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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평점
깊고 진한

권력과 부의 중심, 태강그룹 일가의 고택 휘영헌. 12년 전, 약혼이 오갔던 그녀와 재회했다. 그러나 지금은 후계 구도를 다투는 사촌 형을 모시는 비서가 되어, 그의 여자라는 꼬리표를 붙인 채. 어이가 없어 조소가 흘렀다. 의도야 뻔했다. “내가 너한테 개처럼 욕정하는 꼴을 보여야.” 어부지리로 네 상사가 회장의 총애를 얻는, 뭐 그런 종류의. “그러니까 해 봐, 유혹.” 모욕이라도 당했다는 듯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왜요, 혹시 압니까?” 한때는 짝사랑의 열병에 들끓게 하던 여자. 그러나 지금은 날 함정에 빠뜨리려 나타난 아름다운 미끼. 여전히 아름다워 문제인 그 미끼. “제법 감동적이면 너한테 넘어가 줄지도 모르잖아요.”

완벽한 거짓말은 없다

비슷한 집안. 사업적 관계. 무난한 성격 차. 그와의 약혼은 완벽했다. 나 혼자 그를 좋아한다는 것만 빼면. 남편을 짝사랑하는 아내라니……. 그런 결혼은 자신이 없었다. 그와 파혼하기 위해 거짓말했다. 거짓말은 충격적일수록 좋았다. . . . 다시 재회한 여름. 그의 입술이 웃었다. 꼭 거짓말을 알고 있는 것처럼. “흥미 있잖아. 누가 날 좋아한다는데.” 순간 흔들린 눈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사람 병신 만들어 재미 봤으면, 값을 해.” 나와 다시 만나기 위해 그가 거짓말했다. 거짓말은 충격적일수록 좋았다.

리피트 싸인

서로에게 첫사랑이었던 시작. 그러나 돈이 필요했던 여자는 돈이 없던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8년 후. 여전히 돈이 필요한 여자에게 가진 건 돈밖에 없는 남자가 다시 나타났다. * * * “그냥 가시죠. 이혼녀랑 엮였다는 소문 듣고 싶지 않으면.” “내가 너에게 관심 가질 거라 아무도 생각 안 해.” “권준경, 원하는 게 있다면 솔직히 말해. 구차하게 이러지 말고.”  구차함. 네게 버림받던 순간이 다시 가슴을 찔렀다. 넌 가난하니까. 보잘것없는 집안에. 비수 같은 말을 쏟아내던 네 입술을 거칠게 헤집고 숨결을 취했다. 차라리 밀어내고 욕을 하지. 죄책감에 무너져 떨고 있는 너를 감싸안자 첫사랑이던 그때로 돌아간 것만 같다. “…고작, 이러려고.” 8년을 지옥에서 견뎠나. 그럼에도 그 8년을 여덟 번이라도 또 견딜 것 같은 나는, …그래, 등신인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