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십시오.” 연갈색 동공이 가냘프게 요동치자 그가 눈을 치뜨며 냉정하게 쏘아붙였다. “그대 뜻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 “예?” “내가 당신을 다시 만나기로 했으니까.” *** 마당을 가로지르는 강원의 걸음이 어쩐지 초조했다. 사내가 여인이 된다니 그 무슨 허무맹랑한 소린가. 별채에서 본 여자는 달빛 그 자체였거늘. 하얗게 발하는 아름다움에 하늘의 달조차 빛을 잃을 정도로. 허나 너무도 기묘했다. 그 별빛 같은 여인에게 계속 작은 도령이 겹쳐졌다. 분명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결코 흘려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 여인과 가까워져야 했다. 하지만 파혼하고 싶어하겠지. 여인이든 사내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는. 어느새 강원의 눈은 더욱 첨예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없이 반듯했던 눈은 더없이 냉정해졌다. 이는 곧 말로써 터져 나왔다. “아버님, 소자 혼인하겠습니다.” “뭐?” “혼인하겠습니다. 병조판서의 여식과.”
사내의 고개가 천천히 내려왔다.이에 여자가 바위라도 된 듯 얼어붙자, 아슬아슬하게 다가온 남자는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한데 생각해 보니, 내가 하나하나 일러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구나.”“소인은… 전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탕실에는 붉고 검은빛만이 가득했다.피어오르는 부연 증기는 맞닿은 피부를 진득하게 만들었다.눈앞이 아찔했다.그때, 륜이 갈피를 잃은 여자를 향해 거칠어진 목소리로 속삭였다.“이곳을 나가려거든 간청해 보아라.”“전하, 소인은…”“목간이 아니라 네 처소에서 안기고 싶다고.”륜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가면을 벗어던진 남자는 매서운 기세로 비연을 몰아세웠다.“내 그 정도 청은 들어줄 것이다. 감히 나를 배신하고 도주했던 너일지라도.”***소리 없이 떠났던 여인은 그의 목숨을 거두고자 궐로 돌아왔다.비록 서로가 십 년 동안 잊지 못한 연모였을지라도.
“미안하지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십시오.”연갈색 동공이 가냘프게 요동치자 그가 눈을 치뜨며 냉정하게 쏘아붙였다.“그대 뜻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예?”“내가 당신을 다시 만나기로 했으니까.”***마당을 가로지르는 강원의 걸음이 어쩐지 초조했다.사내가 여인이 된다니 그 무슨 허무맹랑한 소린가. 별채에서 본 여자는 달빛 그 자체였거늘.하얗게 발하는 아름다움에 하늘의 달조차 빛을 잃을 정도로.허나 너무도 기묘했다. 그 별빛 같은 여인에게 계속 작은 도령이 겹쳐졌다.분명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결코 흘려 넘길 수 없을 정도로.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 여인과 가까워져야 했다.하지만 파혼하고 싶어하겠지. 여인이든 사내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는.어느새 강원의 눈은 더욱 첨예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없이 반듯했던 눈은 더없이 냉정해졌다.이는 곧 말로써 터져 나왔다.“아버님, 소자 혼인하겠습니다.”“뭐?”“혼인하겠습니다. 병조판서의 여식과.”
“미안하지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마십시오.”연갈색 동공이 가냘프게 요동치자 그가 눈을 치뜨며 냉정하게 쏘아붙였다.“그대 뜻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을 테니.”“예?”“내가 당신을 다시 만나기로 했으니까.”***마당을 가로지르는 강원의 걸음이 어쩐지 초조했다.사내가 여인이 된다니 그 무슨 허무맹랑한 소린가. 별채에서 본 여자는 달빛 그 자체였거늘.하얗게 발하는 아름다움에 하늘의 달조차 빛을 잃을 정도로.허나 너무도 기묘했다. 그 별빛 같은 여인에게 계속 작은 도령이 겹쳐졌다.분명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결코 흘려 넘길 수 없을 정도로.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무조건 그 여인과 가까워져야 했다.하지만 파혼하고 싶어하겠지. 여인이든 사내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녀는.어느새 강원의 눈은 더욱 첨예하게 빛나고 있었다. 한없이 반듯했던 눈은 더없이 냉정해졌다.이는 곧 말로써 터져 나왔다.“아버님, 소자 혼인하겠습니다.”“뭐?”“혼인하겠습니다. 병조판서의 여식과.”
구미호인 설은 구미호족을 소탕하려는 인간을 피해 산속으로 도망친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이제는 왕이 되어 버린 이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죽어 가고 있는 그의 모습에, 오로지 살리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제 여우 구슬을 건네 주고 도망치려 했으나……. “작별이라. 내 언제 너를 보내 주겠다고 하였느냐.” 모든 기억을 잃었음에도 윤은 그녀에게서 죽은 세자빈을 떠올리며 보호라는 명목 아래 제 궁에 가두고 만다. 결국 비밀을 지키고자 탈출을 감행한 그녀였지만 곧바로 윤에게 들켜 그의 분노를 사고, 윤은 설에게 집착하는 스스로의 행동에 혼란스럽기만 한데……. “내 곁에서 누군가 또 사라진다면……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가지 마…… 그게 나의 유일한 소원이야……." "설아……."
“오늘따라 이상하군, 릴리아나.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고달픈 삶을 버티다 못해 뇌출혈로 죽어버린 나. 그런데 천국행 열차를 타기도 전에 웬 별천지가 펼쳐져 버렸다. 화려한 대리석 기둥, 널린 황금, 붉은 벨벳. 거기다 검은 머리에 잿빛 눈동자를 하고, 흐트러진 옷을 추어올리며 다가오는 남자라니? 오예! 설마 이거 그 유명한 소설 여주 빙의물인가요? 이제 누가 봐도 남주인 저 남자랑 알콩달콩 백년해로하면 되는 건가? 그런데…. “카를로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그것도 나한테 선물해 준 침실에서 다른 여자랑!” “소문대로군. 황태자의 정부.” 아? 설마 그 ‘다른 여자’가 저인가요? 그리고 제가 그 ‘정부’인가요? 그런데 당신. 당신은 누구신데 그 아름다운 얼굴로 제 앞을 막아서시는 거죠? 하필이면 악녀 정부 캐릭터에나 충실하자고 마음먹은 이때에? “네가 카를로스를 버렸으면 좋겠어.” “그놈이 네게 선물을 주더군. 그게 뭐였지? 설마 반지?” “둘 다 거절해. 나 너 놔주겠다고 한 적 없어.” “이러나저러나 힘들어 죽겠으니까 차라리 네 곁에 있으면서 상처받겠다고.” “미워…. 네가 죽도록 미워….” “그가 너를 사랑해….” “가지 마….” ‘신의 바람이 불어와….’ 망했다. 아무튼 망했다. 저번 생도 망했지만 이번 생은 더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