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 다시는 도망가지 않겠다고.” 맨살 위로 내려앉은 태혁의 입술이 으르듯 사납게 경고했다. 그 거친 행동에서 지아는 아이러니하게도 애절함을 느꼈다. 레이크 포레스트의 상무 온태혁, 그의 비서이기에 안다. 지금 그가 품으려는 게 ‘채지아’가 아니라는 걸. 그때, 묻어두었던 지아의 감정이 속살대며 유혹했다. 모른 척, 이 순간만이라도 그를 가지라고. “남김없이 널 먹어 치울 거야.” 잔인하고 달콤한 그의 목소리가 다시 귓가를 울리자, 지아는 눈을 감아 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오늘 사표를 낸다. 자신과 배 속의 아기를 지키기 위해.
“내가 이래서 네 몸을 좋아해. 최소한 거짓말은 안 하거든.” 거칠게 파고드는 무혁 앞에서 연우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미 자신의 몸은 그에게 철저히 길들여져 버렸으니까. “흐윽…… 제 존재는 부사장님께 약점만 될 뿐이에요.” “그래서 그놈과 붙어 있었어? 날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비록 몸부터 시작한 관계였다 해도, 대외적으론 그의 아내가 아닌 비서라 해도, 이 결혼을 이어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걸 보고도 가만히 있는 머저리이길 바랐나 봐, 내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넌 그 애에게 그저 장난감일 뿐이야. 유효기간은 길어야 1년?」 이 임신은 절대로 거짓이어야 한다.
“이혼할 수 없다면, 사별은 어떠세요?” 집안끼리의 정략결혼 따위, 애초에 한준혁의 관심 밖이었다. “……뭐라고?” “이혼보다는 깔끔할 테니까요.” 미친개라 불리는 자신보다 더 정신 나간 여자, 윤서하를 만나기 전까진. “저와 결혼해 주실래요? 이력에 흠이 남지 않도록 제가 죽어 드릴게요.” 양부모의 이미지 메이킹에 소비된 삶. 잃어버린 눈을 되찾기 위해 서하는 이 결혼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한 번 빠져나온 감옥이라면, 두 번이라고 못 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미처 몰랐다. 한준혁은 물어뜯은 먹잇감을 절대 놓지 않는 남자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