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더더 찐하게... 될까요? 지혁은 수연을 숨 쉴 틈 없이 몰아붙였다. 잠시 떨어진 연붉은 꽃잎 사이로 주고받는 숨결과 찰나의 눈빛. 서로에 대한 갈증이 혼란스러웠다. 점점 조급해지는 마음, 가빠지는 숨…. 더, 더, 더!!! 이런 감정을 처음 본 남자에게 느끼다니…. 수연에게는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수연은 그를 떠났다. 그렇게 그와는 끝난 줄 알았는데... 불쑥 수연의 집으로 찾아온 그. ‘이 남자... 뭐지? 여긴 대체 어떻게...?’ *** 이래저래 찐하게 아는 사이. 우리, 더...더...더! 찐해져도 괜찮을까요?
“들려? 당신 몸은 천천히 할 마음이 없어 보이는데?” 기어이 내 지옥에 들어와 옆에 있겠다는 여자를 받아들인 게 실수였다. “그러니까 소리 내. 여긴 이렇게 소리를 잘 내면서… 여기만 이렇게 꾹 다물고 있으면 쓰나.” 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모든 말초신경이 곤두서고, 극도로 예민해진 감각이 그녀에게 반응했다. 이 상황이 말도 안 되고, 이해도 가지 않았지만, 그녀의 앞에서 무너지는 이성을 늘 어쩌질 못했다. 이건 분노인지, 욕망인지, 원망인지, 미련인지, 애증인지… 이 밤, 이 순간이 천국인지, 지옥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분명한 건, 지금 그녀를 밀어낼 수 없다… 지금은 밀어내고 싶지 않다는 거였다…. “돌아와, 울어도 내 옆에서 울어. 이렇게 내 옆에서.”
“가르쳐달라며?”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의 낮은 음성에 가윤은 어깨를 움츠리고는 내리뜨고 있던 눈을 들어 올렸다. “……!” “네가 이러면 내가 나쁜 놈이 된 거 같잖아?” 그가 쳐다보는 것 뿐인데, 이상하게 숨이 가쁜 것만 같아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입술을 짓깨물고 숨을 참는데, 재하가 입술을 깨물지 못하게 엄지손가락으로 아랫입술을 내렸다. 좀 전의 입맞춤으로 부어오른 입술을. “이미 나쁜 놈 된 거 같긴 하네.” “선생님….” “호칭부터 바꿔.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 소리라니… 아님, 그냥 선생과 제자로 남을까? 이대로 관두고?” “그건 싫어요. 할래요….” “역시. 말 안 듣지, 정가윤.” 누구도 닿지 않았던 곳에, 나조차 닿은 적 없던 곳이 범해지고 말았다. 그것도 3년 만에 마주한 선생님에게…. “잊지 마. 네가 선택한 거야.” “……!” “그리고 난 아직 시작도 안 했고.” “선생님….” 가윤이 눈동자를 파들 떠는 순간, 재하는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삼켰다. 3년 만에 마주한 제자의 입술을.
“대신 넌 내 아이를 가져. 네 소원대로 해줄 테니.” 꽁꽁 숨겨 뒀던 마음을, 끝까지 부정했던 마음을 드러낸 그날 거짓말처럼 사라졌던 그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언제나 당당하고 오만했던 그 남자는 여전히 위험했고, 무례했고, 치명적이었으며,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 끝이 어떨지 뻔히 아는데도 모른 척 시작하고 싶을 정도로. “넌 어떤 결정을 해도 내 여자로 살게 될 거야. 내가 내 전부를 걸고 너 붙잡을 거니까.” 집착과 소유욕이 심했던 소년이 이제 부와 권력까지 가진 완벽한 미친놈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갑자기 사라질 땐 언제고, 이젠 영원을 말하며. “오늘 이 안에 내 아이를 품는 거야. 내 아이를 가지면 너도 더는 쓸데없는 소리는 하고 싶어도 못 하겠지.” 일순간 얼굴의 웃음기를 말려버린 그의 눈동자가 한층 검어져 있었다.