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해준. 나, 네 약혼녀가 탐나.” 최성준은 이복동생의 약혼녀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권인영이라는, 어딘가 한 곳이 나사 빠진 것처럼 이상한데도 사람을 홀리는 묘한 매력이 있는 그 여자는 최해준 따위와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다. *** “난 내 것을 공유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네 것?” 성준의 대답에 인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유리잔은 전과 달리 조금 큰 소리를 내며 테이블에 닿았다. 성준을 응시하는 인영의 표정 역시도 그리 밝지만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이제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우리의 관계에서 네 것으로 정의되는 게 뭐가 있지? 난 너한테 그런 걸 준 적이 없는데.” 인영은 전과 달리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감히 자신에게 ‘내 것’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성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설마 나의 특별한 관계라는 범주를 네가 독차지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이왕이면 그랬으면 좋겠는데?” “미안하지만 난 그럴 생각이 없어, 최성준.” 인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한 마디로 꿈 깨라는 소리야. 넘볼 걸 넘봐야지.” 인영에게 홀린 것처럼 입을 조금 벌린 채로 그녀를 바라보던 성준은 인영이 입을 다물고 나서야 바보 같은 표정을 지워낼 수 있었다. 일순간 바뀌는 그의 표정에 인영은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었다.
바람피운 약혼남과의 파혼을 결심한 날. 해수는 10년 동안 짝사랑했던 선배, 현욱과 운명적인 재회를 하게 된다. 협업을 통해 현욱과 가까워진 해수는, 어느 날 계약 연애를 하자는 그의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게 되는데……. “왜 하필이면 그 대상이 나예요?” “내가 너한테 관심이 있으니까.” 속을 알 수 없는 능글맞은 그의 말에 해수는 망설였지만, 자꾸만 들러붙는 전 약혼남의 행태를 두고 볼 수 없어 결국 제안을 받아들인다. “딱 3개월만. 3개월만 만나보기로 해요.” 그렇게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시작되고, 처음과 달리 현욱은 해수를 향한 마음을 거침없이 드러내기 시작하는데……. “위험할 거라고 했잖아.” 점점 더 대담해지는 유혹의 강도. “싫다면 피해도 돼.” 은밀하면서도 저돌적인 그로 인해 열락의 밤을 보내게 된 두 사람. 이후 그들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는데.
가온 그룹이 부도 위기에 처하자 혜성 그룹에서 제대로 된 며느리 취급도 받지 못하던 하림은 자존심을 지키고자 남편인 수혁과의 이혼을 선택한다. 그러나 수혁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고, 예상치 못한 임신 소식에 오히려 아이가 하림을 잡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신혼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하림의 말에 수혁은 자신을 이용하라는 달콤한 제안을 하는데…. *** “당신은 내 아내고, 당신의 뱃속엔 내 피를 이어받은 아이까지 있어. 그래도 우리가 그냥 계약 관계야?” “… 취했어, 수혁 씨.” “가온을 살리고 싶으면 내 말부터 들어, 장하림. 내가 누구야?” 윽박지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안 그래도 머리가 아픈 와중에 더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던지 하림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뒤로 뺐다. 그러자 수혁은 눈을 부릅뜬 채로 한 글자씩 악센트를 주며 다시 한번 물었다. “내가 누구냐고.” “오늘 정말 왜 그래.” “가온 일이라면 날 이용하라고 했잖아. 그런데도 당신 앞에 서있는 내가 아니라 다른 곳에 신경 쓰는 이유가 뭐야?” “나중에 얘기하자, 수혁 씨. 나 오늘 너무 힘들어. 좀 쉬고 싶어.” 하림이 대화를 피하자 수혁은 ‘허-’ 하는 탄식 섞인 소리를 내고는 허리를 숙여 그녀와 눈을 맞췄다. 새빨갛게 충혈된 눈을 보고 있자니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에 차올랐다. “내가 당신 남편이라는 걸 인정하는 게 그렇게 싫어?” 계속되는 실랑이에 지쳤던지 하림은 말없이 수혁을 노려보았다. 그래봐야 차가운 눈빛이었으나 그제야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는 검은 눈동자가 마음에 들었던지 그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기억해, 장하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윽고 수혁의 입술이 하림의 붉은 입술을 집어삼켰다.
가온 그룹이 부도 위기에 처하자 혜성 그룹에서 제대로 된 며느리 취급도 받지 못하던 하림은 자존심을 지키고자 남편인 수혁과의 이혼을 선택한다. 그러나 수혁은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고, 예상치 못한 임신 소식에 오히려 아이가 하림을 잡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신혼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하림의 말에 수혁은 자신을 이용하라는 달콤한 제안을 하는데…. *** “당신은 내 아내고, 당신의 뱃속엔 내 피를 이어받은 아이까지 있어. 그래도 우리가 그냥 계약 관계야?” “… 취했어, 수혁 씨.” “가온을 살리고 싶으면 내 말부터 들어, 장하림. 내가 누구야?” 윽박지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안 그래도 머리가 아픈 와중에 더 말을 섞고 싶지도 않았던지 하림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뒤로 뺐다. 그러자 수혁은 눈을 부릅뜬 채로 한 글자씩 악센트를 주며 다시 한번 물었다. “내가 누구냐고.” “오늘 정말 왜 그래.” “가온 일이라면 날 이용하라고 했잖아. 그런데도 당신 앞에 서있는 내가 아니라 다른 곳에 신경 쓰는 이유가 뭐야?” “나중에 얘기하자, 수혁 씨. 나 오늘 너무 힘들어. 좀 쉬고 싶어.” 하림이 대화를 피하자 수혁은 ‘허-’ 하는 탄식 섞인 소리를 내고는 허리를 숙여 그녀와 눈을 맞췄다. 새빨갛게 충혈된 눈을 보고 있자니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지 않는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싶다는 욕망에 차올랐다. “내가 당신 남편이라는 걸 인정하는 게 그렇게 싫어?” 계속되는 실랑이에 지쳤던지 하림은 말없이 수혁을 노려보았다. 그래봐야 차가운 눈빛이었으나 그제야 자신을 제대로 쳐다보는 검은 눈동자가 마음에 들었던지 그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기억해, 장하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윽고 수혁의 입술이 하림의 붉은 입술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