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왔다.이에 여자가 바위라도 된 듯 얼어붙자, 아슬아슬하게 다가온 남자는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한데 생각해 보니, 내가 하나하나 일러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구나.”“소인은… 전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탕실에는 붉고 검은빛만이 가득했다.피어오르는 부연 증기는 맞닿은 피부를 진득하게 만들었다.눈앞이 아찔했다.그때, 륜이 갈피를 잃은 여자를 향해 거칠어진 목소리로 속삭였다.“이곳을 나가려거든 간청해 보아라.”“전하, 소인은…”“목간이 아니라 네 처소에서 안기고 싶다고.”륜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가면을 벗어던진 남자는 매서운 기세로 비연을 몰아세웠다.“내 그 정도 청은 들어줄 것이다. 감히 나를 배신하고 도주했던 너일지라도.”***소리 없이 떠났던 여인은 그의 목숨을 거두고자 궐로 돌아왔다.비록 서로가 십 년 동안 잊지 못한 연모였을지라도.
사내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왔다.이에 여자가 바위라도 된 듯 얼어붙자, 아슬아슬하게 다가온 남자는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한데 생각해 보니, 내가 하나하나 일러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구나.”“소인은… 전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탕실에는 붉고 검은빛만이 가득했다.피어오르는 부연 증기는 맞닿은 피부를 진득하게 만들었다.눈앞이 아찔했다.그때, 륜이 갈피를 잃은 여자를 향해 거칠어진 목소리로 속삭였다.“이곳을 나가려거든 간청해 보아라.”“전하, 소인은…”“목간이 아니라 네 처소에서 안기고 싶다고.”륜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가면을 벗어던진 남자는 매서운 기세로 비연을 몰아세웠다.“내 그 정도 청은 들어줄 것이다. 감히 나를 배신하고 도주했던 너일지라도.”***소리 없이 떠났던 여인은 그의 목숨을 거두고자 궐로 돌아왔다.비록 서로가 십 년 동안 잊지 못한 연모였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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