아갈지언정 그 안에 들어 무부(武夫)의 뜻을 펼쳐야만 한다. 그 길이 영웅(英雄)의 길이든 거효(巨梟)의 길이든. 저주받은 가문 화씨세가(華氏勢家).운명이 그들을 버렸기에 그들은 철저하게 파멸되었고, 결국 무림의 저주로 태어나게 된다. 화옥룡(華玉龍).악마지로(惡魔之路)를 택해 강호로 들어선 불우한 천재(天才).그가 참회의 길로 들어선 까닭은?'나의 검은 참회의 검이고, 내가 걷는 길은 참회의 길이다. 장강의 물로 씻어도 그 죄과가 씻어지지 않을지언정 나는 그 길을 걸어야만 한다.'
무림(武林).무사(武士)들의 꿈이 영글어 가는 대지(大地)이다.각양각색의 사연을 갖고 풍운(風雲)의 대지에 뛰어든 무사들.그들은 피와 땀으로 대지를 갈며 단 한번의 승부(勝負)를 기다린다.무사는 오직 검(劍)으로 말할 뿐이며 승부로 인생을 결정 짓는다.하나, 무림은 승자(勝者)의 대지도 아니며 피로 얼룩진 패자(敗者)들의 대지도 아니다.승자도 있고 패자도 있으며, 정(正)도 있고 마(魔)도 살아 숨쉬는 곳이다. 대지가 돌연 뜨거워졌다.무림의 질서가 복수라는 미명 아래 일거에 무너졌다.이운빙(李雲氷).그는 강요 속에 검을 잡았다.복수와 용서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 어떤 면을 펼치는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이운빙. 그는 복수라는 면을 보며 강호로 나섰다.그리고 그가 나감으로 인해 강호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백 년 간 분열됐던 마도가 하나로 뭉쳤으며, 백도는 정기를 잃고 풍비박산(風飛雹散)되어 버렸다. 용은 구름을 부르고, 풍운은 대지를 혈우로 휩쓸어 버린다.몽중서생 이운빙.그에게 필요한 것은 한 잔의 차와, 한 권의 경전, 한 줄기 미풍뿐이거늘…….
<절대자류> 원(元)과 명(明)이 교체할 즈음, 중원무림계(中原武林界)는 십삼(十 三) 개(個) 세력에 의해 장악되어 있었다. 지옥십삼맹(地獄十三盟)의 비호 아래. 대원제국(大元帝國)의 비호 아래 그들은 무단(武斷)의 공포와 선혈의 기록을 남칠성(南七省), 북육성(北六省)에 이룩하였으며… 대원제국에게 황금과 미인, 기진이보(奇珍異寶)를 바치는 대가로 강호세가(江湖世家), 명문거파(名門巨派)에 대한 약탈과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피와, 죽음과, 공포로 점철이 되는 일백여 성상(星霜)……. 지옥십삼맹은 지옥천자(地獄天子) 뇌황(雷皇)이라는 천하마웅주(天下 魔雄主)와 더불어 대륙천하에 군림해 왔다. 사해(四海), 구주(九州), 십삼성(十三省) 이십팔천(二十八天)에 두루 세력을 이룩했던 지옥십삼맹. 영원히 무너지지 않을 듯했던 악마(惡魔) 의 지하왕국(地下王國)은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했으며, 그들은 끝내 철 저한 보복을 당하기 시작했다. 피에는 피로, 검(劍)에는 검으로……. 중원무림계의 일백팔 개 방파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뭉쳤으며, 주원장(朱元章)이 백련교(白蓮敎)의 난을 틈타 강남에 대명(大明)을 세운 이후 지옥십삼맹은 철저한 피의 응징을 받기 시작했다. 이제 기억해야 한다. 대륙천하의 모든 무림인들이 모여 이룩한 살아 있는 신화를! 절대 잊어서는 아니 된다. 그대, 악마의 추종자들아! 무당산(武當山) 천주봉(天株峯)에서……. 남칠성, 북육성의 사해무림동도(四海武林同道)는 대회동(大會同)을 했고, 무림 사상 가장 거대한 연맹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백팔무맹(百八武盟). 도저히 뭉칠 수 없다고 여겨졌던 일백팔 개 세력의 연맹이다. 태대천(太大天)으로 선출이 된 사람은 구천검후(九天劍侯). 그는 천하사대비전(天下四大秘殿)의 대전주(大殿主)들을 사대봉공(四 大奉公)으로 삼았으며… 옥검쌍혼(玉劍雙魂)을 좌우군사(左右軍師)로, 십대세가(十大世家)의 총사(總師)들을 십대원로(十大元老)로, 천하 백팔개 방파의 수로(首老)들을 일백팔 호법으로 삼고 천하대업(天下大業)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 힘이 있어야 한다. 악마를 멸살하기 위해서는! 사해(四海) 검호 (劍豪)들이여! - 자파의 비전(秘傳)을 아끼지 말라! - 우리들에게는 영웅이 필요하다. 지옥십삼맹을 멸살시키기 위해서 는 고금 무림에 드문 초인의 무사들이 필요하다! 그것은 가히 전설의 실현이라 할 수 있었다. 천하각지에서 소년소녀들이 모여들었고, 백팔 개 세력이 진산보물로 소장하고 있던 비급과 기진이보(奇珍異寶)가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천하(天下) 이십사(二十四)
<복마구층탑> 세 번째의 불청객 메마르고 거친 땅. 사방 그 어느 곳에도 인적은 찾을 수 없고, 잿빛 구름은 단 일각도 푸른 하늘을 보인 적이 없으며, 누런 빛깔의 흙먼지만이 시야를 가리며 종일토록 몰아치는 곳. 일컬어 장풍사(長風沙). 안휘성(安徽省) 오지에 위치한 황량한 곳으로 사냥꾼의 발길조차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휘이잉―! 바람이 몰아친다. 천지는 온통 누런 흙먼지 바람으로 황색으로 바뀌어 있다. 흡사 황룡(黃龍)이 하늘에서부터 내려와 땅을 휩쓸고 가는 듯, 소용돌이치며 대지를 사납게 긁어댄다. 휘이이잉―! 칼날처럼 예리한 바람소리는 얼마 후 맹동(猛冬)이 닥쳐옴을 알리고 있다. 멀리 장풍사의 끝자락에서 길게 이어진 산악의 능선은 지금 늦가을이었다. 단풍(丹楓)은 이제 붉지 않다. 바짝 마른 나뭇잎들이 장풍사에서 불어오는 모진 바람에 몸을 떨다가 힘없이 떨어져 날리고 있을 때였다. 퇴락한 단풍림을 등에 지고 언제부터 흙바람이 몰아치는 관도(官道) 쪽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한 소년의 얼굴에 아쉬운 빛이 퍼졌다. "오늘도 돌아오시지 않는구나." 탄식처럼 중얼거리는 소년의 나이는 십오 세쯤 되어 보였다. "아버님은 언제나 돌아오신단 말인가?" 걸치고 있는 옷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수수한 황삼(黃衫), 낡고 볼품없어 보였으나 그 기도만은 남달랐다. 천래(天來)의 기운은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법, 소년은 일견해서 범상치 않았다. 우선 그의 눈빛이 남달랐다. 부드러운 가운데 몽롱한 빛을 뿌려대는 눈빛, 그 눈빛을 받게되면 어떤 소녀라 하더라도 환상을 느낄 수밖에 없으리라. 강한 성격을 나타내듯 콧날의 선은 날카롭게 솟아 있었고, 한 '일(一)' 자로 그어진 붉은 입술은 굳게 닫혀 있어 소년이 평소 과묵하고 말이 없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벌써 세 달이다. 보름 안에 돌아오신다던 아버님이 어째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는단 말인가." 소년은 가슴 한구석에서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쫓으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설마 영영 돌아오시지 않는 것은 아닌지……, 아니 그럴 리는 없어. 아버님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리 없어." 소년은 강하게 부정하고는 아버지의 안전을 기원했다. 장풍사는 인가가 없는 곳, 그의 아버지는 삼백 리 밖에 떨어진 마을로 일용품을 구하러 나가곤 했다. 보통 이삼 일, 늦을 때는 십 일 정도 걸린 적도 있으나 언제나 약속한 날짜에 돌아왔었다.
<무협절검> 여인의 몸이란? 조물주에 의해 창조될 때부터 이미 필연적으로 사내를 유혹할 수 있는 마력을 부여 받고 탄생되었다. 볼텐가? 연한 과육의 새살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느껴지는 가슴은 숨막힐 듯한 유혹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위에 세초롬히 자리잡은 유실, 요염함을 자랑하듯 오똑 솟아있으니. 버들가지처럼 잘록한 허리에, 설원(雪原)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닮은 아랫배, 그리고 그곳을 지나노라면 옥기(玉肌)로 다듬어진 쭉 빠진 다리와 그 사이에 자리한 은밀한 숲이 사내의 정염을 들끓게 한다. 백과 흑이 선연하게 어우러져 마음을 울리는 그 신비! 아마도…… 신(神)은 스스로 저 신비한 능선을 만들면서도 자신의 욕망마저 억제하지못했을 것이리라. - 본문 중에서
<사신마전> 피와 죽음! 정(正)과 사(邪)의 차이에서 오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人間)의 이기심(利己心)과 호승심(好勝心)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살(殺)과 자비(慈悲)는 무엇이란 말인가? 은(恩)과 원(怨) 중 무엇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하고, 백도흑도(白道黑道) 중 어느 길을 따라야 올바른 것인가? 모든 질서가 무너졌고, 모든 추억도 깡그리 무너졌다. 그러는 가운데 대풍운(大風雲)이 일어나 사마외도(邪魔外道)가 창궐했으나, 사람들은 기력을 잃어 싸울 생각도 하지 못했다. 너무나도 깊은 검흔(劍痕)이라고나 할까? 그것은 비밀(秘密)이라기보다 대죄악(大罪惡)이고, 혈투(血鬪)라기보다는 대도살(大屠殺)이었다. 인간의 잔혹(殘酷)과 탐욕(貪慾), 망상(妄想)과 음악(淫惡)함이 모두 다 나타나고 정도는 부끄러워 얼굴을 떨어뜨렸다. 삼대사건(三大事件)! 그것은 영원히 삼대사건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어떤 제일사건(第一事件)을 만들어 내기 위한 세 번의 전제조건(前提條件)이 될는지? 대폭풍(大瀑風)은 저 먼 곳에서부터 오고 있지 않는가. 바람이 분다 느낄 때는 이미 바람에 날아가 버려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후가 되지 않을는지 <맛보기> * 序文 구만 리(里)에 걸친 중원천하(中原天下). 바닷가의 모래알보다 많다는 기인이사(奇人異士)와 대소문파(大小門波)들로 인한 사건은 천 년에 걸쳐 수천 번도 더 될 것이고, 불세출(不世出)한 효웅의 출현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그 중 중요한 사건 세 가지를 고르라 하면, 사람들은 몹시 주저하기 십상이다. 하나 사람들의 입을 통해 흘러 나오게 되는 세 가지 사건은 십중팔구(十中八九)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 첫째는 달마대사(達磨大師)의 중원행(中原行)이리라! 그분이 천축국(天竺國)에서 세수역근경(洗隨易筋經)을 지니고 숭산(嵩山)으로 오시지 않았다면 천하무림계는 아주 빈약해졌을 것이니까! 둘째 사건은 칠백 년 전에 벌어졌다. 그것은 열 명의 고수가 한 날 한 시에 실종된 사건이었다. 각 파(派) 지존(至尊) 십 인(人)이 한날 한시에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고금(古今)에도 드문 괴사건이었다. 그들이 어디에 갔는지, 왜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인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들로 인해 실전(失傳)된 절학(絶學)의 수가 그 몇이겠는가? 열 명의 고수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면 천하백도(天下白道)의 무공 수준은 지금보다 한결 고강해졌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삼대사건 안에 드는 것, 그것은 최근에 벌어진 일이었다.
<대자객단> <맛보기> 序章 1 그 해 구월(九月) ① 구월(九月)의 하늘에는 편월(片月)이 비수(匕首) 마냥 박히어 있었다. 새북(塞北)의 하늘빛은 흐릿하기만 하였고, 당장이라도 비가 퍼부어질 듯했다. 노장군(老將軍)은 전포(戰袍)를 걸친 채 뒷짐을 지고 서서 창을 통해 자야(子夜)의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살아야 한다. 너마저 자결(自決)할 필요는 없다." 산(山)처럼 굳강해 보이는 노장군. 그는 입가에 가는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아비의 목숨일 뿐이다. 그들은 너마저 죽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옥성(玉星), 너는 살아야 한다. 아비를 따라 죽는다는 것은 장렬(壯烈)한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비겁한 일이다. 명분(名分) 없는 죽음은 비겁한 죽음에 불과하다." 그의 목소리가 여운을 남길 때. 이제까지 그의 목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던 십칠 세 소년 하나가 천천히 고개를 쳐들며 이렇게 되물었다. "구룡장군부(九龍將軍府)를 떠날 수는 없습니다. 황도(皇都) 임안부(臨安府)를 떠난 금군추밀부(禁軍樞密府)의 사자(使者)가 와서 아버님의 수급(首級)을 자르고자 하거늘, 어이해 소자가 이 곳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물에 잠긴 별처럼, 소년의 두 눈에서는 흐릿하면서도 너무나도 총명한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서기처럼 흰 피부에 이월(二月)의 꽃처럼 붉은 입술이다. 나이 열다섯 정도. 너무나도 아름답게 생긴 미소년인데, 머리카락을 풀어 어깨 위로 흩트리고 있는지라 상당히 초췌해 보였다. "어이해 제가 비겁자로 살아야 한단 말씀이십니까? 아버님을 죽게 하는 자가 복수(復讐)하지 못할 제황(帝皇)이기 때문입니까?" "그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하나, 꼭 그것만은 아니다." "그럼 어이해……?" "너는 큰 그릇이 될 천하재목(天下才木)이다. 너는 천하에 다시 없는 영재(英才)이다. 그러하기에 너는 살아남아 천하에 기여해야 한다. 그리고 너는 아직 세월(歲月)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나이이다. 네가 죽을 필요는 없다." 대장군 뇌군평(雷君平). 백만대군(百萬大軍)의 총수(總帥)로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이끌고 변황(邊荒)을 토벌했던 인물이다. 뇌군평이 옥관(玉關) 일대를 지키기 위해 구룡장군부(九龍將軍府)에 머문 지 어언 이십 년이다. 지난 이십 년 내내 중원의 푸른 하늘을 그리워했던 대장군. 그는 이 밤이 자신의 인생 가운데 마지막 밤이 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담대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래, 너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나이다."
<철립> <맛보기> * 第一章 운명의 그 날 1 대륙(大陸)은 공활(空豁)했다. 넓고 시린 하늘가로 몇 조각 구름이 떠간다. 태양(太陽)의 광망(光芒)은 눈이 부시다. 천지간이 온통 눈의 축제다. 만학천봉(萬壑千峰)을 거느린 산악도, 동구 밖의 야트막한 동산도 눈 아래 하나가 되었다. 가끔 잔설이 바람에 휘말려 오르며 아쉬운 듯 분분한 눈발을 뿌려 댄다. 이런 날 아이들은 뛰고 싶을 것이다. 감숙성(甘肅省) 끝의 옥문관변(玉門關邊)에 사는 아이도, 북방(北方) 등격리(騰格里)의 사막 가의 유목민 소년(少年)도……. 그리고 운남(雲南)이나 사천(四川)의 아해들도 뛰고 싶을 것이다. 눈(雪)은 소년과 소녀에게 꿈(夢)을 심어 준다. 연인(戀人)들 또한 눈을 좋아한다. 하나 상심인(傷心人)은 더욱 상심하고, 잃어버린 아내의 무덤가에서 사랑의 추억을 더듬는 인생(人生)은 서글픔을 더하게 한다. 눈이 천지간에 건곤일색의 백야(白野)를 만든 날. 호북(湖北) 의창성(宜昌城) 동산사(東山寺) 밖의 허름한 대장간 안에서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십이 넘도록 허름한 대장간에서 쇳덩이를 두드렸다는 것뿐……. 그는 파리한 살색을 타고난 한 아기를 안고 있었다. 손길을 부르르 떨면서……. 그의 옆에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버린 한 여인의 시신이 놓여져 있었다. 대장장이, 평생을 쇳덩이와 함께 늙어 온 대장장이는 웃었다. 울음보다 더욱 비감(悲感)을 느끼게 하는 웃음으로……. "으하하하하… 네녀석은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녀석이 될 것이다!" 핏기 없는 그의 아이는 파리한 안색으로 굳어 있었다. "이 애비가… 비록 한 자루의 병기(兵器)도 만들어 보지 못했으나, 네녀석만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잔혹하게 기르겠다!" 아이는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검은 눈동자로 뭔가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듯한 아버지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 아이야! 너의 이름은 검(劍)이라 부르겠다. 너는 한 자루의 검이 되어라! 푸르고 예리한 검(劍). 제아무리 단단하고, 제아무리 뛰어난 인물의 심장도 꿰뚫을 수 있는 검(劍)을 만들겠다. 아이야! 사람들은 우리를 가난하고 약하다고 비웃어 왔다.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이 아버지의 아버지가, 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리고 그 아버지가, 한 자루의 검(劍)을 만들고자 평생을 바쳐 왔다.
<천애광정기> 이십 년 전, 천하무림이 마접(魔蝶)에게 유린당했을 때, 무림십검은 힘을 모아 마접을 무너뜨렸다. 피에 굶주린 마접을 제압한 후, 그들은 하나의 맹세와 함께 중악 태실봉 위에 대무림탑을 세웠다. - 이제 누구도 군림천하(君臨天下) 못하리라. 그 장엄한 글귀는 그때 쓰여진 것이었다. 다시는 마접 과 같은 악마에게 유린당하지 않기 위하여, 다시는 무 림천하가 일인이건 일파건 누구에게도 굴복당하지 않 기 위하여. <일인(一人)이건 일파(一派)건 불취대천하(不取大天 下)!> 그런데 어이하겠는가! 그 글씨가 바로 대천하에 군림 하고 있는 것을……. 휘이이-잉-! 바람이 불어온다. 온 천하를 뒤흔들고 삼라만상을 날려 버릴 듯한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風)… 그리고 구름(雲)이……. 휘이이-잉-! 이제 대무림탑의 모습은 없었다. 일진 풍(一陣風)과 더불어 일어난 흑무(黑霧)가 모든 것을 가려 버리는 것이었다. <맛보기> * 서막 대무림탑(大武林塔)의 서(序) 중악(中嶽) 숭산(嵩山)의 태실봉(太室峰) 위, 장검(長劍)이 바로 선 듯 하늘마저 찌를 듯한 첨각(尖角)의 산정(山頂). 백운(白雲)이 거기 닿아 반으로 나뉘어지는 듯, 장엄한 산세(山勢)가 천지신명(天地神明)마저도 눈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는 듯하다. 신원(神猿)도 기어오르지 못할 미끄러운 암벽(岩壁), 까마득히 높은 벼랑 위. 탑(塔). 거대한 철탑 하나가 웅자(雄姿)를 과시하고 있었다. 삼라만상을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듯한 거대한 철탑. 아니, 그것은 탑이 아니라 하늘(天)이었다. 바로 전무림(全武林)의 하늘! 그것은 신성(神聖)의 화신(化身)이었고 무림천하(武林天下)의 상징이었다. 무림의 하늘! 누가 감히 그 탑을 간과할 수 있겠는가! 세워진 지 수십 년도 더 되어 보이는 철탑. 그 세월을 말해 주듯 탑신(塔身)에는 이끼가 끼여 있다. 언제나 흑운(黑雲)에 잠겨 제 모습을 잘 보여 주지 않는 신비한 탑. <대무림탑(大武林塔)> 현존(現存)하는 무림의 전설(傳說). 바로 그것이 있었기에 무림이 장엄하지 않겠는가! 휘이이-잉-! 선풍(旋風)이 일어난다. 모든 것이 흔들리는데, 대무림탑만은 오만하게도 모든 것을 조롱하듯 우뚝 서 있었다. 육중한 자세, 살아 눈을 부릅뜨고 있는 듯한 거대한 탑의 형용! 절벽에 쓰인 단서(丹書)를 보면 그 모습이 그렇게 위대해 보이는 이유를 알리라.
<사형령주> 천외천마의 전설에서 시작된 세 개의 황옥부. 고금의 마공을 집대성해 천하제일인으로 군림한 천외천마. 그의 절기가 적힌 황옥부를 얻으면 천하에 군림하게 된다. 첫 번째 황옥부를 얻는 자, 마성으로 천하를 피로 씻는다. 그 저주는 사형령주로 인해 어김없이 실행되었다. 두 번째 황옥부를 얻는 자, 일곱 개의 마수로 천하에 군림한다. 무림천자는 두 번째 황옥부를 얻음으로써 전설을 입증시켰다. 세 번째 황옥부, 그것의 전설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이십 년 만에 다시 나타난 사형령(死刑令). 이제 천하는 혈겁을 피할 수 없다! 천외천마의 전설에서 시작된 세 개의 황옥부. 고금의 마공을 집대성해 천하제일인으로 군림한 천외천마. 그의 절기가 적힌 황옥부를 얻으면 천하에 군림하게 된다.
<무적검회> 제명(除名) 중조산(中條山) 깊숙한 곳. 새벽 안개가 일어나 중조산의 험준함을 감추고 있을 때였다. 스슥! 관음봉(觀音峰)이라 불리는 봉우리에서부터 주천봉(柱天峰)이라는 거봉(巨峰)을 향해 푸른빛 인영 하나가 날아들었다. 유성이 낙하하듯, 한 번 신형을 꿈틀거릴 때마다 삼십여 장씩 거리가 좁혀졌다. 멀리서 본다면 푸른 선이 안개를 가르며 나아가는 듯할 것이다. 푸른빛 유삼을 걸친 자, 그는 두 다리를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막강한 진원지력(眞元之力)만으로 몸뚱이를 섬전(閃電)같이 폭사시켰다. 강호상에 절전되었다는 등천비공(登天飛空)의 운신술이 아니라면 그렇듯 빠르게 신형을 날릴 수 없을 것이다. 나이 이제 서른 남짓에 관옥(貫玉)같이 흰 얼굴, 유난히 아름다운 두 개의 검미(劍眉), 꽉 다문 입술이 범접을 불허하는 용모였다. '노독마(老毒魔)! 내가 집을 비운 사이 그런 만행을 저지르다니……. 너의 일가(一家)를 몰살시켜 한을 풀리라!' 청삼인의 눈은 불그레한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혈안(血眼)의 대장부(大丈夫)! 대체 어떤 한이 있기에 눈에 핏발을 드리우고, 주먹을 움켜쥐고 새벽 안개 속을 꿰뚫고 달리는 것인가. '모두 내 탓이다. 무형검강의 최고 경지를 수련하기 위해 백일폐관(百日廢關)에 들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완연한 서생 차림의 청삼인, 너무도 쾌속하게 안개 속을 폭사해 가는 그는 외모상 무림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눈빛에 신광이 없고 양쪽 관자놀이도 범인같이 밋밋했다. 외양으로는 무림고수라 부를 만한 그 어떤 징후도 없었다. 하나 그것은 그의 내공 수위가 이미 조화지경(造化之境)에 이르러 그런 것, 결코 내공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임독양맥(任督兩脈)이 타통되었기에 그의 단해에는 무한한 잠력이 머무르고 있었다. 그와 내공력을 비견할 사람은 천하에 몇 되지 않았다. 약관의 나이때 만년금구(萬年金龜)라는 영물(靈物)의 내단(內丹)을 복용했기 때문에 나이 삼십에 벌써 그런 초범입성(超凡入聖)의 경지에 들어선 것이다. '연매(燕妹), 내가 복수를 하겠소!' 청삼인의 머릿속은 한 여인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과거 천하제일미인(天下第一美人)으로 불렸던 여인! 몸집이 호리호리하고 손마디가 섬세해 제비 같았고, 그렇기에 미연(美燕)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여인이 그의 뇌리 속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두 가지 모습으로.
<지옥제일검> 서장(西域)! 돈황(敦煌)의 서쪽 지방이기에 서역이라 불리며 흉노(凶 奴)의 서쪽이고 오손(烏孫)의 남쪽이다. 중원인(中原人)에게 있어 변방 오랑캐의 나라인 듯 여겨 지고 있는 서역지방은 떠도는 말과는 달리 꽤 비옥하다. 그곳에는 소완(小宛) 대완(大宛), 자합(子合), 서야(西 夜), 의내(依耐) 고묵(姑墨), 온숙국(溫宿國)을 비롯한 서 역삼십육국(西域三十六國)이 존재한다. 이렇듯 많은 소국(小國)의 존재는 서역의 비옥함과 풍요 함을 밝히는 한 가지 증거가 될 것이다. 중원에서는 수만리 떨어져 있는 곳이라 풍속과 학문, 그리고 말과 글이 중원과 다른 곳이 서역이다. 그러나 하나의 위대한 무국(武國)이 세워진 후 서역은 과거와는 달리 경외 의 대상이 되었다. 〈 대무신국(大武神國) 〉 이 신비의 무국은 영륭리남산맥(永隆里南山脈) 중 입마령 (立馬嶺) 근처에 위치한다. 신민(臣民)의 총수가 삼천(三千)에 불과한 천하에서 가장 적은 나라이지만 그 이름은 신화(神話)보다 뛰어났다. ―대무신국 사람들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하나 같이 천하를 뒤흔들 만한 절세신공(絶世神功)을 지니고 있다! 환몽(幻夢)처럼 아련하고 신기루와 같은 대무신국…….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고, 다른 국가와 교역도 하지 않 아 인간세상의 나라 같이 여겨지지 않는 곳이 바로 대무신국이었다. 그러한 대무신국이 수만 리 밖에 있는 중원천하에까지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 사십 년 전, 중원천하를 질타하며 피로 황하(黃河)를 붉게 물들였던 십이거마(十二巨魔)를 물리친 고금제일고수(古 今第一高手)가 있었다. 정의무성(正義武聖)! 그 위대한 무황이 세운 나라가 바로 대무신국이었다. 정의무성의 무공은 무림계가 존재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뛰어난 것이었고, 어느 누구도 그의 칠 초 이상을 받아내지 못했었다. 그는 십이거마를 격퇴해 무신(武神)으로까지 추존되었다. 정의무성은 자신을 추종하는 정파고수(正派高手)들을 이 끌고 은거하였는데 그곳이 바로 대무신국이었다. 정의무성은 분명 중원인(中原人)이었다. 그런 정의무성이 십이거마를 퇴치했다는 전설적 공전을 세운 후 중원을 떠나 대무신국 안으로 은거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었다.
<흑도대종사> 진시(辰時) 초. 사계(四季) 중 춘하추(春夏秋)의 삼절(三節) 중 하나라면 이 시각에 어두울 리 없을 것이나 동절(冬節)이라 그리 밝지 않았다. 여명(黎明). 동틀 무렵, 한 흑삼문사(黑衫文士)가 산자수명(山紫水明)한 도화진(桃花鎭)으로 들고 있었다. 등에 검은 천으로 싼 길쭉한 물건을 지고 있는데, 나이를 알아보기 힘든 용모였다. 추악하게 일그러진 얼굴, 절벽 위에서 떨어진 듯 마차바퀴에 깔린 듯 오관이 제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 보기에도 구역질이 날 정도였다. 그러나 일그러진 눈두덩 사이로 빛나는 눈빛은 너무도 강렬했다. 그는 바람을 가르며 치달렸다. 어찌나 빨리 나아가는지 설원위로 선 하나가 그어지는 듯했다. 축지성촌(縮地成寸)을 능가하는 육지비행술(陸地飛行術)이 아니라면 그렇듯 빨리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그는 손에 작은 꾸러미 하나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 오화사탕(五花砂糖)을 건네받고 좋아할 설유(雪儒) 녀석 생각을 하니…… 그 지독한 늙은이와 십만초(十萬招) 싸운 데서 오는 내상(內傷)이 다 낫는 듯하군.' 흑의문사는 지리에 아주 익숙한 듯했다. 그는 절정의 고수자라도 감히 펼치기 어려운 육지비행술로 한 번에 수십 장씩 치달려 도화(桃花)가 설계(雪界)에 가득한 마을 가까이 이르자 달리는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그는 눈보라로 유린당한 주변을 바라보며 아주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만은 돌아오는 것을 자신하지 못했었다. 백절마제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상대였다. 구파지존(九派至尊)을 죽이고 다니는 가운데 무상마경(無上魔經)에 통달해 그를 이겼지, 그 이전이었다면 그의 무수한 초식 변화에 제압당했을 것이다.' 그는 마을로 들어서며 신법을 완전히 늦추었다. "후후, 황산 근처에 모인 자들이 수만이었으나 내가 이곳으로 왔다는 것을 아는 자는 없으리라. 놈들의 추적을 떨어뜨리기 위해 일부러 삼천 리(里)를 돌아 이곳으로 왔으니까!" 그는 중얼거리며 사탕 봉지를 슬쩍 쳐들었다. "설유 녀석이 이것을 맛있게 먹을는지 궁금하군. 녀석의 병고(病苦)가 해를 더할수록 심해지기만 하니……." 그는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그가 마을 어귀로 접어들었을 때, 언제 나타났는지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백의복면인 하나가 있었다. '갈노괴(葛老怪)의 예측대로군. 놈이 군검회(群劍會)의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먼길을 돌아올 것이라는…….' 백의복면인은 흰 안개로 몸을 감춘 채 흑의문사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백면서생 일대기> 아버지를 해친 자가 누구이던 간에 나 곽자의의 손으로 죽음을 안겨줄 것이다! 곽자의는 단검을 그대로 책상 위에 꽂았다. 핑! 하며 단검이 떨려오는 진동이 곽자의의 내부에 감동, 흥분 그리고 두려움과 원한이 교차된 어떤 답답한 파문을 만들었다. 왠지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자 도저히 마음이 떨려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게다가 복수하겠다는 열의는 한층 더 깊어져 지금 당장이라도 무공수련법을 익히고 싶을 정도였다. 아마도 종연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라고 곽자의는 스스로의 행동에 그럴싸한 사유를 붙였다. 선뜻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밖에 서 있는 곽자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던 것이다. 몇 번 헛기침을 하며 만약 그녀가 잠들어 있지 않다면 그 소리를 듣고 나와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종연이 나왔다. "아, 종연 소저. 밤이 야심한데 아직 안 자고 있었소? " 말하면서도 자신이 매우 뻔뻔스럽다고 곽자의는 생각했다. "곽공자,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세요? " "답답해서 바람 좀 쐬던 중이었소." "아, 운기조식 한다던 걸 방해한 건……?" "그건 아까 끝냈어요. 대꾸하며 종연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 곽자의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매우 기쁘긴 한데 막상 야심한 밤에 나눌 만한 대화가 떠오르지 않아 헛기침을 했다. "여름밤엔 모기가 많은데 물리진 않았소?" "괜찮아요. 아까 가솔 한 분이 오셔서 약초를 한 줌 태워놓고 가셨어요. 그 향내가 아직도 방안에 퍼져 있어요." "그렇군요! 그… 그렇담… 쉬시구려!" 연실 헛기침을 하며 사라지는 곽자의의 표정에는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대화를 나누고 싶어 잠 못 자고 이곳까지 달려와서는 결국 그냥 돌아서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종연의 표정에도 어떤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습기가 어려 있는 여름밤의 공기가 붉어진 얼굴에 닿았다. "아, 저……!" 그녀의 음성이 너무 작아서 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그의 몸은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곽공자." 그녀는 용기를 내어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왜… 왜 그러시오?" 곽자의는 황급히 돌아섰다. 사라졌던 빛이 갑자기 그의 얼굴에서 퍼지는 듯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뭘 그런 걸… 모름지기 의를 아는 사내라면 누구나 당연히 그러했을 겁니다." 되려 쑥스러워 하는 그의 얼굴 위로 종연의 다정한 눈빛이 닿았다. "아뇨. 남을 위해 아무런 사심도 없이 목숨을 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요. 의와 협을 중시하는 강호인들도 위기 앞에선 공자처럼 초연하지 못하답니다."
<마풍진중원> 무림고수에 둘러싸여 있는 백삼청년의 눈빛을 한 번 보는 사람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가슴에 새겨진 장흔이 셋, 복부에 난 검흔은 백팔개가 넘는다. 상처에서 흐른 피는 일장 반경을 혈지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 상처를 입고도 죽지 않았다면, 절정고수라 불려야 마땅할 것이다. 그가 원통한 시선을 하늘에 두고 있을 때, 「호호호!」 홍삼복면녀의 앙칼진 웃음이 울려 퍼졌다. 「화악(華岳)!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이 개만도 못한 놈!」 홍삼녀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일장을 쳐내 백삼청년의 몸뚱이를 가루로 만들 듯한 모습이었다. 키가 크고 우람한 청포노인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선자곡주(仙子谷主)! 화악을 제압한 것으로도 큰 공을 세운 것이오. 놈을 처단하는 일은 노부에게 맡기시오!」 청포노인의 말소리가 삽천애를 뒤흔들었다. 그의 얼굴은 냉막하기가 얼음덩어리 같았다. 무림복마전(武林伏魔殿)의 지존(至尊) 냉면마검(冷面魔劍)이 아닌가? 사중정(邪中正)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딸 아이의 찢겨 죽은 시신을 거두며 맹세한 것이 있었소. 무림군자 화악이란 놈의 간을 꺼내 썰어 먹겠다는 것이 그것이오!」 냉면마검의 말 속에 실려있는 살기는 그 어느 누구라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가공했다. 무산(巫山)의 신비문파 선자곡주는 그 위세에 눌린 듯 주춤거렸고, 냉면마검은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때, 청수하게 생긴 백삼중년인이 냉면마검을 가로막았다. 「복마전주! 천산파 일곱 제자가 죽은 일을 간과하지 마시오!」 「비곡주(秘谷主)! 간여하지 마시오! 화악의 목을 어느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을 것이오.」 냉면마검이 이를 갈았다. 그의 눈빛은 마귀의 눈빛보다도 무서웠다. 「화악은 내 딸을 능욕해 죽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시체를 갈기갈기 찢어 황야에 널려놓았소. 아비가 되어 그 복수를 하지 못한다면 죽느니보다 못한 것이오!」 「복마전주의 심중을 어찌 모르겠소. 허나, 천산파 제자 일곱이 난도질 당해 죽은 한(恨)도 쉽게 잊을 수 없는 것이 아니오?」 그러자 흑삼인이 따라 나섰다. 「흑룡표국의 피로 씻은 원한도 잊을 수 없는 것이오. 화악은 천지쌍마(天地雙魔) 이후 제일 가는 살인마(殺人魔)외다. 나는 화악의 심장을 꺼내 씹어 먹기로 맹세하고 화악을 쫓았소.」 흑의인의 손에는 검망을 날리는 장검이 쥐어져 있었다. 목은 하나인데 노리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백삼청년이 그 어떤 죄를 지었기에 이리도 심한 지경에 몰린 것일까? 백삼청년은 중인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시비를 벌이는 데도 멍청한 표정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 - 나를 믿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원통하게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은 없다.-
<무상혜검> 일 장 높이의 담장, 무인(武人)이라면 모를까 범인이라면 꽤나 높아 보이는 담장이다. 소년은 힐끗 담장을 바라보더니 담벼락을 박차며 훌쩍 뛰어올라 기와를 움켜쥐었다. 서툴지만 꽤나 익숙한 행동, 소년은 몇 번 바둥거리더니 가뿐하게 담장 위로 올라섰다. 그는 담장 위에 선 채 통쾌하다는 듯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어떻소? 이만하면 나도 무공을 할 줄 안다고 큰 소리 칠만 하지 않소?」 바로 그 순간, 그는 중심을 잃은 듯 휘청거리더니 담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아직 취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일 장 높이의 담장에서 떨어진다면 등뼈가 무사치 못할 것이다. 그의 몸뚱이가 바닥에 닿기 직전. 「조심하셔야죠.」 낭랑한 말소리와 함께 그의 몸이 사뿐히 지면으로 내려지는 것이 아닌가! 소년은 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몸은 어느 틈에 총관의 품에 안겨 있었다. 총관이 찰나간에 몸을 날려 그를 받아든 것이다. 「하! 기막힌 솜씨요. 대체 어떤 수법이오?」 - 본문 中
<무적천하> <맛보기> * 序章 1 무적(無敵)을 꿈꾸는 사람들 무적(無敵)! 그것은 천하인(天下人) 모두가 바라는 경지이다. 그렇기에 무적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렇게 외친다. - 나는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이 되겠다! - 나는 천하제일부호(天下第一富豪)가 되겠다! - 천하제일미인(天下第一美人)이 되어야지! 하늘 아래의 그 누구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절대자(絶對者)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갖는 야망(野望)이며 욕망(欲望)이다. 무적천하(無敵天下)는 바로 자신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무적지경(無敵之境)에도 종류가 있다. 타인을 꺾고 무적이 되는 것도 한 방법이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무적이 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검(劍)은 날카로움으로 겨루고, 꽃(花)은 아름다움과 향기(香氣)로 겨룬다. 허공(虛空)은 허무(虛無)함으로, 창궁(蒼穹)은 푸르름으로, 부자(富者)는 자신의 창고에 든 금전(金錢)의 액수로, 그리고 빈한(貧寒)한 사람들은 마음 속 자유(自由)로움으로 무적을 논한다. 그러나 무적은 절대적이다. 무적은 여럿일 수 없다. 그 길은 인고(忍苦)의 길이고 기다림의 길이다. 무엇보다 무적이 되어 중요한 것은 무적천하(無敵天下)를 구가함이 아니라 무적이 되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적(敵)이 없다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을 테니까. 이천 년 전. 세상이 분열되고 온통 전쟁으로 가득한 전국시대(戰國時代)에 한 기인(奇人)이 있었다. 천병자(天兵子)! 그는 병기(兵器)에 미친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연검(練劍), 연병(練兵)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았다. 병기서(兵器書)를 수천 권 외웠고, 천하(天下) 명장(名匠) 사십여 명에게서 병기 만드는 법을 전수(傳授)받았다. 결국 그는 병기(兵器) 제조(製造)에서 무적(無敵)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추앙되고 존경받는 절대적 경지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만든 무적천하를 오히려 혐오했다. - 노부는 불우하다. 이 시대에는 명장(名匠)이 없다. 아아, 상고(上古)에는 정녕 신의 경지에 이른 장인(匠人)들이 수없이 많지 않았었는가? 그는 그러한 한탄 속에 한 가지 일에 착수했다. 병기를 제련해 이룩한 재력(財力)을 바탕으로 오직 한 가지 일에 몰두했다. 그것은 천하의 모든 신병이기(神兵異器)를 수집하는 일이었다. 그는 병기상(兵器商)이 되어 천하를 주유(週遊)했다. 백 개의 병기창(兵器倉)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수많은 병기를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마야> <맛보기> * 序幕 1 마야(魔爺)를 부르지 마오, 강호(江湖)여 마야(魔爺)! 그를 부르지 마라! 마야, 그의 이야기는 있어서는 아니 된다. 피(血), 죽음(死). 마야! 그 이름은 사(死)의 이름이니까! 야망(野望)을 가진 자는 강호계(江湖界)에 몸을 던진다. 무부(武夫)! 대장부(大丈夫)라면 그렇게 불리우며, 세 척 장검(長劍)의 푸른 날(刃)에 목숨 걸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십팔만 강호를 주유하며 비록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지 못하고 차가운 대지에 누울지라도 오늘의 삶을 후회하지 않는다. 무부들은 늘 사선(死線) 위에 서 있다. 하나 그들에겐 야망이 있고, 그 야망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목숨마저도 초개와 같이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사는 방법에서 남들과 다르고, 서로들 다르다. 그들은 보통 세 부류로 구분이 된다. 패(覇)! 무조건 짓밟아라. 빼앗고 능욕하라! 욕망(慾望)을 참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누가, 그 어떤 강호인이 패천(覇天)을 바라보지 않겠는가? 패도를 따르는 무리들이 숭상하는 것은 힘이다. 그들은 힘을 기르기 위해, 힘을 갖기 위해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 그것을 위해 목숨을 버릴지라도. 패도(覇道)가 득세하면 강호에 늘 피바람이 일어난다. 이들에게 타협이란 단어는 없다. 상대가 무엇이든 파괴해 버리고 만다. 그 와중에 자신이 파괴되는 한이 있더라도. 효(梟)! 우리에게는 목적이 있을 뿐, 수단과 방법은 없다. 약자(弱者)라면 거침없이 베어라. 그리고… 훗훗… 강자(强者)라면 아부하고, 기회를 봐서 그를 제거하라. 암전(暗箭)이 됨을 수치로 여기지 마라! 강호란 어차피 승부처(勝負處)가 아니냐? 이기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이들은 무엇이든 이용한다. 형제도 자매도 이들에겐 이용물일 따름이다. 꽃다운 아내의 목숨도 이들에겐 한갓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어둠 속에 숨어 악마의 이빨을 감추고 있는 자들, 이들은 위기 때 일어난다. 협(俠)! 그들은 어리석다. 그들은 남을 위해 싸운다. 바보 자식들! 제 아내는 자기를 그리워하며 독수공방(獨守空房)하고 있거늘, 일면식(一面識)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걸다니……. 명예! 그것이 그리도 중요하더냐? 풋풋… 소림(少林)의 법통(法統)은 무엇이고 무당(武當)의 도통(道統)이란 무엇이냐? 하늘(天)이라고? 하늘이 있다고?
<귀검행> 측륵노적 책략탁책!! 서예의 기본이 되는 영자팔법은 신품서를 얻기 위한 유일한 길! 신품지서!! 그것은 단순한 글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문과 무를 완벽하게 얻어야만 나타나는 천년의 신품이었다. "모든 천하제일을 살하라!" 깨진 금갑 안에서 나온 가혹하리만치 무정한조사지명. 신품지서를 원했던 사부도 그것을 바라고 있었을까! 원하건 원하지 않건 그것을 실행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그의 운명이니까. 귀검행, 그는 천기마저 변화시키는 대변수의 인물이었다.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어진다. 거대한 폭풍으로 다가서는 양운비. 귀검이 간다.모든 무사들의 꿈과 야망이...... 무림정복의 집념을 불태우던 패왕들의 집념이 그 앞에 스러진다. 운명의 파괴자로 나타난 귀검행 양운비, 그러나 그가 원한 것은 야망이 아니라 한 잔의 차를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우정이었다.
<중원낭인> 늘 낡디낡은 백포(白袍)에 삼십칠 근(斤)의 육중한 철검(鐵劍)! 짧고 강인한 목소리에, 표정 변화가 별로 없는 가운데에도 언제나 아래턱에 단아한 미소(微笑)를 머금고 있는 약관(弱冠) 이십 세(二十歲). 무옥(武玉). 백목련(白木蓮)이 그득 피어난 후정(後庭)을 거닐기를 좋아하고, 거산(巨山)을 보며 관조하기를 즐기는 젊은 무도인(武道人). 중원에서 가장 고집스럽고 과묵했던 그의 이야기가 이제 시작이 된다. 무옥(武玉), 이제 그를 기억해야만 한다. <맛보기> * 서(序) <一> 늘 낡디낡은 백포(白袍)에 삼십칠 근(斤)의 육중한 철검(鐵劍)! 짧고 강인한 목소리에, 표정 변화가 별로 없는 가운데에도 언제나 아래턱에 단아한 미소(微笑)를 머금고 있는 약관(弱冠) 이십 세(二十歲). 무옥(武玉). 백목련(白木蓮)이 그득 피어난 후정(後庭)을 거닐기를 좋아하고, 거산(巨山)을 보며 관조하기를 즐기는 젊은 무도인(武道人). 중원에서 가장 고집스럽고 과묵했던 그의 이야기가 이제 시작이 된다. 무옥(武玉), 이제 그를 기억해야만 한다. <二> 대륙무림(大陸武林)에 있는 이들은 아래의 숫자들을 기억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기억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죽음이 있을 테니까! 풍운(風雲)과 군림(君臨), 그리고 야망(野望)과 절대(絶代)의 숫자들. 강호천하는 아래의 숫자들로 인해 이루어지고 있다. 벌써 천 년(年)에 걸쳐서……. 일백팔(一百八). 죽음의 수(數)이다. 밤(夜)의 이름 아래, 감미(甘味)로운 월광(月光) 아래, 그리고 꽃향기보다도 유혹적인 검광(劍光) 아래, 그대는 죽어야 한다. 야월화(夜月花)! 일백팔 인의 초살수(超殺手)들을 말한다. 그 어떠한 환경(環境) 아래에서도 살업(殺業)을 완수할 수 있도록 살인(殺人) 수법(手法)을 철저하게 단련한 이들은 바로 사산무련(四山武聯)의 일백팔 개 지주(支柱)들이다. 흑도(黑道)의 절대자(絶代者)들. 중원 방문좌도계(傍門左道界)의 대통(大統)과 체계를 올바르게 세운 천하 암흑계의 거두들. 천마거산(天魔巨山) 흑마백(黑魔伯), 등룡천산(騰龍天山) 유천궁(維天穹), 단검대산(斷劍大山) 서문무(西門武), 대륙마왕산(大陸魔王山) 야월(夜月). 이들은 밤의 이름들이다. 이들은 철저한 배타성 가운데 아성(牙城)을 이룩해 왔다.
<절정세가> 대종손 궁! 그는 맨 손으로 문을 나섰다. 운명이 그에게 부여한 모든 것을 저버린 채. 모든 것을 거부한 천 년의 이단자 단리궁! 위대한 혈통도 일만의 수하도 타고난 낭인의 혼을 사그러뜨리지 못했다. 그는 나약한 후계자로 안주하기보다 거친 도전자의 길로 들어서길 원했다. 그가 선택한 절정의 길은 과연 어떤 것인지, 그 절정지로(絶頂之路)의 끝은…… 마침내 열리는 절정세가(絶頂勢家)의 문. 어떤 분야이든 절정에 오르지 못한 자는 들어서지 못한다. <맛보기> * 대륙의 서(序) 신화(神話). 그것은 천년대륙(千年大陸)을 지배해 온 피(血)와 죽음(死)의 율법 가운데에서 만들어졌다. 가공전율한 신화를 남긴 절대자, 절대지(絶代地)들. 그 위대한 폭풍은 천 년(年)을 두고 살아 있다. 살아 있는 신화는 이제 시작된다. 피와 죽음의 율법 가운데에서 날아오르는 군룡(群龍)의 야망에 가득 찬 승부의 이야기는 이제 아무도 중지시키지 못한다. 중원(中原)의 전설… 장검(長劍)으로 대륙(大陸)에 신화를 새겨 넣은 절대자, 절대방파들의 위대한 전설이다. 선혈로 이룩되고, 죽음의 율법으로 군림의 길에 오르고, 승부의 기록 가운데 절대자라는 이름으로 천추에 길이 남을 이름들. 소림사(少林寺), 무당파(武當派), 곤륜파(崑崙派), 화산파(華山派), 아미파(峨嵋派), 전진파(全眞派), 공동파( 派), 청성파(靑城派), 점창파(點蒼派), 그리고 개방( ). 세칭 구파일방(九派一 )은 신화가 될 수 없다. 그들은 신화를 이룩하기 위해 천 년에 걸쳐 진전(眞傳)을 후대에 전하는 중원의 도전문파들이다. 그들은 대륙천하가 시산혈해에 뒤덮이는 대혈겁의 승부를 피해 왔기에, 절대의 신화는 한 번도 이룩하지 못했다. 또한 그들의 율법은 승부를 피하는 은둔자(隱遁者)의 율법이기에, 그들은 정신적인 군림으로만 만족하는 전통을 이룩했다. 반면, 위대한 두 개의 가문(家門)은 다르다. 그들은 가공할 피의 율법 가운데 천하를 상대로 한 도전을 거듭해 왔다. 천년밀가(千年密家) 단리세가(段里世家), 천년마가(千年魔家) 우문세가(宇文世家). 가장 가공할 혈통(血統)이고, 승부의 첨단에 새겨져 있는 이름들이다. 또한, 이들에게는 천 년을 두고 꺾이지 않는 위대한 고집이 있다. 피와 죽음의 율법들로 이룩된 천 년의 혈사(血事).
<절정검도> 무림천하(武林天下). 끝이 없는 야망과 승부의 대지(大地)이다. 무도(無道)의 역사(歷史)는 환우천하( 宇天下)의 그 어떠한 역사보다도 격렬하고 비릿한 역사를 이룩했다. 선혈(鮮血)과 투혼(鬪魂)의 대장정(大長征) 가운데, 십대무도(十大武道)와 십대천(十大天)의 신화는 이룩 되었다. 검도의 극치(極致)이자 검왕지경(劍王之境)을 뜻하는 검천(劍天)의 신화, 상도(商道)의 절대지경(絶代之境) 을 뜻하는 금천(金天)의 전설, 패도의 절대자를 뜻하 는 패천(覇天)의 우상, 마도(魔道)의 끝에 존(存)한다 는 마천(魔天)……. 죽음의 길(道), 피(血)의 길(道), 불(火)의 길(道), 제왕(帝王)의 길(道), 그리고 밀도(密道)와 불도(佛 道)……. 십대무도(十大武道)는 바로 천(天)이고 지(地)이고 인 (人)이며, 수천 년 무림계의 피비린내 나는 무업(武 業)의 윤회 저편에 존재하고 있는 절정의 상징이 되었 다. 그리고 가장 완벽한 무인의 길… 절정검도.
<자객 무> <맛보기> ** 序章 그 무엇에 대해서도 알려 하지 마라! 네 자신에 대한 것이라 하더라도 알려 하지 마라. 오직 행하기만 하라, 처형을! 霧! 모든 것은 비밀이 되어야 한다! 숨결마저도 남겨서는 아니 된다. 네가 남겨야 하는 것은 오직 하나, 그것은 바로 죽음(死)! 아무도 너를 기억하지 않아야 하고, 네 자신도 너를 기억해서는 아니 된다! 그 누구도 네가 행한 일과 너를 연관시켜서는 아니 되며, 네 자신도 너의 일과는 관계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죽음을 남기고 사라져야 한다, 안개처럼! 霧! 이제 시작하라… 霧! ** 신화지장(神話之章) 신화는 서러운 세월에 잉태되고, 야망은 폭풍(暴風)의 계절에 웅비해 오르며… 끝이 없는 검의 길은 구만 리 대륙을 종횡하며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신화는… 이제 시작된다. 살아 있는 우상(偶像)들의 이야기. 그리고 존재하고 있는 전설의 기록과,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신화의 대지(大地). 무림대천하(武林大天下)! 무수한 청춘군상(靑春群像)들은 그 그늘 아래 풀잎이 이슬 되어 쓰러지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피(血)와 죽음(死)으로 신화를 이룩하려 하는 뭇별들의 행렬은 끊어지지 않았다. 첫번째 신화, 무(武)! 천하만무도(天下萬武道)를 집대성하려 했던 무치(武痴)들이 이룩한 신화이다. 지하무국(地下武國). 천 년 전부터 전해지는 무림의 절대 성역이다. 달마(達磨)와 삼풍(三豊) 이전부터 비전되어진 강호계의 절정무학(絶頂武學)들이 비장(秘藏)되어 있고, 그 후 백 년마다 강호계의 새로운 창안절기가 지하무국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열사의 사막을 넘어 광활한 대초원을 지나, 끝이 없는 여정을 수 년간 거듭해야만 이룩할 수 있다는 전설의 대지. 지하무국, 그곳은 서하(西夏)의 땅 어딘가에 있다 했고 대화산의 폭발로 인해 출입구가 봉쇄되었다는 전설이 떠돌고 있었다. 하여간 그곳은 죽은 신화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군림(君臨)의 길에 오르려 하는 무인(武人)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곳을 꿈꾸어 보게 된다. 비록, 그 길이 영원히 찾지 못할 환상의 길이라 하더라도……. 두 번째 신화, 상(商)! 대륙의 모든 황금을 끌어모으려 한 거상인(巨商人)들이 이룩한 신화이다. 만금대성(萬金大成). 구주팔황(九州八荒)의 상도를 정복하고, 팔방십지(八方十地)의 화상들을 다스리고 있다는 신비 속의 상맥(商脈)이다.
<화형령주> 무사의 집념과 야망, 거듭되는 음모와 반전, 여인의 사랑과 한, 점철되는 복수와 은원, 나락으로 떨어지는 운명 끝에 찾아드는 기연… 언제나 그렇듯 무협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독특한 즐거움을 수반하는 행위다. 중원이란 거대한 대지위에 살아 꿈틀대는 무수한 군상들. 도산검림을 헤치며 그들만의 꿈을 실현코자 하는 집념 비록 한자루 장검에 베어져 산하를 붉게 물들인다 해 도 그들은 야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꺾어져 이름없는 주검이 되어 산하에 버려진다해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무사들은 꿈을 꾼다. 자신의 이름이 대대손손 이어져 영원히 무림의 군상위에 군림하기를. 그러나, 천하는 오직 하나의 절대자만을 바랄 뿐이다. 사미승 행허, 그는 이름을 남기기를 원치 않았다. 행허는 선사의 유명을 받들어 서향사를 지키며, 불경각 내의 무수한 불경들을 해독하며 일생을 보내려 했다. 그러나 어느날 문득 찾아든 운명은 그를 환속시키고, 화형령주로 탈바꿈 시킨다. 사미승 행허, 무림은 사바세계(娑婆世界)의 지옥일지 모른다. 화형령주 탁몽영, 그의 분노는 광불화형수로 세상을 불태워버린다. 화형령주는 서효원 무협만이 갖는 독특한 향기를 지닌 작품이다. 빠른 전개와 치밀한 구성,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숨가뿐 반전 등은 서효원 무협의 진수를 충분히 맛볼 수 있게 만든다. 독자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독을 권하고 싶다. <맛보기> 서장(序章) 광대무변(廣大無邊)한 중원천하(中原天下). 이름(地名)을 갖고 있는 곳은 무수무한(無數無限)하다. 오악(五嶽)과 사해(四海), 구주(九州)같이 천하에 혁혁(赫赫)한 이름들이 있는가 하면,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사라진 이름들도 허다하다. 남아 있는 이름과 바뀌어지는 이름들. 대소림(大小林)과 무당을 위시한 구파일방의 이름마냥 혜성같이 빛나는 이름들. 한순간 타 버리는 유성처럼 지금은 한 줌 재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린 무수한 방파들……. 이름 모를 야산에 피어난 들풀 속에, 깨어진 기왓장 속에 그 옛날 어느 찬란했던 시절의 영화(榮華)가 서려 있음을 기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모든 것들은 남으려 하지만 결국 사라지고야 만다. 그것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만고불변의 이치일 것이다. 그런 이치는 강호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우에 있어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칼 끝에 목숨을 거는 자들, 명예와 부귀에 목숨을 거는 자들, 야망을 위해 생명을 초개와도 같이 버리는 자들…….
<광풍서생> 파천일죽(破天一竹)! 한 그루 대나무가 천공(天空)을 향해 뻗어 오를 때 마풍(魔風)은 소멸되고 천하의 의기(義氣)가 되살아 난다. 광풍(狂風書生) 광무군, 그는 한 줄기 미친 바람(狂風)이었다. 숨을 죽인 백도여… 이제 깨어나야 한다. 미친 바람과 더불어 폭풍으로 날아올라라! 이십년 전 한 사내가 서천으로 돌아왔다. 심장에 단차를 박은 채…… 핏덩이를 안고 이만 리를 달려 온 그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은 군(君)… 이란 단 한 마디. 서천쌍마의 마수 아래 유린된 백도. 층층이 쌓인 마의 그물을 뚫고 파천일죽이 솟아오를 때, 천 년을 내려온 묵강마운옥의 저주는 사라지리라! <맛보기> * 卷頭之言 무림묵시록(武林默示錄), 실명대협(失名大俠), 대자객교(大刺客橋) 등 이전(以前)의 작품(作品)에서는 주로 비정(非情)한 살수(煞手)에 대해 그렸다. 인간성(人間性)의 거울이라 할 수 있는 살성(煞性)과 마성(魔性)! 사실 그것만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식(常識)이 될 수 없다. 한 해 중에 사계(四界)가 있듯, 인간성에도 음지(陰地)와 양지(陽地)가 있다. 이번에는 비정(非情)함보다는 온화함, 냉막(冷莫)하기보다는 다정(多情)한 인물 형성을 시도했다. 강호가 신비(神秘)로운 이유는 상황이 신비롭다기보다, 그 안에 머물러 있는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의 성격이나 언행이 신비하기 때문이다. 강호인들은 무엇인가를 위해 산다. 그것은 야망(野望)일 수도 있고, 망상(妄想)일 수도 있다. 꿈을 꾸듯 사는 사람이 있고, 바람처럼 떠돌며 사는 삶도 있다. 분명한 것이라면 현재의 처지에 절망하지 않고 항상 희망(稀望)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고… 언제고 봄(春)은 오리라… 라고 중얼거리며……. 희망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 만약 그런 삶이 있다면 그것은 식물(植物)의 생명이리라. 광무군(曠武君). 그는 언제나 그것을 갖고 있다. 청운(靑雲)의 대망(大望)! 그는 한바탕 미친 사람이 되어 강호를 질타(叱咤)한다. 강호라는 세계는 어떠한가? 한 인간 광풍서생(狂風書生)에게 뒤흔들리기에는 너무도 고집스런 거석(巨石)인가? 그렇지 않다면… 만악(萬惡)이 꿈틀대고 있는 잡초지(雜草地)라 한바탕 광풍(狂風)에 휘말려 산산이 흐트러지고 말 것인가? 그는 강호를 얼어붙게 하고, 오로지 군림(君臨)하기 위해 광풍행(狂風行)하는 것인가? 아아, 한숨의 화사한 춘풍(春風)처럼 얼어붙은 모든 것을 녹이고 되살리면서 떠도는 것일까?
<군마지존도> 군림천하(君臨天下)! 천하무림인(天下武林人)이라면 누구라도 꿈꾸어 봄직한 패도적(覇道的) 웅지(雄志)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 한 사나이가 있었다. 제마금성주(帝魔金城主)라 불리우는 자였다. 그는 흑도(黑道) 일백팔(一百八) 파(派)를 통일한 이후 군림천하를 위해 백도를 치기 시작했다. - 백도는 하루아침에 휩쓸리라! 그는 태사의(太師倚)에 앉아 승전보(勝戰譜)가 잇따라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자랑하는 일만(一萬) 제마검수(帝魔劍手)는 무적이었기에 실패는 없으리라 자부했다. 그러나 그는 제마첩(帝魔帖)을 돌린 그 다음날, 태사의에 앉아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의 곁에는 쪽지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맛보기> * 序章 〈一〉 환상기인루(幻想奇人樓)의 신화(神話) 군림천하(君臨天下)! 천하무림인(天下武林人)이라면 누구라도 꿈꾸어 봄직한 패도적(覇道的) 웅지(雄志)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 한 사나이가 있었다. 제마금성주(帝魔金城主)라 불리우는 자였다. 그는 흑도(黑道) 일백팔(一百八) 파(派)를 통일한 이후 군림천하를 위해 백도를 치기 시작했다. - 백도는 하루아침에 휩쓸리라! 그는 태사의(太師倚)에 앉아 승전보(勝戰譜)가 잇따라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가 자랑하는 일만(一萬) 제마검수(帝魔劍手)는 무적이었기에 실패는 없으리라 자부했다. 그러나 그는 제마첩(帝魔帖)을 돌린 그 다음날, 태사의에 앉아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의 곁에는 쪽지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환상기인루(幻想奇人樓)가 있는 한, 마도세력은 백도를 넘보지 못하리라!> 쪽지를 남긴 자는 서명도 없었다. 당대제일마를 간단하게 살해한 그였지만, 천하인들은 아직도 그의 존재를 실감할 수 없었다. 그것이 신화(神話)의 시작이었다. 백 년 후, 신화의 두 번째는 제일대(第一代) 천사옥황녀(天師玉皇女)에게서 재현되었다. 천외천사부(天外天邪府)! 고금(古今)에서 가장 막강한 여인방파(女人 派)이다. 남아(男兒)는 태어나면 죽게 되고, 여아는(女兒)는 태어나면 한쪽 유방을 잘리게 되는 비인간적인 집단이었다. 그들의 힘은 가히 천하를 통째로 삼킬 만했다. 일국(一國)을 살 만한 금은보화(金銀寶貨)와 십만 자루의 명검(名劍), 수와 종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암기(暗器)로 무장한 천외천사부는 당대 최강이었다.
<강호거상> <맛보기> * 서막(序幕) 동림서원(東林書院)의 비극(悲劇) 폭설(暴雪)이 내렸다. 대륙은 온통 건곤일색(乾坤一色), 은세계(銀世界)로 화했다. 세모(歲暮)가 가까워질수록 강소인(江蘇人)들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가오는 신년(新年)의 기대감과 저물어 가는 한 해의 아쉬움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강소성(江蘇省) 연운현(連雲縣)은 서쪽으로 서주(徐州), 남으로는 남경(南京)을 두고 있는 곳으로 아담한 규모의 마을이었다. 휘이이잉...... 한밤에 내리는 폭설로 인해 마을은 깊이깊이 가라앉는 듯 했다. 사람들은 창문을 꼭꼭 걸어닫고 따뜻하게 화로를 피운 방 안에 모여앉아 저물어 가는 한 해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만력(萬歷) 이십구 년(十九年). 대명천하(大明天下)는 암담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정국(政局)은 날이 갈수록 혼란의 극을 치닫고 탐관오리와 환관들의 부패로 인해 민심은 흉흉할대로 흉흉해지고 있었다. 청렴한 학자(學者)들은 사화(士禍)에 연루되어 떼죽음하거나 세상을 한탄하며 초야(草野)에 묻히고 있었으며 기개있는 관리들은 분루를 삼키며 하나 둘 북경(北京)을 떠나고 있었다. 암담하기만한 그 시점에 뜻있는 문사들에게 하나의 희망이 솟아나고 있었다. 그것은 강소성 무석(無錫)에서 동림서원(東林書院)이 새로 세워졌다는 낭보(朗報)였다. 동림서원의 부활(復活)! 그것은 꺼져가던 학문의 불씨를 다시 일어나게 하는 기폭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썩어빠진 정사(政事)...... 환관의 부패...... 추악한 당쟁(黨爭)....... 뜻있는 문사들은 일제히 붓을 꺾고 초야에 묻혀 썩어빠진 세상에 대해 한탄만 하던 시대에 동림서원의 부활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마침내 대의를 품은 문사들이 하나 둘 동림서원으로 모여들면서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예고하는 듯 했다. 한때 동림학파(東林學派)로 불리웠던 학자들이 동림서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학문을 열고 재기의 용트림을 하게 된 것은 이제 새로운 세상이 열리리라는 기대를 만천하들에게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동림서원이 다시 열렸다는 소문이 중원천지에 퍼지면서 학자들의 감겼던 눈이 번쩍 뜨여졌으며, 처박아 두었던 고서(古書)를 다시 펼치는 자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우내제일학(宇內第一學) 천화빈(天華賓). 그는 당대 제일의 석학이었다. 그는 썩어빠진 정국에 회의를 품고 연운현으로 낙향한 사람이었다. 이후 그는 연운산(連雲山) 오죽거(烏竹居)에 은거하여 자신을 감추고 살았다. 동림서원의 열풍이 전중원을 휩쓸자 이 거유(巨儒)도 감았던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대낭인> 무검(無劍)의 단계, 심검(心劍)의 단계에 이르렀기에 검을 꺾어 버린 자, 그가 심산유곡에 은거하고 있다면 두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심신유곡이 아니라 시정에 머물러 있다. 비급을 쌓아 놓고 연검하는 것이 아니라 국화를 기르며 살고 있다. 그것이 그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소은(小隱)은 은어산(隱於山), 대은(大隱)은 은어시(隱於市)이기에! <맛보기> * 序章(1) 잊혀진 영웅(英雄) 중원(中原), 뭇별들이 찬란하게 타올랐다가는 사라져 가는 오천 년 야망(野望)의 하늘(天)이다. 하늘이 타오르도록 찬란하게 빛을 발하다가는 흐릿한 궤적을 끌며 사라져 가야 했던 유성(流星)의 승부사들. 그리고 실로 찬란하게 타오르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무업(武業)을 이룩한 혜성(彗星)의 거협(巨俠)들. 그 누구도 진정한 태양(太陽)은 되지 못했다. 그 누구라도 군림(君臨)의 극점(極點)에 도달하지 못한 채, 성상(星霜)의 어두운 그늘 속으로 사라져 가야만 했다. 그러나 가장 귀한 것은 찬란한 태양의 광채가 아니다. 어쩌면 풀잎 위에 맺힌 함초롬한 이슬방울로 머물다가 새벽을 알리며 스러져 가야만 했던 무수한 패배자(敗北者)들. 은둔자(隱遁者)들로 인해 중원사(中原史)는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 * * 격풍(激風). 강호인들은 그 시대를 격풍의 시대라 불렀다. 하늘과 땅이 피보라에 잠기고, 생(生)과 사(死)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은 혼돈의 시대. 군마거효(君魔巨梟)가 사해(四海)에서 준동(蠢動)하고, 검(劍) 대(對) 검(劍)의 처절한 승부가 장강(長江)보다도 기나긴 혈로(血路)를 이룩했던 삼 년의 세월. 시산혈해(屍山血海)가 구주(九州)에 즐비하게 세워지고, 대소방파(大小幇派)의 편액(遍額)이 무 잘리듯이 잘리어 지천으로 널리던 시절. 그 시절은 마세(魔勢)가 가장 강했던 시절로, 천년무사(千年武史)에 뚜렷이 기록되었다. 북풍혈번(北風血幡). 새북(塞北)에서 일어난 만마결사(萬魔結社). 그들은 핏빛 천으로 묶은 마검(魔劍)을 가슴에 안은 채 사방으로 흩어져 나아갔으며, 강호의 전통적인 방파들은 변변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잇따라 쓰러지고 말았다. 무당(武當) 상청관(上淸觀)이 불탔고, 개방( 幇)의 개봉총타(開封總舵)가 혈해로 화했다. 전진(全眞) 백운관(白雲觀)이 붕괴되었으며, 화산(華山)의 함옥별부(涵玉別府)가 천참만륙의 지옥으로 화했다.
<대중원> 강호인(江湖人)들! 그들에게는 꿈에서조차 품고 싶어 하는 구원(久遠)의 여인(女人)이 하나 있다. 대장부(大丈夫)를 피끓게 하는 여인, 그 어떤 냉혈한 (冷血漢)이라도 연모(戀慕)하지 않을 수 없는 여인. 바로 대중원(大中原)! 그녀는 이제껏 안길 듯 안길 듯하면서 그 누구에게도 안기지 않았다. 천마무적수(天魔無敵 ). 그는 대막(大漠) 모래의 그 깊은 곳에 천마무적궁(天魔無敵宮)을 세운 관외제일인 (關外第一人)이었다. 그는 젊어 야망(野望)을 알았고 마공(魔功)의 도(度) 가 높아가자 중원을 차지할 포부를 품기에 이르렀다. - 중원천하(中原天下), 꼭 너를 안고 말겠다! 풋풋 풋, 중원! 너는 본좌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는 모래바람을 뚫고 달리다가 옥문관(玉門關)을 넘 어 중원에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중원 무림계의 누구 도 감히 그를 막지 못했다. 그는 소림사(少林寺)의 일백팔나한진(一百八羅漢陣)을 쌍장(雙掌)으로 철저히 부수었고 이어 무당진산(武當 鎭山) 태청검진(太淸劍陣)을 궤멸시켰다. 누가 그의 거보(巨步)를 막으랴! 어떤 강자(强者)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 중원아! 이제 무릎을 꿇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
<대자객교> 화산 풍뢰곡의 천장단애에 걸린 대자객교! 인명과 황금이 교환되는 지옥의 다리. 냉혹비정한 자객의 길을 가는 무리들! 광풍에 쇠사슬이 울고 인명록이 펼쳐지면 인자삼법이 어김없이 완수된다. 자객의 도-, 그것은 죽음의 인자 삼법이었다. 대자객교! 대살수 냉혈인간 이혈릉이 머무는 곳. 비정천하를 베는 한 자루 살검. 그가 다가오고 있다! <맛보기> * 序章 1 그 해 구월(九月) ① 구월(九月)의 하늘에는 편월(片月)이 비수(匕首) 마냥 박히어 있었다. 새북(塞北)의 하늘빛은 흐릿하기만 하였고, 당장이라도 비가 퍼부어질 듯했다. 노장군(老將軍)은 전포(戰袍)를 걸친 채 뒷짐을 지고 서서 창을 통해 자야(子夜)의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살아야 한다. 너마저 자결(自決)할 필요는 없다." 산(山)처럼 굳강해 보이는 노장군. 그는 입가에 가는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아비의 목숨일 뿐이다. 그들은 너마저 죽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옥성(玉星), 너는 살아야 한다. 아비를 따라 죽는다는 것은 장렬(壯烈)한 행동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비겁한 일이다. 명분(名分) 없는 죽음은 비겁한 죽음에 불과하다." 그의 목소리가 여운을 남길 때. 이제까지 그의 목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던 십칠 세 소년 하나가 천천히 고개를 쳐들며 이렇게 되물었다. "구룡장군부(九龍將軍府)를 떠날 수는 없습니다. 황도(皇都) 임안부(臨安府)를 떠난 금군추밀부(禁軍樞密府)의 사자(使者)가 와서 아버님의 수급(首級)을 자르고자 하거늘, 어이해 소자가 이 곳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물에 잠긴 별처럼, 소년의 두 눈에서는 흐릿하면서도 너무나도 총명한 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서기처럼 흰 피부에 이월(二月)의 꽃처럼 붉은 입술이다. 나이 열다섯 정도. 너무나도 아름답게 생긴 미소년인데, 머리카락을 풀어 어깨 위로 흩트리고 있는지라 상당히 초췌해 보였다. "어이해 제가 비겁자로 살아야 한단 말씀이십니까? 아버님을 죽게 하는 자가 복수(復讐)하지 못할 제황(帝皇)이기 때문입니까?" "그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하나, 꼭 그것만은 아니다." "그럼 어이해……?" "너는 큰 그릇이 될 천하재목(天下才木)이다. 너는 천하에 다시 없는 영재(英才)이다. 그러하기에 너는 살아남아 천하에 기여해야 한다. 그리고 너는 아직 세월(歲月)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나이이다. 네가 죽을 필요는 없다."
<천년세가> 영웅팔가 사대마계 영웅무정 일검형, 천마화. 폭풍혼, 사몽혼, 혈접혼, 불명조...... 천외천의 이름들이 격돌하기 시작했다. 어느 한쪽이 사라져야만이 끝나는 천년의 대접전 살아남는 자는 모든 것을 얻으리라. 낭인주- 그곳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곳이다. 이름없는 자들이 몰려드는 곳, 이름을 묻어버리기 위해 몰려드는 곳. 그곳에서 하나의 운명이 만들어졌다. 천년의 운명을 가늠할 거대한 운명이. <맛보기> * 序章 1 잊혀진 신화(神話) 그들의 신화(神話)는 무림 사상 가장 격렬했던 십 년(年)에 걸쳐 이룩이 되었다. 야망(野望)과 승부(勝負)와 절정절대비기(絶頂絶代秘技)의 기록들……. 대륙무도(大陸武道)에서 가장 치열했던 그들의 세력 다툼은 가히 춘추전국(春秋戰國)의 대란(大亂)을 방불케 했다. 살아서 군림하는 절대자(絶代者)가 되겠다는 야망(野望)과 영구히 붕괴되지 않을 악마제국(惡魔帝國)을 건립하는 욕망으로 인해 이룩된 시산혈해 가운데, 그들의 신화는 무림사의 분수령(分水嶺)이 되어 이어져 왔다. 무려 천 년(年)에 걸쳐서……. 영웅팔가(英雄八家), 사대마계(四大魔界). 다시는 없을 마계와 영웅계(英雄界)의 우상(偶像)들이여! 살아서는 신화를 이룩하고, 죽어서는 전설로 남은 그들. 십 년에 걸쳐 남북(南北) 십팔만 리(里)를 피로 씻으며 격돌했던 칠만사천(七萬四千)의 마계(魔界) 승부사(勝負士)들과, 오만이천(五萬二千)의 영웅계(英雄界) 무객(武客)들! 남칠성(南七星) 북육성(北六星)의 전역에서 격돌했던 양대세력의 무사들은 십 년에 걸친 세력 다툼 끝에 양패구상하고 말았다. 야망(野望)이라는 이름 아래 무림전국(武林戰國)을 이룩하고, 대업(大業)이라는 미명 아래 풍운대란(風雲大亂)을 십팔만 리에 불러일으켰던 인물들. 영웅팔가(英雄八家), 사대마계(四大魔界). 그들은 무수한 시산혈해를 이룩한 후 사라졌다.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듯이 그들은 천 년의 장막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나, 신화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신화는 천 년에 걸쳐 면면히 이어지고 있었다. 자욱한 안개로 깨어나는 모든 여명(黎明)의 순간마다, 천산천수(千山千水)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바람(風)의 길목에서, 아스라이 떨어져 가는 유성우(流星雨)의 모든 밤(夜)마다, 그들 십이도(十二道)의 절대자들의 숨결은 면면히 이어지고 있었다. 마계신화(魔界神話). 오천 년 전부터 그들은 사대세력으로 뭉쳤다.
<천마삼세> 천 년 전, 마검(魔劍) 한 자루가 만들어졌다. 표풍비(飄風飛). 그것은 천지간의 마(魔)의 정화가 모여 만들어진 것이 라고 했으며, 그것을 소유하게 되는 자 천하를 지배하게 된다고 했다. 마검 표풍비를 만든 사람은 천마제군(天魔帝君), 그는 마도의 신으로 불리우는 사람이다. 마도의 역사는 그와 더불어 시작되었으며 마공(魔功) 의 뿌리는 그에게서 비롯되었다 할 수 있다. 하나, 진정 한 마의 역사… 전율할 공포의 사건은 그의 죽음 이후 꽤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실현되었다. 천마일세(天魔一世). 아무도 그의 이름은 모른다. 그는 자신을 그렇게 칭하 며 모든 것을 초토화시켰다. - 나는 하늘로부터 선택받았다. 내가 저주스러운 천 애고아(天涯孤兒)인 것은 운명(運命)의 제일보(第一步) 였다. 천(天)! 나는 그가 내게 천마천혈경(天魔天血經)을 하사한 이 유를 알고 있다. 삼라만상(森羅萬像)을 마(魔)로 물들이 라는 뜻임을…….
<창궁비연>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蒼穹)에 그대는 연(鳶)을 날리지 말아야 한다. 하나의 연은 바로 하나의 죽음이기에……. 그가 어디서 나타나는지, 또한 그가 어디로 사라져 가는 것인 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알려진 것은 그의 이름뿐. 창궁비연(蒼穹飛鳶)! <맛보기> * 序章 〈一〉 창궁(蒼穹)의 장(章)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蒼穹)에 그대는 연(鳶)을 날리지 말아야 한다. 하나의 연은 바로 하나의 죽음이기에……. 그가 어디서 나타나는지, 또한 그가 어디로 사라져 가는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알려진 것은 그의 이름뿐. 창궁비연(蒼穹飛鳶)! 그가 어이해 무림에서 가장 철저한 척살자(擲殺者)가 되었는지는 후에야 밝혀졌다. 빛 바랜 회삼(灰衫)을 걸친 우울한 고독자(孤獨者) 창궁비연. 그는 중원과 해외변황(海外邊荒) 마도세력이 일대 규합하여 이룩한 천겁만마전(千劫萬魔殿)을 노리는 폭풍의 눈(眼)이었으며, 그가 노리는 자는 어디에 숨든 철저히 색출되어 살해될 수밖에 없었다. 무림에 운명을 건 인물이라면 하나의 이름을 부르지 말기 바란다. 가장 혹독하고 처절한 이름. 창궁비연(蒼穹飛鳶)! 그대는 절대 그 이름을 부르지 말아야 한다. * 序章 〈二〉 비연(飛鳶)의 장(章) 1 비가 그치고 난 후의 후덥지근한 열기가 항주(杭州)의 밤거리를 휘어감고 있었다. 청루(靑樓)에서 깜박거리는 홍등(紅燈)들이 거리를 비추고 있기는 하나 거리는 지극히 어두운 편이었다. 그 때문인지 그의 얼굴은 어둠에 묻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만에 하나, 밝은 곳에서 그를 보았더라면 그의 얼굴이 음영(陰影)이 몹시 짙은 얼굴이라는 것을 알아보았을 것이다. 중원(中原)의 진주(眞珠)라는 항주이다. 항주의 밤거리는 다른 어떠한 시진(市鎭)의 거리에 비해 번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낮 동안 잠자고 있던 기방(妓房)의 불빛이 어둠과 더불어 되살아나고, 거리를 가득 메우며 밤을 잊은 강호인들이 분주히 오고 간다. 가끔 표물( 物)을 실은 마차가 인적이 드문 밤거리를 질주했으며, 그 때마다 야행(夜行)에 진력이 난 마부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 오곤 한다. 하여간 이 밤은 다른 밤과 다를 바 없는 칠월(七月)의 한 밤이었다. 묵묵히 서 있던 자(者), 그는 천천히 청루 한 곳을 바라봤다. <군화옥방(群花玉房)> 현판의 채색이 화려하다. 군화옥방은 항주에서 제일 가는 일급 기루이다.
<천애폭풍기> 육양절맥(六陽絶脈)을 지닌 한 男子 삼음산맥(三陰神脈)을 지닌 한 女子 둘 사이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 등격리(騰格里)의 피를 이은 자가 천하를 얻게 된다. 혈수미교(血須彌敎)에서 천 년 간 이어온 전설. 그 주인공은 누구인가. 천기가 자신을 가리킨다며 중원으로 거보를 내딛는 혈무시교주 탁랍(托拉). 그인가? 아니면 또다른 누가 있는 것인가? 호료범. 그의 탄생은 비극이었다. 변황제일인의 살겁으로 신음하는 중원을 구하기 위해 천리(天理)를 거역하며 태어난 한 아이. 그에게 중원을 맡기며 외롭게 죽어가는 백도의 여덟 기인. 대폭풍탑을 감싼 흑운이 거ㄸ지는 날, 삼십삼 장 높이의 폭풍탑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날, 마풍은 폭풍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맛보기> * 第1章 변황(邊荒)의 전설(傳說)들 ① 서장(西藏). 만 리(里)를 가도 끝이 나지 않는 고원(高原). 그 곳의 하늘은 회색(灰色)이다. 모래 바람이 심하게 일어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끔 바람이 멎으면 하늘은 깨어져 버릴 듯한 푸르름(蒼)으로 서장인들의 눈을 시리게 한다. 그 하늘 아래, 서장인(西藏人)들이 또 하나의 하늘(天)로 삼는 거대한 호수가 있다. 등격리호(騰格里湖). 등격리(騰格里)란 말은 서장 지방의 말로, 뜻은 곧 하늘(天)이다. 중원어로 하자면, 천지(天池)가 바로 등격리호이다. 그 곳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이다. 그래서 신성(神聖)하고, 신성하기에 신비 속에 묻혔다. 그 곳이 금지(禁地)로 변한 지 어언 일백 년. 그 주위를 돌면 사바세계(裟婆世界)의 모든 번뇌(煩惱)를 잊는다는 전설도 기억 속에서 흐려질 정도가 되었다. 사령소태하(査令簫太河)와 라살하(羅薩河)가 흘러들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의 호수. 그 곳이 금지(禁地)가 됨은 높고 험한 곳에 위치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거기 가면 죽음(死亡)을 주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혈수미교(血須彌敎). 등격리호가 보다 위대해진 것은, 바로 그들이 거기에 터를 잡았기 때문이다. 서장무림 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문파 혈수미교. 그들의 뜻은 곧 서장무림 전체의 뜻이기도 하다. 혈수미교가 누리는 성가는 중원의 소림사(少林寺) 이상이었다. 서장이 두려운 것은 바로 그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중원의 대소림은 군림할 뿐이다. 하나, 혈수미교는 복종을 강요한다. 그들은 피의 율법을 따른다. 그들의 율법을 따르지 않는 자에겐 오로지 죽음뿐이다. 그렇다. 그들은 바로 서장의 가장 위대한 하늘이었다.
<천애기정록> 일천 개의 마불(魔佛)! 일천 개의 연화(蓮花)! 일천 개의 파문(波文)! 배화교에서 전설로 전해지는 한 장의 마불연지도, 그것을 얻는 자는 핏빛 저주와 함께 운명적으로 천하제일인이 된다. 쇠사슬에 묶인 채 심팔 년 유형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십 인의 절대자. 천기(天氣)는 그들을 십만 리 사막 너너 박라탑랍의 대초원으로 인도했다.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천중문의 구대장문인이 된 운중행. 출신도 이름도 밝혀지지 않은 어머니! 운중행, 그의 탄생은 축복이었을까! 저주였을까! 무림을 일통시키려는 천통회의 마각은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고... 벗겨지는 출생의 비밀, 그리고 운명적으로 다가오는 여인들! 이제 무림의 운명은 그의 손에 달려 있다. <맛보기> * 서장(序章) 대사막(大沙漠). 옥문관(玉門關) 너머 파습탁격랍극(巴什托格拉克)을 지나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 모래의 십만 리(里)! 어디를 봐도 끝없이 이어지는 흰 모래. 생명(生命)은 존재할 수 없는, 하늘로부터 버림받은 땅. 휘이이잉-! 한바탕 미친 듯이 불어대는 모래 회오리! 십 리 높이까지 날아오르는 모래 회오리가 극에 달할 때, "천괴지성(天魁之星)은 천 리 안에 있소. 조금만 더 버팁시다. 보름 안에 천괴지성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을 거요." 거친 모래 바람에 섞여 창노한 목소리가 들려 온다. 휘휘휘휙-! 하늘과 땅을 잇는 모래 바람 속에서도 생명이 존재한단 말인가? 한 포기의 풀도 한 모금의 물도 허용하지 않는 대사막(大沙漠)! 언제부터인가 이 버려진 죽음의 땅을 통과하는 한 떼의 이인(異人)들이 있었다. 모래 바람과 더불어 거친 음성이 들린다. "으으… 노부 혼자라면 벌써 도착했으리라… 으드득… 백도(白道)의 말코들하고 같이 가자니 정말 답답하구나!" "허허, 잠형수라(潛形修羅) 시주는 그리 말하지 마시오. 생사판(生死判) 악대협(岳大俠)은 두 다리가 잘린 상태에서도 지난 십팔 년 동안을 버텨 왔거늘… 아미타불……!" 노승(老僧)의 목소리도 들렸다. 모래 바람 속을 헤치며 길게 한 줄로 서서 걸어가는 열 사람이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은 일 장(丈)이었는데,곧 쓰러질 듯하면서도 정확히 그 간격을 유지하고 있었다. 광풍(狂風) 속을 저토록 힘들게 걸어가는 열 사람의 목적은 무엇일까? 철컥… 철컥……! 걸음을 옮길 때마다 쇠사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숭산> 그 山에는 하나의 전설이 있다. 일컬어 아수라의 전설. 세상을 계도하는 데는 만 명의 보살보다 한 명의 아수라가 필요할 때가 있다면, 산은 아수라를 낳아 피로써 세상을 계도하도다. 전설을 거역하는 자, 피로 제거될 것이며 영혼마저 으스러지리라!! <맛보기> 강호(江湖). 누구도 그 땅만은 정복하지 못했다. 무림의 역사가 기록되고 누천년(累千年)이 지났으되, 그 어떠한 거대세력도 그 비정하고 처절한 대지만은 장악할 수 없었다. 사가(史家)들은 강호인들을 일컬어 유협(遊俠)의 무리라 한다. 그들은 황법(皇法)마저 비웃기 마련이다. 그들이 숭앙하는 것은 협의혼(俠義魂)이며 강호의 불 문율(不文律)이다. 심산유곡에 칩거한 유협들. 부평초(浮萍草)처럼 떠돌아다니는 낭객(浪客)들. 시정 구석에서 이(蝨)를 잡는 걸개(乞 )들. 밤을 불사르며 웃음과 노래를 파는 야화(夜花)들. 황금의 산 속에 장원을 짓고 술에 진주(眞珠)를 녹여 마시는 절세거부(絶世巨富)들. 죽림(竹林)의 오만한 묵객(墨客) 문창성(文昌星)들. ……. 강호는 만인의 것이다. 강호는 어떤 하나의 방파가 점유하는 그러한 대지가 되지 못한다. 육도삼략에 이러한 말이 있다. 천하비일인천하(天下非一人天下) 천하지천하(天下之天下) <천하는 천하의 것이다.> 병서(兵書)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육도삼략의 이 말이야말로, 강호라는 대지의 속성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한 말일 것이다. 하되 예외가 없는 규칙이 없다는 말대로 강호에도 하나의 예외가 있다. 누구도 감히 오르지 못할 산(山)이 있다. 무수한 세 월 가운데 그 산은 수백 회에 걸쳐 도전을 받았다. 그때마다 그 산은 쉽게 패배하곤 했다. 그리고 그 산에 도전했던 자들은 천하를 장악한 양 기뻐해 마지않았다. 하지만 결국 산을 정복했다고 여긴 자들은 너나 할 것이 없이 허물어졌고, 그 산은 언제나 오만한 그 웅자로 누천년을 버티어 낸 것이다. 그 산의 위대함은 강하기 때문도, 약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들은 한 번도 강호를 상대로 싸움을 걸어본 바 없 다. 다른 방파를 공격한 바도 없으며, 불세출한 영웅을 만들어 강호를 평정한 바도 없다.
<옥수무정> <맛보기> 그들의 율법(律法)은 바로 피와 죽음의 율법이고, 그것은 강호천년(江湖千年)의 역사 가운데 가장 패도적(覇道的)인 율법으로 군림했다. 선혈(鮮血)의 장막 가운데 우뚝 선 강호제일지(江湖第一 地). 대륙천하(大陸天下)에 독보적인 존재로 솟아올라 구천십 지(九天十地)의 흑백도(黑白道) 무림인들에게 절대의 적이 된 패도의 하늘! 뇌(雷)… 왕(王)… 천(天)! 구만(九萬) 리(里) 강호(江湖)의 절대거산(巨山). 팔황무림(八荒武林) 도처에 비밀(秘密) 분타(分舵)를 거 느리고 있으며, 자신들의 아성(牙城)에 대한 도전은 용납하 지 않는 냉혈의 승부사(勝負士)들이 검(劍)과 선혈(鮮血)과 땀으로 일으킨 무적의 대지(大地)이고 야망(野望)의 성 (城)! - 야망(野望)이 있는 자 뇌왕천(雷王天)에 들라! 검(劍) 이 너의 운명(運命)이 되어 주리라! 단 하나의 율법은 패도(覇道). 뇌왕천은 승부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강호에서 가장 극단 적인 연맹(聯盟)이다. 이십사만(二十四萬) 휘하(麾下) 검사(劍士), 백팔 개의 비밀향(秘密香)과 천하팔황(天下八荒)에 세워 진 팔황무가(八荒武家), 칠천만금(七千萬金)이라는 거금(巨金), 천 개의 장경고(藏經庫)와 만 개의 보창(寶倉)……. 단일세력으로 뇌왕천을 능가할 만한 세력을 쌓은 문파는 무림 사상 이제껏 없다 할 수 있다. 뇌왕천을 이룩한 제천뇌문(帝天雷門)! 그들은 이미 천하무림(天下武林)의 반(半)을 얻었다. 새외변황(塞外邊荒)의 대종주(大宗主)들마저 그들의 무위 (武威)를 겁내 중토(中土)를 넘보지 못하고, 구파일방(九派 一 )이 이끄는 백도무림계(白道武林界)는 뇌왕천으로 인해 거듭 패배의 잔을 들어야 했다. 뇌왕천 무사들에게는 오직 단 하나의 길만이 있다. 그것 은 오직 야망의 길이고, 그 길은 바로 패왕지로(覇王之路) 이다. 그 율법을 지키지 않는 자, 패왕의 하늘 아래 있을 수 없 다. 전 무림을 공포에 몰아넣는 승부의 율법을 지키며 군림해 온 뇌왕천, 이들에게는 이기는 것만이 법(法)이다. - 우리에게 불가능한 승부는 없다! 훗훗… 불가능이라는 것은, 가능한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일 뿐이다!
<중원무도> <맛보기>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앞쪽으로 비스듬히 내려쓴 커다란 방립(方笠)에는 검은 천이 씌워져 있다. 방립 아래로 보이는 아래턱은 매우 강인한 인상을 자아내는 각을 이루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장중해 보이는 미묘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가슴에 한 자루 길쭉한 검(劍)을 안고 있는 자. 철검(鐵劍)이 아니라 연습용으로 보이는 한 자루 목검(木 劍). 그는 목검을 안은채 느릿느릿 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나이는 서른다섯 정도, 희로애락이 나타나지 않는 흐릿한 눈빛이 묘한 인상을 심어 준다. 그는 일정한 보폭으로 발걸음을 내디디며 대막(大漠) 팔 천 리를 건너 옥관(玉關)을 향해 움직여 가고 있었다. 휘리리링―! 가공스러운 폭풍이 불어닥치고 있었다. 낡디낡은 흑포가 바람에 펄럭거렸고, 방립을 쓴 괴검사의 아래턱에서 가는 경련이 일어났다. "무학(武學)은 천축(天竺)에서 발생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무도(武道)의 화려한 꽃을 피워낸 장소는 바로…… 저곳이다!" 몹시 유연한 눈빛이다. 그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눈빛으로 거대하기 이를 데 없는 성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평선을 따라 세워진 웅장무비한 건축물! 오오, 그것은 바로 만여 리에 걸친 장성(長城)이 아닌가? 중토와 변황을 차단하는 천하제일의 축조물 만리장성. 그것은 중원인의 변황에 대한 오만성의 과시라고 해도 과 언이 아니었다. "중원(中原)……, 모든 무사들의 꿈이 서리어 있는 곳이 다. 너무나도 오랫동안 중원무도계는 천하무림계에 군림했 었다!" 감정이 철저히 배제된 목소리였다. 극한의 수업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러한 음성을 내뱉지 못 했을 것이다. 그는 만리장성을 향해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있다. 느릿느 릿 걸어가고 있으되 실상 그의 몸이 나아가는 속도는 질풍 이 몰아쳐 가는 속도보다도 빨랐다. 아아, 그의 보행(步行)은 바로 전설상의 육지비행술(陸地 飛行術)이 아닌가? 그렇다면 허름한 옷을 걸치고 목검을 가슴에 안은 자의 내공 수위는 이미 극한의 경지를 넘어섰단 말인가? "중원무도에서는 무수한 거인 거목(巨木)들이 배출되었 다!" 휘리리링―! 바람이 보다 강해졌다. 그의 입가에는 미미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중원무정> 중원의 젖줄 대황하(大黃河)의 상류에는 용문(龍門)이 라는 협곡(峽谷)이 있다. 용문의 물살은 너무나도 빨라 어떠한 물고기도 용문의 물살을 거슬러 오르지 못 한다. 만에 하나, 용문의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 가 있다면… 그는 바로 한 마리 용(龍)이 되고 만다. <맛보기> 천 년의 풍상이 흐른다 해도 단 하나 지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 한(恨). 황하가 마르고 대륙이 사막으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그 것은 사라지지 않으리라. 장강보다도 긴 혈류(血流)가 이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은 없어지지 않으리라. 야망(野望). 그대가 무인(武人)이라면, 단 하나의 계율을 죽음 그 순간까지 가슴 깊이 묻어 두어야만 한다. 그것은 무림 의 불문율. 그것을 잊는 자, 무림에서 한 마리 까마귀 로 불리리라. 복수(復讐). 야수(野獸)의 대륙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가장 강한 승 부사가 되어야만 한다. 네가 적을 베지 않는다면 그가 바로 너를 베어 버릴 것이다. 네가 영웅(英雄)이 되기 를 바란다면 너의 친구(親舊)와 너의 연인(戀人)을 베 는 강철의 투혼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야수 중의 야수가 되고, 폭풍 속의 폭풍이 되지 못한 다면… 너는 한 방울 이슬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다. 대륙마가(大陸魔家). 그들은 철저한 복수율(復讐律)로 야수의 사도무림계 (邪道武林界)를 장악하게 해 왔다. 그들의 친구가 되지 못할지언정 적은 되지 말아야 한다. 적이 된다면 그날 이후 대륙마가의 공세에 시달려야 한다.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그들은 쉬지 않고 적이 된 자를 공격할 것이며, 복수가 달성된 후에야 그 공세를 멈출 것이다. 완벽한 일류무사로 이룩되어진 암흑(暗黑)의 가문.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무림의 밀림지대. 그들은 대륙마존(大陸魔尊) 백군룡(白君龍)의 영도 아 래 마도 사상 가장 가공할 세력을 이룩했다. 팔천명의 승부사들은 백군룡의 명이라면 화약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일이라 할지라도 서슴지 않을 정도 로 충성스런 무사들이었다. 만에 하나, 십 년 전 그때 대륙영웅회(大陸英雄會)의 기치 아래 뭉친 강호백도의 협사들이 대륙마가의 집요 한 복수심을 알고 있었더라면 감히 그러한 일을 저지 르지 않았을지 모른다.
<혈탑> 혈탑(血塔)―. 피로 자라난 악마의 대지. 수백 년간 이어지던 백도의 전통이 일거에 허물어진다. 구르는 혈겁을 막을 자 누구인가……. 상관안. 그는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태어났다. 영약의 도움이 없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는 병약한 신체. 뇌리에 백만권의 장서를 보관한다 해도 목숨을 연장시킬 수 없다. 어느 날 우연히 찾아든 천재일우의 기회. 참극 뒤에 찾아온 한 번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다. 그러나 노력하는 자만이 그 결과를 얻 는 법이다. <맛보기> 검주(黔州). 중원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 인심이 후덕해 밤이라 해도 대문을 잠그고 살 필요가 없고, 농 토가 비옥하고 호소(湖沼)와 하천(河川)에는 고기가 많아 가난의 그늘이 드리워지지 않는 곳이다. 검주란 곧 사천(四川) 팽수현(彭水縣)을 말한다. 호북(湖北)의 서남부(西南部), 사천의 동남부(東南部), 그리고 귀주(貴州)의 북부지역으로 이루어지는 검중도(黔中道)에서 노른자위가 되는 곳이 바로 검주였다. 북주(北周) 때부터 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수(隋), 당(唐) 시절 에는 거대한 촌락을 형성한 곳이기도 하다. 오강(烏江)의 하류라 할 수 있는 검강(黔江)의 푸른 물줄기에 둘러싸인 곳. 오십여덟 개의 구비를 갖고 있다는 검강의 아름다움은 시인묵 객(詩人墨客)들의 입에 즐겨 오르내리곤 했다. 일대에 낙향한 문사들의 한거가 즐비한 까닭은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세외선경(世外仙景)을 굳이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는 검 주의 한가로운 죽림(竹林) 안이었다. 삼경(三更). 하루 중 가장 적요한 시각이다. 삼라만상(森羅萬像)이 고요히 잠들어 있고, 만천성광(滿天星光)이 어머니의 눈빛같이 자비스럽 고, 정인(情人)의 뺨같이 아름답게 보였다. 달빛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의 적막 가운데 돌연. "흐으으윽……!" 죽엽(竹葉)을 휘말아 올리는 광풍과도 같이 돌연한 비명 소리 가 터져 나왔다. "아아……!" 단말마(斷末魔)의 비명. 가히 성월(星月)의 빛을 흐리게 할 만한 처절한 비명 소리였다. "으흐… 흐윽……!"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어찌 들으면 야차(夜叉)의 포효성 같기 도 한 소리가 죽림의 정적을 깨뜨릴 때였다. "여… 여보."
<대륙풍> 무림사(武林史)를 기록한 천추군림지(千秋君臨誌)는 참으로 눈물 겨운 혈사(血史)를 그 첫머리에 두고 있다. <십팔만(十八萬) 리(里) 중원천하(中原天下)! 사랑과 의리(義理)는 사라지고, 죽음(死)과 피(血)의 공포만이 흐르 도다. 천(千) 년(年) 전의 기인 운대선생(雲大先生)의 예언대로 만악(萬惡) 의 대종주 혈천종(血天宗)이 나타나니… 오오, 하늘과 땅에 이는 피의 전율을 그 누가 멈추게 하리요?> 피눈물에 젖은 사관(士官)의 붓은 계속된다. <옥문관(玉門關)에 만마가 질타하니, 하늘은 핏빛이도다. 그 기세는 노도보다 무서워 천지간(天地間)에 그들을 막아 낼 인물 또한 없도다. 변황의 오대세력(五大勢力)과 동해(東海)의 불귀도(不歸島), 천축(天 竺)의 뇌전혈교(雷電血敎)가 마도의 세력에 연합하도다. 천하(天下)에 인재는 없고 구파일방(九派一 )의 힘은 십만 마도 앞에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 오호라! 천하는 죽음의 공포에 떨고, 하늘빛은 검붉은 핏빛(血色)으로 물들도다. 한데 천(天)의 신하들이런가? 무혼(武魂)이 불타오르는 정의의 고수 (高手)들이 나타나도다. 그들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나 가슴엔 벽력탄(霹靂彈), 머리엔 구국천하의 의(義), 마음(心)은 투혼(鬪魂)에 불탔도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마(魔)의 도래 앞에 몸을 날릴 때마다 하늘엔 그들의 충혼(忠魂)처럼 붉은 버섯구름(火花)이 피어 오르더라. 이들 일천 의협을 이끌고 온 자, 무림에 가장 거대한 이름을 남겼으니 … 그는 천왕태극궁(天王太極宮)이라는 이름 없는 문파의 종주(宗主)더 라. 그는 가슴에 가장 많은 폭약(爆藥)을 안고 마의 대종주 천사마황(天 邪魔皇)을 덮쳐 갔으니, 그의 이름은 사마검한(司馬劍漢)이라. 그 협의지심이 성불(聖佛)한 승려를 능가하고, 그 충정은 무림열사의 으뜸이 아니겠는가? 만마(萬魔)는 피에 씻기고 피를 흘려 붉은 황하(黃河)를 더욱 붉게 했 도다. 이렇듯 만마는 죽어 갔으나 그들의 종주는 두 다리를 잃었으되 살아 도주하였으니, 악의 불씨는 남았도다. 또한 그의 피 어린 저주(詛呪)가 향후 무림을 더욱 떨게 하도다. - 하늘(天)이여! 어찌 마도(魔道)를 버리시나이까? 지난 천 년의 세 월을 우리는 치욕 속에 살아왔나이다. 하늘이여! 그대는 언젠가 나에게 지고 말 것이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을 나는 바꾸고야 말겠소. 사필귀마(事必歸魔)라고!
<천년마제> 주인공 탁옥룡. 어릴적 부모의 버림을 받은 옥룡은 탁가장원의 탁천 영을 양부로 하여 성장한다. 십오세 되는 해에 옥룡마궁의 마궁도들에게 습격을 당해 양부를 잃고 정혼자 이수운까지 행방불명된다. 천년전의 무공을 이어받아 혈영마협으로 활동, 여러 사건 여러 파벌의 힘에 여러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의 마지막 부분에서 자신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며, 친부모도 보게 된다. 무협지의 포맷이 그렇듯이 비슷한 내용이 전개되고는 있으나,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현실을 적용해서 읽는다면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다. <맛보기> 도도탕탕(滔滔蕩蕩)한 무림사에 거대한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 있다. 일천 년 전, 마왕동(魔王洞)을 세우고 천하혈세(天下 血洗)를 시작한 고금제일거마(古今第一巨魔)의 출현이 바로 그것이다. ― 마중지존(魔中至尊)! 그는 그렇게 불렸다. 마(魔)의 하늘을 이룩한 그는 고금에 전해지는 온갖 종류의 마공을 익히고, 그것을 마왕류(魔王流)로 통합 해 전대미문의 마공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하늘의 징계조차 두려워하지 않았다. 국법(國法)은 그에게 있어 못쓰는 종잇장이었고, 인륜 (人倫)은 그에게 있어 냉소할 대상에 불과했다. 그는 약관의 나이에 출관해 무림거파 하나를 멸문시킴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무려 일갑자 동안 그는 천하를 독패(獨覇)하며 수많은 곳에 피의 바다와 시체의 산을 쌓았다. 대혈겁(大血劫)! 피의 수레바퀴는 구르는데 누구도 그것을 멈출 수 없 었다. 어떤 상대도 그를 꺾지 못했다. 그것이 일국(一國)이거나 어떠한 거대문파(巨大門派)라 할지라도 그를 이길 수 없었다. 그는 영생(永生)토록 꺾이지 않을 존재였기에, 선(善) 은 그를 사필귀정(事必歸正)의 금제(禁制)로 몰지 못 한 채 숨어 지내야 할 듯 보였다. 그러던 중 세 곳에서 은밀한 실종 사건이 발발했다. 달마조사(達磨祖師)의 사손(師孫)이 되는 혜장(慧藏)! 그는 달마가 남긴 소림의 절기를 완벽하게 터득한 고 승이다. 그는 숭산에 입산 후 단 한 번도 산하로 내려 간 적이 없었다. 육십 년 내내 면벽암(面壁庵)에 은거한 채 달마가 남 긴 불문의 절기를 수련해 왔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것이다, 소림절학 중 가장 강하다는 천강복마공과 함께.
<백인무문> 새(鳥) 이야기 한 마리의 새가 있다. 그 새는 백 년 동안 울지를 않았고, 백 년 동안 한 번도 날지를 않았다. 사람들은 그 새를 일컬어 울지도 날지도 못하는 바보 새라고 하였으며, 모든 사람이 그 새를 비웃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새는 울었으며……, 바보 새는 장천(長天)을 향해 끝없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백 년 동안 울지 않았던 새가 울게 된다면 한 번의 울음소리에 십팔만 리가 경동(驚動)할 것이며, 백 년 동안 날지 않았던 새가 날게 된다면 한 번 떠올라 구만 리 장천에 도달하게 되리라!" <본문 중에서> 백인무문(百忍武門)―! 무림에서 가장 비겁한 가문으로 불려진 가문이다. 정사(正邪) 양도의 강호인들 사이에 비겁자이며 위선자로 손가락질을 당하고 백 년 간 굴욕했던 가문. 하나 그들의 진면목은 가공(可恐), 바로 그것이었다. 울지 않는 새의 가문. 백 년에 걸쳐 울지도, 날지도 않은 굴욕의 가문. 어이해 그들은 한 마리 바보 새로 백 년간 참아야만 했던 것인가? 어이하여 그들은……? 徐孝源 拜上. <맛보기> 동정호(洞庭湖). 가히 바다라 할 수 있다. 하늘마저 담아 버릴 듯 그 끝을 보여 주지 않는 거대한 호수. 호안에 선다면 눈앞이 온통 물의 세계다. 동정호를 일컬어 천하제일호(天下第一湖)라 하는 이유는 그 광활 함에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장강(長江)의 물을 모조리 품고 있는 어머니의 호수. 대황하(大黃河)의 혼탁함이 북방인들의 억센 기질을 만들었다고 한 다면, 동정호의 깊고 유현(幽玄)한 아름다움이 강남(江南) 재자가인 (才者佳人)들의 낭만과 풍류서정을 만들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악양루에 쉬지 않고 사람들이 오르는 이유는 동정의 그 광활함을 바라보기 위함일 것이다. 둘이서 마시노니, 산에는 꽃이 피네. 한 잔 술 또 한 잔… 끝없는 한 잔. 취했으니 자려네, 자네는 가게. 그리고 내일 다시 오게나. 주선(酒仙)이며 시선(詩仙)이라는 이태백(李太白)의 시가 호상 한 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망망대호(茫茫大湖). 안개가 호면을 자욱이 덮고 있다. 그리고 수평선 위쪽의 안개 성 채를 부수며 한 척의 배가 나타나고 있었다. 화려한 채색의 꽃배(花船).
<구천독혼마> 천 년 전(千年前)부터 중원무림천하(中原武林天下)에 전해내려 오는 신비(神秘)한 전설(傳說)이 있다는 것 은 강호명숙(江湖名宿)들이 다 아는 일이다. 그것이 신화(神話)인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인 지는 밝혀지지 않은 일이나, 그 내용은 가히 가공(可 恐)이었다. -우주재삼마제(宇宙在三魔帝), 어천(於天) 어검(於劍) 어혈(於血), 오호! 검으로 피를 부르고, 그 피로 하늘을 가렸다! 간략하게 말하자면 이런 것이고, 전해지는대로 이야기 하자면 실로 믿기지 않는 내용이었다. 그것인 즉, -천마(天魔) 혈마(血魔) 검마(劍魔)가 나타나 천하를 혈세(血洗)했었다. 그들이 노린 것은 마도대종사(魔道 大宗師)의 자리였다. 절대마검(絶代魔劍)으로 십리(十里) 안의 모든 것을 갈랐던 검마(劍魔), 구중천(九重天)을 자유로이 날며 혈기류(血氣流)를 흘려 금석(金石)을 녹이던 혈마(血 魔)이나, 결국 천마(天魔)의 삼식(三式)아래 무릎을 꿇었다. 허나, 천마는 단 삼일(三日)간의 마도대종사였을 뿐이다. 검마와 혈마가 제이인자(第二人者)로 있을 수 없어 천 마와 동귀어진(同歸於盡)해서이다. 그리고 그들의 혼(魂)은 천년(千年)을 지배하리라!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 이전부터 강호(江湖)의 삼상 오악(三山五嶽)에 처진 전설은 바로 그걸 것이었다. 허나, 그 내용에 있어서는 의심이 가는 바가 많았다. 사람으로 그런 무공(武功)을 발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어찌 전설을 곧이 곧대로 믿겠는가! 다만, 천마라는 마도대종사가 있었고, 검마와 혈마라 는 천하거마(天下巨魔)가 있었다는 것만은 사실인 듯 했다. 그들이 마도대종사의 직위를 얻기위해 무자비하게 살 육 할 때, 희생 되었던 수만 명의 후예들이 감히 복수 (復讐)할 마음 조차 잊고 서책(書冊)에 남긴 몇 가지 글귀가 있기 때문에 그들의 존재가 사실로 여겨지는 것이었다. <혈마가 궁(宮)에 단신(單身)으로 와 이천 오백 명을 한시진 안에 죽이고 웃으며 사라져 갔다.> 대막국(大漠國)의 왕가(王家)에 남아 있는 고서(古書) 안에 분명 그런 구절이 있었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사천당가(四川唐家)의 귀퉁이 너덜너덜하고 곰팡이 슨 양피지(羊皮紙)에도 그 비슷한 구절이 있었다. <검마(劍魔)가 나타나는 순간 사천성(四川省)이 검기 (劍氣)에 가리워졌다.
<야망검>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복수(復讐)라고! 모든 인간은 동기(動機)에 따라 행동하며, 제아무리 거대(巨大)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시작은 개자(芥子)의 씨앗처럼 미미할 뿐이다. 그러한 생각에서 하나의 무사(武士)를 생각하게 되었다. 강(强)하기 이전 치밀(緻密)하고, 우상(偶像)이기 이전 피와 눈물을 가진 인간(人間)이었던 자. 영웅(英雄)이 되기보다는 문사(文士)을 안고자 했던 녀석. 철엽상(鐵葉霜). <야망검(野望劍)> 가장 고독(孤獨)한 도박에 운명(運命)을 건 녀석의 이야기이다. 성공 가능성은 백분지일(百分之一). 그는 모든 것을 걸고 복수(復讐)라는 유희를 시작하고……. 이십 년 간 침묵(沈默)하던 원죄(原罪)의 흑막(黑幕)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진실(眞實)……? 사사혈안(四邪血案). 혈우살풍(血雨殺風)의 겁난 속에 범천중원맹은 무림의 사활(死活)을 걸고 최후의 대전에 임하였으니… 이름하여 불귀대전(不歸大戰)! 그러나 무심한 게 인간의 마음이라 그 처절했던 기억은 삼백 년의 유구한 세월과 함께 세인들의 의식 저편으로 아스라히 사라져 버리고……. 공령가 최후의 후예 설유옥(雪幽玉). 만겁무저뢰(萬劫無底牢)의 어둠을 뒤로 한 채 중원의 혈림(血林)에 한 발을 내딛은 그를 맞이한 건 또다시 피어 오른 피의 바람 신사사혈안(新四邪血案)! 어둠의 제황(夜皇)이 밤하늘로 비상(飛上)하니 그가 가는 길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리요! <맛보기> * 大序 거인(巨人)의 가문(家門) ① 십이월(十二月) 구 일(九日). 이 날, 하나의 숙명(宿命)이 잉태되었다는 것은 후대(後代)에 이르러서야 밝혀지게 되었다. 폭설(暴雪)이 뿌리어지는 자시(子時)에 중원(中原) 구만 리(九萬里)의 모든 것을 결정지을 운명의 덫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죄악(罪惡)을 덮어 버린다는 백설(白雪)의 밤(夜)에, 달빛이 감추어진 그 날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은 결정지어졌다. ② 눈(雪)이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은 온통 흰빛에 휘어 감기고 있었고, 새벽이 열리기에는 너무나도 먼 듯했다. 벌써 칠 일(七日)째 눈은 강호(江湖)를 뒤덮고 있었다.
<성수탕마기> <맛보기> * 서장(序章) 강호의 서(序) ① - 중원(中原)의 주인이 곧 천하를 얻으리라! 대저 천하무림계(天下武林界)의 판도를 지배해 왔던 것은 위와 같은 논리였다. 중원을 얻는 자가 곧 온 세상을 다 얻을 것이다. 칼 끝에 생명을 걸고 풍진천하(風塵天下)를 질타(叱咤)하는 영웅호걸로, 천하를 얻어 보려 하지 않은 자가 어디 있겠는가? 거대 문파를 세우고 일개 지역의 패자로 군림하는 자들, 절세신공을 익혀 천하를 독패하려는 효웅들, 명리를 떠나 고고한 운명을 살다 간 기인들. 그러나 하늘은 만인(萬人)에게 다 패자(覇者)의 운명을 주지는 않는 법이다. 강호(江湖)에 나와 뜻을 세우기보다는 뜻을 펴 보지도 못하고 촉루가 되어 찬 이슬과 함께 쓰러진 자가 부지기수(不知其數)로 많았다. 천하를 얻는다는 것.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 천하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아직도 의문스러운 일이다. 그 어떤 비무대회(比武大會)에 나가 천하제일고수(天下第一高手)라는 영예를 따는 것이 그 경지인지, 아니면 수하(手下)에 무수한 고수들을 거느리고 남칠성(南七省)과 북육성(北六省)을 장악(掌握)하는 것이 그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수천만금과 수백(數百)의 미첩(美妾)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하여튼 천하의 으뜸이라는 것은 무가(武家)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꿈 속에서조차 바라 마지않는 희망일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현문(玄門)의 도인(道人)들이 그러하고, 승가(僧家)의 승려들이 그러할 것이다. 속인(俗人) 중에서도 명리(名利)를 초개로 알고 절세신공(絶世神功)을 숨기고 사는 사람이 많은 형편이니, 겉보기의 천하제일인이 완전한 천하제일인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것이다. 달마(達磨)가 세운 소림사(少林寺), 그리고 장삼풍도인(張三豊道人)이 세운 호북 무당산(武當山)의 무당파(武當派)가 무림계 일천 년의 태두(泰斗)라 일컬어지기는 하나 그 안의 어떤 사람이 천하제일인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승려나 도인이란 애초부터 천하제일인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니, 어찌 그들 중 천하제일인이 나오겠는가? 그들 양 파(派)는 무림계의 최고봉(最高峰)이라는 위치에 있는 것만을 낙(樂)으로 삼고 안거(安居)하고 있지 않은가? 중원무림계의 태두라는 양 파가 천하제일이라는 지위를 공석(空席)으로 놔 두려 한다는 것이 바로 강호가 항상 검풍(劍風)에 휩싸이는 진정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풍운대업> 누군가의 목숨이 그리워진다면 풍운번주 그를 부르라! 완벽한 살인의 전문가 풍운번주 단마흔, 그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다섯 개의 그림자. 나머지는 사라져야 할 서러운 목숨뿐이다. 다섯 악마의 날개를 달고 무림의 밤을 지배하는 풍운번주. 그는 선혈에 물든 살수와 생명의 성수를 지닌 채 오 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단 한 번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 천룡으로 웅비할 단 하루를 위해서... 내게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단 한 번만이라도 그의 면전에 설 수만 있다면... 실패란 있을 수 없다. 오직 한 번의 기회뿐이다. 밤의 지배자로 다가선 풍운번주 단마흔, 그의 마지막 표적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그리고... 그의 운명의 여인은? <맛보기> * 風… 雲… 그를 부르라! "그를 부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다른 모든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으나… 역시 이 일을 해낼 사람은 그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풍운번(風雲幡)을 부르셔야 합니다." 어디일까? 자욱한 흑무(黑霧)와 더불어 자무(紫霧)가 흐르고 있다. 목소리는 들리고 있으나 사람의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속하 이하 십팔 군사(軍師)들이 칠 일간 철야하며 백이십 가지의 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내려진 결론입니다!" 자욱한 안개 속, 검은 그림자 하나가 엎드려 있다. 차디찬 안개가 이리저리 흐르고 있으며, 저주보다도 가혹스러운 한기가 뼛골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육면(六面)에 방음장치가 철저하게 되어 있는 장소이다. 이 안이라면 화약(火藥) 백만 관(貫)이 동시에 터져 버린다 하더라도 소리가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으리라. 휘리리리- 링- 휘리리- 링-! 싸늘하고 차가운 귀무(鬼霧) 가운데, 한 명의 노인이 오체투지(五體投地)한 채 말을 하고 있었다. "본천(本天) 예하(隷下)의 사대살단(四大殺團)은 이미 그 기능이 마비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혈매화(血梅花)와 암향(暗香), 그리고 백화(百花)와 구룡(九龍)의 사대조직으로는 구만 리(里)에 걸쳐 이룩된 방대한 기업(企業)을 지킬 수가 없으며, 최근 들어 빈번해진 지옥마련(地獄魔聯)의 도전을 강하게 응징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으음, 그곳에는 사천이 있다. 그리고 충원이 필요하다 하여 다시 이천을 보냈다. 한데도 하지 못했단 말인가?" 검은 안개 가운데, 한 마리 거대한 코끼리가 엎드려 있듯이 대태사의(大太獅椅)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지금, 그곳에서 실로 차갑고 강렬한 빛이 폭사되고 있다.
<무림외사> 그는 모든 것에서 버림받아야 했다. 그를 낳은 여인이 그를 버렸고 그가 목숨보다 사랑했던 여인이 그를 버렸다. 가문이 그를 제명했고, 혈겁이 그를 폐인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무사이기에 그는 쓰러질 때마다 일어나야만 했다. 장천등봉 능유혼, 그가 오만한 승부사에서 고독한 운명의 도전자가 된 사연은? <맛보기> * 第1章 그의 이름은 유흔(有痕) ① 파양호( 陽湖)! 바다처럼 너른 호수이다. 파양호 위에는 창궁(蒼穹)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호숫가로 도화(桃花)가 눈처럼 펄펄 휘날리는 춘삼월(春三月), 호숫가의 구릉지대는 막 피어나는 들꽃에 뒤덮여 있었다. 아스라한 안개속에 한 척의 배가 떠돈다. 가히 일엽편주(一葉片舟)이다. 파랑(波浪)이 드세어지기만 하면 당장에 파양호 속으로 빠져들 듯 위태로워 보인다. 일엽편주는 벌써 반나절 때 호수 위를 맴돌고 있었다. 배 위에는 도롱이에 잠방이 차림의 어부(漁夫) 하나가 머물러 있는 바, 그는 호숫가에 서 있는 도화나무에서부터 펄펄 떨어져 내리는 화우(花雨)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청죽간(靑竹竿)을 쥐고 있었다. 슬쩍 엿보이는 아랫턱의 선이 상당히 굳강하다. 이제 나이 스물하나 정도 되었을까? 그의 살색은 햇살에 약간 검게 그을려 있었다. 그는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수면을 바라보고 있는 바, 어딘지 모르게 고독해 보이는 눈빛에는 초점이 뚜렷이 맺히지 않았다. "어느 새 봄이런가?" 그는 나직이 중얼거렸고, 그 순간 죽간 끝에 매달려 있는 은사(銀絲)가 팽팽히 당기어졌다. "힘센 놈이야." 그는 은사 끝에 팔뚝만한 금린어(錦鱗魚)가 걸렸음을 느끼며 짐짓 미소를 지었다. 꽤나 평화스러워 보이는 웃음이다. 서글서글한 눈빛, 이제까지 보이던 권태로운 모습과는 다른 생기 있는 모습이 아닌가. "후후후… 억세게도 운수 없는 녀석. 이 세상에서 가장 한심스러운 유흔(有痕)의 낚시에 걸려드는 눈먼 고기가 있다니……." 그는 죽간을 천천히 위로 세웠다. 금린어가 몸을 뒤트는 힘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죽간을 간단히 쳐들었다. 잠시 후, 한 자 반 길이에 달하는 금린어가 뱃전에 뉘어졌다. 그는 반나절 내내 낚시를 하여 금린어 이십여 수(首)를 건져 올린 것이다. 그런대로 괜찮은 작황이다. 시장에 내다 판다면 은자 스무 냥은 호주머니 안에 넣을 수 있으리라. 하늘이 탄다. 이미 황혼이 술빛으로 무르익었다. 청년은 느릿느릿 노를 저어 배를 갈대숲에 닿게 했다.
<무림묵시록> 강호에 드리워진 마의 장막, 대장군의 아들 연경일관옥, 그는 살아남기 위해 목숨을 팔아야 했다. 그가 진 목숨의 빚은? 마성마저 짓눌러버린 대살혼의 주인공 살수마영 하운비. 그의 살검이 내뻗어지는 순간 무림은 얼어붙는다. 견마하인에서 살수마영으로, 다시 신비대형으로...... 그의 마지막 모습은 과연 무엇인가, 그는 누구인가......? 그는 비정한 살수에 불과한다. 아니면 강호를 구할 대영웅인가. 그가 강호에 묵시하는 것은. 장막은 찢어지고 이제 비밀은 없다. <맛보기> * 서장(序章) 천하(天下)… 장막(帳幕)! 만리무중(萬里霧中), 보이는 것이라고는 흰 안개뿐인 망망대해(茫茫大海). 여명(黎明)의 안개이기 때문일까? 햇살이 안개에 부서져 꿈결 마냥 흘러내리고 있다. 대신비(大神秘)! 문득 해풍(海風)이 불어닥치자, 온 천하를 메운 듯하던 안개가 장막(帳幕)이 올라가듯이 걷혀졌다. 쏴아아……! 바람은 더욱 강해졌다. 안개는 눈발이 날리듯이 날아올랐고, 그 덕에 반구(半球) 같은 공간(空間)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개(霧)의 벽(壁)이랄까? 아래를 보면 세 치 두께의 흰 안개가 흐르고, 위를 보면 설벽(雪壁) 같은 안개의 벽을 볼 수 있다. 일대기경(一大奇景)! 그리고 한 인간(人間)이 있었다. 끼이이익- 끼익-! 안개를 뚫고 쾌속선(快速船)이 나아가고 있었다. 허름한 옷차림, 풀어헤친 머리카락, 인간의 정서라고는 조금도 엿보이지 않는 무정한 눈빛. 그는 그 어떤 곳에도 머물지 않는 낭인(浪人)으로 보였다. 배는 점점 빨리 움직였다. 한데, 놀랍게도 반구형의 공간이 배와 같은 속도로 이동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 괴인의 모공(毛孔)에서 흘러 나오는 무형반탄강기(無形返彈 氣)의 힘이 안개를 멀리 물리치고 있는 것이었다. 배는 깊은 안개를 파괴하며 섬조(閃鳥)처럼 움직였다. 얼마를 갔을까? 안개 속의 공간 언저리에 와 닿는 섬(島)이 있었다. 가파른 암벽(岩壁)을 가진 바위섬! 섬은 완연한 용형(龍形)을 하고 있었다. <용형마도(龍形魔島)> 아, 이 곳이 바로 전설의 금지(禁地) 용형마도란 말인가? 마마문(魔魔門)이 세워졌던 곳, 천하(天下)에 피(血)의 저주(咀呪)를 내리다가 스러진 곳. 한바탕의 혈화(血花)와 더불어 스러졌던 마의 성역(聖域) 용형마도가 다시 사람을 받아들이다니? 끼익-! 배는 천천히 암벽에 가 닿았다.
<무해검마전> <맛보기> * 序章 〈一〉 풍운(風雲)의 시작 호북성(湖北省) 깊숙한 곳, 안개와 구름에 잠겨 있는 영봉(靈峰) 하나가 있었다. 골짜기는 청유(淸幽)했고, 삼림(森林)이 울울창창하여 대낮이라 해도 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저녁 무렵. 늦가을 한풍(寒風)이 오싹하게 여겨질 무렵이었다. "이 곳이 바로 구궁산(九宮山)인가?" 중얼거리는 소리와 함께 유곡(幽谷) 안으로 들어서는 흑삼문사(黑衫文士) 하나가 있었다. 몸가짐이 조용하고 신색이 청수한 흑삼인의 나이는 마흔 전후로 여겨졌다. 백지(白紙)같이 창백한 얼굴에 가을 호수같이 맑은 눈빛을 지닌 흑의인의 등에는 세 자 길이 고검(古劍) 하나가 비끄러매어져 있었다. 신기한 것은 그의 몸놀림이었다. 그는 유유자적 걷는 듯 보였으나, 그 속도는 연기가 흐른다 여길 정도로 쾌속(快速)하지 않은가? 유성(流星)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듯한 몸놀림이었다. 흑의문사의 얼굴은 부드러운 가운데 침범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렸으며, 옷자락을 바람에 날리며 움직이는 자세는 한 마리 흑룡(黑龍)같이 늠름해 보였다. 하나 그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늘이 있었다. 그리고 미간(眉間)에 서려 있는 푸른 기운(氣運)은 예사로이 볼 것이 아니었다. 휙-! 흑삼문사의 신형이 갈수록 빨라졌다. 축지성촌(縮地成寸)을 능가하는 육지비행술. 어찌나 빨리 움직이는지 검은 연기가 흐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돌연 숲이 사라지고 삼면이 곧 무너질 듯 위태로운 석벽으로 이루어진 석곡이 나타났다. "뼈를 묻기에는 더없이 좋은 장소군." 담백(淡白)한 가운데 초연(超然)한 기질을 갖고 있는 흑삼문사는 빠른 신법을 펼치다가 석곡 입구에 이르러 일단 걸음을 멈추었다. 부러진 칼날처럼 솟아오른 바위들, 그 사이를 스물거리며 흘러다니는 귀기(鬼氣) 어린 안개. 석곡의 입구는 지옥도(地獄圖)와 다를 바 없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일대의 공기가 흑삼문사가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급격히 냉각되었다. 살기(殺氣)! 극심한 살기로 인해 일대에 무서리가 내릴 정도였다. 흑삼문사의 눈빛이 푸른빛 전광으로 타올랐다가 이내 예의 담담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풍운벽쇄진(風雲壁鎖陣)이라… 이 정도면 완벽하군.' 풍운벽쇄진. 제갈무후의 팔진도를 능가하는 완벽한 포진술이다. 건곤(乾坤)을 가두고 풍운을 잠재운다는 희대의 절진. 그것이 펼쳐지기 위해서는 절정의 고수 이백이 필요하다.
<무벌> 무벌천하(武閥天下). 무벌, 그의 이름을 떠올리지 마라. 지난 백 년간 어둠을 지배한 마의 통치자 무벌. 누가 무벌천하에 도전할 것인가.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던 날, 송조(宋朝)의 하늘을 떠받들던 검씨세가가 무너졌다. 검마린, 운명은 그를 버렸고 그는 운명을 버렸다. 의천(義天)의 골치덩어리로 전락한 검마린, 비검의 하늘이 열리는 날 하늘이 세 번 핏빛으로 물든 후 천하를 뒤덮은 마의 그물을 찢으며 신룡으로 날아오르리라. <맛보기> * 무벌(武閥) 무벌(武閥)! 그것은 하나의 완전한 집단이다. 무력으로 일어난 군마효웅(群魔梟雄)들이 지하에서 이룩한 결사조직이 바로 무벌이다. 천하제일뇌(天下第一腦)를 군사(軍師)로 거느리고 있고, 절정고수를 친위세력으로 두고 있으며, 사해팔황(四海八荒)에 마수(魔手)가 닿는 가공할 정보망으로 구축된 무적의 집단! 대풍운(大風雲) 뒤에서 실리를 취하고, 시산혈해(屍山血海) 속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가공 전율할 단체. 십대무벌(十大武閥). 단 한 번의 도전도 허락하지 않았고, 단 한 번의 실패도 경험하지 않은 무림사상 가장 완벽한 집단. 겹겹이 세워진 위성방파(衛星 派)로 마각(馬脚)을 숨기고, 악마의 촉수로 강호계의 모든 것을 탐지해 내는 지하제일의 세력! 무벌! 그들은 피(血)로 일어났다. "우리들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 죽음으로 보복당할 테니까!" 무벌은 그런 율법으로 백 년을 지배했다. 철저한 피의 율법(律法)은 백 개 성상이 지나도록 한 번도 어겨지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그리고… 풍운(風雲)은 피의 장막 뒤에서 잉태되고, 강호(江湖)의 길은 음모와 복수와 쾌락이 누비는 가운데 하나의 신화를 싹틔웠다. 비검영(秘劍營). 그것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비검영은 무림사상 가장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집단으로, 무벌의 하늘에 도전하는 전무후무한 정사연맹(正邪聯盟)이다. 그들은 지금 어떤 하늘, 어떤 광야(曠野)를 떠돌고 있는가? 새벽을 잃은 흑야(黑夜)의 하늘과, 봄을 빼앗긴 겨울날의 광야를……! "좋소! 꼭 검(劍)이란 흉물(兇物)을 쥐어야 하는 것이 나란 놈의 숙명(宿命)이라면 거부하지는 않으리다, 나으리들! 하지만 나란 놈에게 검을 쥐어 준 이상, 후회해야 할 것이외다." 천하최강의 조직, 무벌(武閥). 지하에서 꿈틀거리는 비검영(秘劍營). 풍운의 세월은 그렇게 기록되고 있다. 그리고… 정복자들과 반골(叛骨)들의 기록은 이제 시작된다. * 내게 운명(運命)은 없다!
돌아섰나 싶은 순간 이미 루드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매서운 빛을 뿜으며 시선을 잡아챘다. 그의 시선에 화인이 찍힌 듯 뜨거운 열기가 밀려들어 차라리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거미줄에 걸려 다가오는 거미를 마주한 곤충처럼 성큼 다가오는 공포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스스로 생각도 행동도 할 필요가 없어. 오직 내가 생각하라 명한 것, 내가 행동하라 허락한 것만을 할 수 있다. 그게 그늘의 존재 이유다.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이 아름다운 육신도 다 내 것이란 말이지. 여기에 너의 것은 없다. 내가 만지면 만져지고, 내가 안으면 안기는 존재, 그게 너다.” 리아의 목으로 얼굴을 내린 루드가 혀로 팔딱팔딱 뛰는 리아의 맥을 지그시 쓸어내리며 압박했다. 언제든 내 날카로운 이빨이 너를 꿰뚫고 망가트릴 수 있다는 듯. “마, 말도 안 돼요.” 온몸을 집어삼킨 공포에 반항의 의지조차 꺾여버린 리아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었다. “아직 가르칠 것이 많군. 이 밤 내내 똑똑히 알려주지. 네 존재 이유를.”
백병지왕(百兵之王) 검(劍) 검이란 강호무림(江湖武林)의 상징이며, 무사들은 검 아래 고혼(孤魂)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철검무정(鐵劍無情) 강호의 율법(律法)이고, 천하 모든 무사들에게는 목숨보다도 귀중한 가치(價値)이다. 검을 쥔 자는 무정해야 한다. 무정하지 못한다면 상대의 검이 나의 목을 잘라버릴 테니까! 여기, 하나의 검(劍)이 있다. 아니, 그것은 아직 하나의 검이 되지 못한 물건이었다. 아니, 그것은 검(劍)이 되고 싶지 않은 검(劍)이었다. 뜨겁고 비릿한 선혈(鮮血)을 바르고 싶지 않았기에… 검은 검이 되고 싶지 않았고, 세월(歲月)은, 그리고 빌어먹을 운명(運命)은 그것을 검으로 만들고 말았다. 이제 시작이 된다. 검이 되고 싶지 않았던 검의 이야기가!
<맛보기> 第1章 황금(黃金)의 힘(力) ① <대륙상가(大陸商家)에 대한 보고(報告). 본문(本門)이 천하의 패권(覇權)을 장악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대륙상가를 장악하는 일입니다. 그들이 어떤 세력(勢力)을 돕느냐에 따라 천하무림의 형세는 단숨에 달라질 판국인바, 다행스럽게 그들은 지금까지 어떤 문파와도 제휴하지 않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금이 대륙상가를 접수하기 위한 가장 호기(好期)라고 생각하는바, 그 이유는... 대륙상가의 현 후계자(後繼者)가 천하에 다시없는 백치(白痴)에다 팔불출(八不出)이기 때문입니다. 대륙상가에서는 자신들의 후계자가 백치라는 것이 알려질 때 세상에 수치가 된다 여겨 그를 철저하게 가둬 놓은 채 기르고 있습니다. 그 후계자의 이름은 악안령(岳雁嶺)! 대륙상가를 접수하기 위해서는 그 백치 후계자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사료되는 바입니다. 또한 그를 구워삶아야만 천하인들에게 명분(名分)이 생길 것으로 믿습니다. 지금 그 후계자에 대한 접근은 이미 시작되었고, 머지않아 대종사(大宗師)님께 대륙상가가 접수되었다는 희소식이 날아들 것으로 확신합니다. 검은 바람 제오호(第五號) 보고 끝.>
악양(岳陽). 고도(古都)이며 또한 상도(商都)이다. 사통팔달(四通八達)한 거리를 가득 메우는 표차( 車)들이며, 포구(浦口)에 닿고 떠나는 범선들이 악양성의 구월(九月)을 장식하고 있다. 악양은 다면적(多面的)인 도시이다. 새벽에 환우( 宇)에서 가장 번잡히 깨어나는 상업도시. 아침이 되면 삼산오악(三山五嶽)에서 몰려든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이 악양루(岳陽樓)에 올라 두보(杜甫)의 시를 되뇌이는 예향(藝鄕)이 된다. 그래서 당대의 시인인 두보가 이렇게 읊었다던가? 석문동정수(昔聞洞庭水) 금상악양루(今上岳陽樓) 오초동남탁(吳楚東南托) 건곤일야부(乾坤日夜浮) 친붕무일자(親朋無一字) 노거유고주(老去有孤舟) 융마관산북(戎馬關山北) 빙헌체사류(憑軒涕泗流) 예전부터 동정호의 장대함은 익히 들었으나, 이제서야 악양루에 올랐노라. 오나라와 초나라는 동쪽 남쪽으로 갈라졌고, 천지만물이 그 속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친구에게는 편지 한 장 없고, 늙고 병든 몸이 의지할 것은 배 한 척뿐……. 지금도 산 너머 고향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누각 난간에 기대어 하염없이 눈물 흘릴 뿐…….
刀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순수한 鐵과 뜨거운 땀이다. 그리고 武士들의 비릿하 고 끈적거리는 鮮血이다. 刀는 이미 도가 아니다. 도는 정신이다. 도를 이룩하는 것은 무사의 길이고, 또한 匠人의 길이 다. 그 길은 너무나도 멀고 고독한 험로이다. 그 길에 오른 자는 많다. 그러나 그 길의 끝에 도달한 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다. 또한 그 길의 끝에 도달한 자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으 며, 그것에 대해 알고자 하는 자는 그 멀고도 험한 길 을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누가 가르쳐 준다고 해서 터득되어지지 않는 무사의 길! 그 길이 바로 도의 길이기도 하다. 애절령―! 그는 끝없이 그 길을 걷고자 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 는 도의 行路를......! 애써 英雄이 되고자 하지 않았던 고독하고 수줍은 이 십 세의 청년! 그는 늘 타인을 떠나 보내고 혼자가 되는 숙명의 孤獨 兒였다. 그가 그리도 추종하던 거장의 길, 그 길이 가져다 준 아픔과 기연, 그리고 그를 목메어 기다리며 눈물 짓는 여인, 또한 그의 주위에서 지력을 펼쳐 가는 群花 들....... 또 있다. 한 마리의 覇龍이 되고자 발버둥치는 메마르고 고독한 철혈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