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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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 속은 아늑한가요

“네가 내 동생이구나. 박서아.” 그는 내 앞으로 바짝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특유의 비릿한 입꼬리를 쳐올렸다. “반가워. 난 네 오빠.”  “하…… 설마.” “서하진.” 이……! 이…… 쓰레기……! 허공에 내민 손을 보는 내 동공은, 초점을 잃고 방황하기에 이르렀다. 날 마주하는 이 순수한 낯빛이 무섭고 기민한 그의 태연함이 무섭다. “입 닫고 잘 들어, 서아야. 확실하게 말해 두는데.” 그가 한 뼘 거리로 내게 밀착해 왔다. 점점 거칠어진 숨을 섞은 낮은 음성이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네 아버지를 내 호적에서 먼저 파고. 그때 까불어. 너와 나, 아주 상관없는 사이가 됐을 때. 응?” 더 없이 위험한 분위기는 풍기는 남자. “그런데…… 서아야.” 그에게서 물러나려 몸을 비틀었지만, 어깨를 잡힌 강한 힘에 조금의 반항도 할 수가 없다. “오빠가 처음인 줄은 몰랐네.” 그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결국 새장 속으로 날아들고 말았다.  <새장 속은 아늑한가요>

덫

“괜찮아요.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니까. 자 그럼, 긴장 풀고 이제 시작해 볼까요?”“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쉬, 괜찮아요.”스미듯 나긋한 배려 깊은 음성에 마침내 홀린 듯 거짓말처럼 입술을 달싹였다.“그러니까, 당신은 도…….” “도예성이라고 합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정해진 설다예 씨의 운명.”눈앞에 나타난 다정하고 젠틀한 남자 도예성과,“자격도 없으면서, 당신같이 허황한 꿈만 좇는 사람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겁니다”“네가 그렇게 추구하는 운명, 이상, 허황 따위와 한번 잘 해봐. 정혼자?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그런가, 그래 아주 잘 어울려.”“닮았어. 천박한 점이.” 나에 대한 환멸을 드러내며 치를 떠는 남자, 안재이. 부러 어깨에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온몸에서 풍기는 차가움과 거만함. 위압감이 공존했다.***“진짜 믿은 건지. 믿고 싶었던 건지. 겨우 그런 새끼 장난질에 넘어가 정혼자라고 놀아나는 꼴이라니.”거꾸로 재생되는 기억. 어그러지는 기억. 소름 끼치는 정적이 날 덮쳐오며 본능적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이건 주위의 정적이 아니었다. 머릿속이 암전 된 거였다. “나랑도 난잡하게 붙어먹을 건가. 호텔, 집, 사무실까지. 내가 네 진짜 정혼자니까.”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덫에 걸린 건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