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거짓이었다. 그의 숨소리, 그의 옷, 그의 표정, 그의 웃음, 침대 위에서의 일조차도.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너무 완벽했기 때문에. 모든 걸 알았을 땐 너무 늦었고 나에게 도망갈 길은 없었다. “헤어짐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말해. 그래야 나도 남자친구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 테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범죄라고 딱지를 붙일만한 일을, 내가. 너에게 할지도 모르잖아?”
"왜? 또 다른 놈한테 가려고?" "한휘야." "이번에는 조심해. 다시 또 도망가려는 거면." 그는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눌러 순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잠시 단어를 골라본다. 하지만 머릿속을 헤집어도 마땅한 단어는 없었다. 자그마치 14년. 14년이다. 이젠 그의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목줄이라도 채워 가둘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