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씨 가문의 외동딸, 초영과 이씨 가문의 차남, 원은 정혼한 사이였다. 윤씨 가문은 데릴사위를 들이기 위해, 이씨 가문은 첩의 소생을 치우기 위해 맺어진 정혼이었으나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았다. 하지만 갑갑한 집안으로부터 원이 도망치면서 혼인이 미뤄지고, 두 사람은 5년 뒤 재회하게 되는데……. 초영에게 더 좋은 남편이 필요하다고 믿는 원과 원을 믿을 수 있는 정인이라고 여기는 초영. 그리고 윤씨 가문이 보낸 허혼서를 원이 아닌 다른 사람이 받으면서 모든 갈등이 시작된다. * * * “나한테 와요.” 일그러지고 부서져 망가진 그녀의 인생만큼 이원의 삶도 엉망진창임을 확인했으니, 이제야 저울이 수평을 이루는 것 같았다. “반쪽 인생이 서럽지만 뭐 어때요. 우리끼리 같이 어울리면, 혼자가 아니면 완연히 둥근 척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녀의 얼굴은 점점 빨개졌고, 말들은 수습되지 않았다. 그래서 초영은 생애 처음으로 떼를 쓰기 시작했다. “내게 붙어요. 나랑 가족 해요. 나랑 동맹 맺어요. 서로가 서로의 위안이 되고, 보살펴 주고 그리 살아요. 내가 잘해 줄게요. 한 번도 다른 데 안 보고, 한 번도 배신 안 할게요. 나랑 살아요. 응?” 무예를 익힌 이원의 힘이라면 초영을 쉽게 떼어 낼 수 있다마는, 그는 제게 달라붙은 초영을 떼어 내질 못하고 있었다. 곤란하다고 중얼거리는 이원의 귀와 목이 그의 얼굴만큼이나 새빨갰다. “……그래. 그러자.” 어쩔 수 없다는 듯 이원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너 다 커서도 갈 데 없거든, 나랑 혼인하자. 날 네 신랑 삼아라.”
황태자의 아이를 임신하는 레오니에게 빙의했다! ‘지금이 언제지? 소설의 어느 부분이지?’ 대학생으로서의 자신의 기억과 베이지색 머리에 분홍색 눈을 한 후작 영애 레오니로서의 기억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복잡하게 뒤엉켰다. 그래도 그녀는 대충 자신이 지금 삶의 어느 부분쯤에, 소설의 어느 부분쯤에 와 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이런 젠장!’ 틀림없었다. ‘그날’이다. 나, 레오니 디나 바스티안이 피의 황제가 될 ‘피의 광시곡’의 남주인공 라율을 임신한 그날! ‘레오니는 이 일로 황후에 오르지만, 역할을 제대로 못해서 아이를 돌볼 권한도 뺏겨 버리지. 그리고 레오니가 암살당하는 것을 기점으로 어린 황자의 정신은 그대로 망가져서…….’ 이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행복이라고는 한 조각도 없는 미래가 깔려 있는데 그 길로 갈 필요가 없다. 아직 착상조차 하지 않았을 미래의 아이가 그녀의 심장을 자극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저 사람이랑 혼인하지 않으면 돼. 그러면 내 인생이 불운해질 이유도 없고, 내 아이도 그토록 끔찍한 어린 시절을 보낸 끝에 피의 황제라고 불리게 되지 않아도 된다고!’ 빠르게 머리를 굴린 레오니가 선언했다.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해 주시죠, 황태자 전하.” 레오니는 황태자에게서 도망친다. 하지만……. “내게서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 레오니 디나 바스티안, 넌 내게서 도망가지 못해. 절대로.”
[2024 지상최대 웹소설 공모전 로맨스 우수상] 앙숙 관계와 가진 하룻밤이, 시아의 인생을 뒤흔든다.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게, 이시아 씨 의견입니까?”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릴 정도의 적막. 그녀는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이다가 닫았다. 어째서인지 대답이 힘들었다. “나중에 이야기 할까요?” 부드러운, 달래는 듯한 목소리였다. 차윤성이라는 사람에게서 들을 리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달콤한. 그래서 더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하마터면 저 목소리에 넘어갈 뻔했다. "확실하니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그러니까 꺼져요!" 차윤성이라는 인간은 나와 안 맞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